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던 글인데, 쓰기 시작하기가 어렵더군요.
사법과 법조인에 대한 불신은 우리나라만의 사정도 아니고,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것이라.
인간의 유전자 단계에 각인된 특성이 아닐까 하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그걸 제가 쓰는 글로 완화시켜보겠다는 것이 무모한 시도라 여겨지기도 했고.
카페지기라는 위치 때문에 필요 이상의 주목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이나 자유롭게 대화를 할 수 없을 것이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우리 카페에는 법을 공부한 사람이 많고, 저보다 전문지식이 뛰어난 분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데.
그런 양반들도 가만히 있는데, 내가 왜 나서냐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러한 불신이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아, 그런 점에 대해 한번쯤은 지적해야 되겠다 싶네요.
시리즈물로 기획하고 있는데, 제 멘탈 사정에 따라 과연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합니다. ;;;
이슈게는 물론이고, 자게나 토게, 심지어는 아론파크나 방명록에서조차 사법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하는 의견이 잦은 빈도로 보입니다.
당연히 그것은 문제가 아니죠. 사법도 인간이 하는 일이니만큼,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있고. 때로는 고의적인 잘못도 저질러집니다.
그런데 절대 다수라고 하면 주관적이겠습니다만, 아무리 낮춰 보아도 상당수의 사법에 대한 불신 의견은 관련된 지식의 부족이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것은 문제겠죠. 신뢰받지 못하는 사법제도의 입장도 곤란한 것이지만, 사법제도에 종사하는 법조계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법제도는 우리 사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유지하는 축인 동시에, 어떠한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시해주는 청사진입니다.
건물을 짓고 유지, 보수하는 입장에서 설계도와 시공서를 믿지 않으면 설계도 그린 사람과 그에 따라 시공하는 인부만 손해일까요?
건물의 소유주는 물론이고, 그 건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다 손해인 것입니다.
정말로 그 설계도가 잘못된 경우요? 물론 있다니까요. 그건 그 부분을 고쳐야죠.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받은 인상으로 전체 설계도를 믿지 않고, 감으로 공사를 하거나 유지, 보수를 했을 때의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잖아요?
어떠한 지식을 알아야 그 문제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게 유의미한 의견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서 누구나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 성공률을 판단하는 기준과 그 도입에 대해 유의미한 의견을 내려면 의사거나 관련된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어야 용이하다는 이치입니다.
누구나 성공률이 수치로 제시되면 그에 대한 판단을 할 순 있지만, 그 수치를 도출해내는 것은 관련된 전문지식이 필요하니까요.
몇일 간격이 될지, 몇달 간격이 될지 모르는 시리즈 글을 시리즈라 부를 수 있을지도 애매한데.
어찌되었든 연작 글의 도입이다 보니, 이 글에서는 본론이 글의 비중에서 매우 적겠네요. ;;;
사법에 대한 오해에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위법과 불법 개념의 차이입니다.
이 두 개념에 대한 설명은 각각 한줄이면 충분합니다만. 이 두 개념을 흔히 혼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오해가 발생되는 것을 봅니다.
위법이란 말 그대로 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건 '남자 아니면 여자', '삶 아니면 죽음'이란 것처럼 '적법 아니면 위법'으로서 중간의 회색지대가 없는 개념입니다.
초딩의 사소한 연필 한자루 도둑질부터 연쇄살인까지 모두 위법하죠. 위법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초딩의 사소한 연필 한자루 도둑질과 연쇄살인은 그 불법의 정도가 상당히 다릅니다.
불법이란 이처럼 법을 어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따지는 개념입니다.
불법은 죄인이 어느 정도의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형사책임을 논하는 데 있어 법을 위반한 사실을 드는 위법 개념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우 간단한 개념구분이지만, 이 개념구분만 인지하셔도 사법에 대한 불신이 상당부분 불식되리라 생각될 정도로 형사책임 판단에 있어 중요한 것이고. 그런 부분을 감안해 사고를 전개하시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물더군요.
더 자세한 오해의 예시나 개념구분의 적용에 대해서는 댓글 토론으로 말씀드리는 것으로 하죠.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손배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다른 정도의 불법에 대해, 위법이 동일한데 왜 다른 판단이 내려지느냐는 일반적인 오해를 풀기 위한 글입니다.
불법에 대한 가상의 예를 들자면 3급불법 2급불법 1급불법 이런식으로 나뉜다는 말씀이죠? 위법은 말 그대로 법을 어기는 것이고요.
예. 그렇게 급수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는 개념이란 거죠.
어느 학문 분야에서나 일반적인 용례가 아닌, 그 분야에서만 쓰이는 개념어나 단어의 용례가 있을 겁니다. 법학 역시 그러해서, 동일한 개념을 설명하면서도 학자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른 경우도 있죠. 일반적인 용례와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선의와 악의는 일반적인 용례로는 좋은 의도와 나쁜 의도 정도의 의미겠지만. 법학에서는 일정한 사정을 알았느냐 몰랐느냐란 의미입니다.
'홍길동이 선의다'라고 하면 홍길동이란 사람이 일련의 사정을 몰랐다는 의미이지, 그 의도가 선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악한 의도인 경우라도 사정을 몰랐다면 선의입니다.
반대로 세상 다시 없는 성인군자도 일정한 사정을 알았다면, '악의다'라고 표현됩니다.
일반적인 용례나 일부 학자가 어떤 개념에 대해 특정한 단어를 사용했을 때, 그게 국어상의 의미에 부합하더라도 법학도들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례가 아니면 법학 개념을 논하는 것에는 부적합합니다. 범법행위의 정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학자가 혹시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로서는 상당히 생소한 표현입니다. 반대로 불법의 정도라는 표현은 형사법에서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인 개념입니다.
위법은 말그대로 법이 정해진 기준 외것도 포함하기 때문에 딱히 위법을 행했다고 해서 형사고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손배송을 다르겠지만... 불법은 법이 정해져 있는 규칙을 이익을 위해서 범했기 때문에 형사고소의 대상이자 처벌의 대상된다고 생각합니다. 위법 위자는 어길위자 이고 불법의 불자는 아니불입니다. 위자 자체엔 행위한 대한 '부정적' 해석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행위'라는 해석도 존재 할수 있지만 불자는 아니다, 거짓이다 처럼 단어자체가 부정적 해석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법도 당연히 부정적인 개념입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위법과 불법을 혼용해버리기에, 죄의 정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