CHPT 1 <옥상 자살사건 (Part 1) >
“띠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링”
고요한 월요일 아침을 자명종 소리가 뒤덮었다. 자명종 소리와 함께 뒤척뒤척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조그만 더 있다가……”
하지만 자명종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침대 위에서 잠을 자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자명종을 손으로 껐다. 나이는 대충 27세에 얼굴엔 덥수룩하게 턱수염이 나있는 남자였다.
“아씨, 그 망할 놈의 자명종이말야, 사람 잠 좀더 자게 해주기 그걸 못 참아서 계속 띵띵 거리고 있어.”
남자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걸이에 걸어져 있는 와이셔츠를 주섬주섬 입었다. 단추를 하나하나 잠그는 중,
“문자 왔다, 임마. 문자 받아라 임마.”
라는 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왔다. 남자는 느릿느릿 손을 뻗어서 핸드폰을 열었다. 발신자가 ‘경찰서’로 되어있었다.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았다.
‘사건 발생, 지금 당장 모든 형사들은 경찰서로 모이길 바람. 특히 김반장은 늦지말고 제때에 오기를 바람.’
남자는 문자를 보고는 바로 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그리곤 후다닥 단추를 잠근 후 대충대충 세수와 양치질을 한 후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추고 문이 열리자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탔고 1층 버튼을 꾸욱 눌렀다. 남자는 한번 한숨을 내쉬고 나서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깎은 지 꽤 되서 점점 길어지는 턱수염과 지난번에 범인을 검거하다가 생긴 멍이 거울에 비추어졌다. 남자는 혼잣말을 하면서 머리를 정리했다.
“아이고, 어쩌다가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냐? 경찰서에서 문자가 오면 언제든지 달려가야하는게 내 인생이라니, 불쌍하다 김태오!”
남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후다닥 아파트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제는 계절이 점점 봄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쌓여있었던 눈들이 모두 녹고 따듯한 햇살과 새파란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남자는 신호등이 빨간색이되도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넜다. 빠르게 달리는 남자의 옆으로 바람이 지나갔다. 남자는 시원한 바람이 자신의 몸을 훑고 가는 것을 느끼며 계속 뛰었다. 그리고 남자는 어느 건물 앞에 다다르자 뛰기를 멈추고 잠시 숨을 헐떡거리더니 건물 안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그 건물에는 커다랗게 ‘경찰서’ 라는 간판이 있었고 곰같이 생긴 마스코트가 당당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그림이 경찰서 정문에 있었다.
남자는 경찰서안에 들어가서 당당하게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 앞에 다다르자 남자는 문을 활짝 열고는 소리쳤다.
“자 김태오, 지각하지 않고 출석했습니다. 됐죠?”
회의실 안에는 예쁜 여 경찰 두 명과 나이가 좀 있는 경찰서장과 안경을 쓰고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한 명 있었다.
“흠? 오 김반장. 정확히 시간을 지켰군. 앞으로도 이렇게 좀 와주게나.”
“그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장님. 근데 오늘은 무슨일이죠?”
“흠…그게… 이인혜 형사.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서장의 말에 앉아있던 키가 크고 예쁜 여경찰이 일어나서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예, 이번 사건을 설명하자면 옥상에서 일어난 자살사건 입니다.”
“흠? 뭐야. 자살사건으로 판명 된 거면 수사하고 뭐고 할 필요도 없잖아요?”
이인혜 형사의 말을 김태오가 중간에서 끊고 질문했다. 서장은 한숨을 푹 쉬면서 설명했다.
“그래. 자살사건으로 판명되긴 했는데 피해자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다시 한번만 더 수사해달래. 피해자가 자살을 했을 이유가 없다는 거야.”
서장이 말을 끝내자 오른쪽에 있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우리는 피해자가 자살을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죠.”
김태오는 그 말을 한 남자를 유심히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결정적인 증거라…… 손반장,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어?”
“유서를 찾아냈습니다. 피해자의 집에서.”
“유서라…… 혹시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었나?”
김태오의 말에 손형태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도 처음엔 그럴 줄 알고 그 유서를 가족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피해자의 글씨체를 알아보았습니다.”
“흠…… 그래, 자살 현장이 어떤 상황이었지?”
“아 그건 제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김태오의 질문에 또 다른 여경찰이 일어나서 대답했다. 김태오의 부하직원인 남희영 형사였다. 빨간 반테 안경을 썼고 양갈래으로 묶은 귀여운 갈색머리를 한 여자 형사였다.
“피해자의 이름은 최수호. 피해자의 사체 발견시각은 어제 아침 8시. 피해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예측됩니다. 피해자는 이틀전 저녁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자살을 한 듯 합니다. 옥상에는 피해자의 시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왼손에 식칼을 들고 있었고 오른쪽 손목에 칼로 그은듯한 깊은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보아 아마 피해자는 식칼로 동맥을 끊어 자살한 듯 합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몸에서 다량의 알코올 성분이 발견되었는데 아마도 자살을 맨 정신으로 하기엔 겁이 나서 술을 잔뜩 마시고 자살한 듯 합니다.”
남희영 형사가 간단하고 깔끔하게 사건을 요약해서 설명해주자 김태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한가지 더 질문을 했다.
“피해자 최수호는 어떤 사람이었지?”
“음, 47세의 남성이었구요. 가족과 같이 살지만 모두 외출했을 때를 틈타 자살한 듯 합니다. 가족 구성원으로는 35세의 아내와 5살의 딸, 그리고 17세의 아들이 있구요. 직장도 있고 돈도 잘 버는 듯 합니다. 생명보험에 들지 않은 것을 보면 돈을 노리고 자살을 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재혼을 한 경력이 있군요. 지금의 아내는 2번째 아내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12살 차이나 나는 것인가 봅니다.”
“흠… 그 가족들이 모두 외출했었다고 했지? 그들은 어디로 외출을 했다는 거지?”
“네, 아내와 딸은 8시 50분 정도에 시장에 잠시 갔다고 했습니다. 딸에게 옷도 사주고 그 다음날 반찬거리도 사줄 겸 갔다고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의 말에 의하면 아내와 딸은 밤 10시정도에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럼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건가. 그럼 아들은?”
이번엔 김태오가 아들에 대해 물어보자 남희영 형사는 잠시 서류를 뒤지다가 아들에 대한 서류를 찾아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예, 피해자의 아들의 이름은 최동수. 나이는 17세.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을 가서 저녁 7시에 잠시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8시에 다시 학원을 가서 밤 12시에 집에 돌아온다는 군요. 아 9시에 15분동안 휴식시간을 학원에서 준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번 사건에 15분은 사람을 죽이고 자살로 가장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입니다.”
“어째서?”
“아들이 다니는 학원은 피해자의 집에 바로 옆에 위치하지만 그 두 건물 사이에는 높은 담벼락이 있어서 아들이 학원에서 피해자의 집으로 오기 위해선 30분 정도 소요되는 담벼락을 쭉 돌아오는 길을 이용해야합니다. 즉 학원이 주는 15분을 활용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군.”
김태오는 짧게 말하고는 곰곰히 생각에 빠지다가 경찰서장에게 말을 했다.
“서장님. 이번 사건을 저의 관할에 넣어주십시오. 어떻게 해서든 이 사건을 풀어보겠습니다.”
“응? 하지만 이 사건은 자살사건으로 판명됐는데……”
“아뇨. 자살사건으로 판명하기엔 무언가가 부족합니다. 제가 증명해보이겠습니다.”
경찰서장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손형태가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김태오, 소문에 의하면 당신은 뛰어난 경찰이라고 하던데 다 거짓이었던건가? 우린 유서를 찾았다고. 그것도 피해자의 글씨체로 쓰여진. 게다가 용의자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있고. 이것은 완전한 자살사건이야. 엉뚱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지말고 그만두시지?”
김태오가 손형태의 말을 듣고 잠시 마음이 흔들릴 때 경찰서장이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좋아, 김반장. 지금까지 사건들을 많이 해결해보았으니깐 한번 자네를 믿고 자네에게 이 사건을 맡기겠네. 하지만 손반장의 말처럼 억울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몰고 가지는 말 것, 알겠나?”
김태오는 경찰서장의 말에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어떤 놈인지 제일 잘 아시면서……큭큭.”
경찰서를 나온 김태오는 곧바로 핸드폰으로 누군가를 전화했다. 10초정도 지났을까?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고 반쯤 졸린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김태오는 활짝 웃으면서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라, 하문수. 오늘 우리가 풀어야 할 사건이 하나 생겼다. 이번 사건은 꽤 흥미 있는 사건이야. 후딱 나와라.”
옥상 자살사건 Part 1 끝
첫댓글 잘 봤습니다. 추리소설이 최근네는 없는 것 같이 보여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하나 올라오니 반갑네요.
ㅋㅋ 맞아요. 이상하게 추리소설을 찾아보기가 힘들더라고요 ^_^; 더더욱 열심히해서 훨씬더 재밌게 만들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특이하네요~ 재밌구요! 특히 보통 소설에 빨갛게 줄그으면 어지럽고 보기 싫은데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 집중도 잘되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군요! 열심히 읽을게요! ^^
넵!! 감사합니다!! 빨갛게 줄그은 문장은 매우 중요한 문장이니까요 꼭 읽어주세욧 ㅋㅋ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첫글에 댓글이 2개씩이나 ㅠㅜ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요^^ 열심히읽겠습니다
넵~! 정말로 감사합니다. 역시 작가들은 독자들의 댓글을 먹고 산답니다 ㅠㅜ
넘 재밌군요,,, .... 전 이런 소설 정말 좋아합니다... 큭큭큭...
ㅋ 후다닥 담편 쓰겠습니다!
우와 ! 멋져요 ! 추리소설 ! 멋집니다 ㅋㅋㅋㅋㅋ
ㅋㅋ ^^ 감사합니다. 아직 좀 부족한 면이 많아서;;; 창피합니다 ㅎ;;; 그래도 저의 소설을 사랑해주세요~~
추리소설 오랜만에봐서 두근두근~ 다음편기대할게요^^ !
네엥~~ ㅋㅋ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런 허접한 소설을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다니... ㅠㅜ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