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온지 한 열흘 되었나 보다.
처음 2,3일은 정말 춥고, 흐려서 날씨는 정말 듣던 데로군하며 지냈었다.
근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날씨는 정말 좋다. 매일매일 해 쨍쨍 나고 덥다. 원래 추위를 잘 타는 터라 처음에는 정말 쫄았었다. 7월에도 이 정도면 가을,겨울되면 어떻게 살까 하고...
근데 요즘 날씨는 정말 좋다. 있는 곳이 본머스인데 해변엔 지금까지 두 번 가봤다. 혼자 한 번, 홈스테이 주인이랑 한 번. 홈스테이 주인은 30살 먹은 혼혈인이다. 하프 아이리쉬, 하프 인디언. 어머니가 인디언인데 혈통은 버마쪽에 가깝다고 했다. 그래서 인도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역시 나이 비슷한 영국여자와 동거하고 있는데 여자 아이가 셋이나 된다. 다 꼬마들인데 매우 착하다. 특히 장남은 우리말로 하면 참 싹수가 파란 놈이다. 매우매우 예의바르고, 착하다. 첫날엔 자기 전에 내 방까지 일부러 와서 나 자니까 내일 보자고까지 인사를 한 꼬마다. 암튼 착하다. ㅋㅋ
우리 홈스테이는 다 좋은데 밥 먹는 게 너무 부실하다. 첫날엔 그런데로 뭐 영국인들은 이렇게 먹나보다 했는데...다음날은 스파게티, 그 다음날은 카레밥, 그 다음날은 스파게티...뭐 이런 식이다. 저녁에 스파게티 하나만 달랑 먹으면 속이 정말 헛헛하다. 뭐 먹은 것 같지도 않고...첨엔 스파게티를 내오길래 이게 전채요리구, 메인이 또 나오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ㅡㅡ;;
영국에선 피쉬앤칩스만 먹는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난 좀 그런 거라도 먹어봤으면 좋겠다. 아침은 알아서 콘프레이크, 저녁은 스파게티든 카레밥이든 뭐든 달랑 한 가지 요리다. 그래서 매우 허전하다. 김치뿐이라도 반찬은 몇 가지 놓고 먹던 게 습관이 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근데 암튼 지금 홈스테이 밥은 매우 부실하다.
난 원래 토종체질이라 그런지 느끼한 건 싫어한다. 피자도 잘 안먹는다. 카레밥도 우리 먹던 식으로 나오면 괜찮은데 주인 나름대로 이상한 소스를 만들어오면 정말 이상하다. 그래도 주인이 혼혈이라 아시아식 요리를 많이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통 잉글리쉬면 어디 카레를 먹겠는가? 근데 어느 날 주인이 핫소스병 하나를 들고 왔다. 너 매운 거 좋아하니까 이거 한 번 먹어보란다. 병에 이렇게 써있었다.
"The hottiest sauce in the Universe!!"
월드도 아닌 유니버스에서 제일 매운 소스라뉘..
이름은 더 가관이다.
"Insanity Sauce"
미친놈만 먹는 소스란 건지, 이걸 먹으면 미친다는 건지...암튼 얼마나 맵길래 이런가 하고 한 번 먹어보았다.
젠장....정말로 매웠다.ㅜㅜ
주인이 경고해서 정말 눈꼽만큼만 먹었는데도 혀가 탔다. 원래 매운 걸 잘 먹고, 좋아하는데 이건 정말로 매웠다. 우리가 피자에 곁들여먹던 핫소스랑은 격이 다른 핫소스다. 병도 그 반만하다.
근데 한 번 데였는데 신기하게 그게 입맛에 당겼다. 혀가 얼얼해지니까 느끼한 걸 못느끼게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원래 매운 맛이 식욕을 당기게 하기는 한다. 암튼 이걸 한 번 맛본 다음엔 스파게티에도 소세지에도, 카레밥에도 조금씩 묻혀서 같이 먹고 있다. 매운맛으로 느끼한 맛을 제압하는 원리인가...ㅋㅋㅋ
주인이 내가 일주일 동안 자기들이 2년간 먹은 거랑 같은 양을 먹었다고 했다. ㅋㅋㅋ 병도 정말 조그만데 2년 전에 산 거란다. 주인집에서 요리할 때 어쩌다 정말 조금씩 넣던 소스였는데 요즘 내가 다 먹고 있다.
여기 본머스는 한국슈퍼가 있어서 라면도 팔고 김치도 판다. 비싸서 그렇지 우리 음식 먹기가 불가능한 곳이 아니다. 근데 김치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살면서 정말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 분은 위와 같은 방법을 한 번 써보시기 바란다. 물론 매운 것 좋아하시는 분 중에서. "Insanity Sauce" 이게 가장 크게 써 있다. 진짜 이름은 모르겠다. 작은 고추가 선탠하고 있는 그림을 찾으면 된다.
말 그대로 미친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첫댓글 글 ....잼나게 잘 쓰신다.........저두 9월달에 본머스 가는데.....우연히라도 만나면.......ㅋㅋ.....항상 행복하세여~~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