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아, 미안하다
붉고 노란빛이 사람 눈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고마워한 일
나뭇잎 풀잎들아 미안하다
너희 푸른빛이 사람을 위안하려는 거라고
내 마음대로 놀라워한 일
꿀벌들아, 미안하다
애써 모은 꿀이 사람의 몸을 위한 거라고
내 마음대로 기특해한 일
뱀, 바퀴, 쐐기, 모기, 빈대들아 미안하다
단지 사람을 괴롭히려고 사는 못된 것들이라고
건방지게 미워한 일
사람들아, 미안하다
먹이를 두고 잠시 서로 눈을 부라리고는
너희를 적이라고 생각한 일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02.10. -
그렇다.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러운 일들이 많다. 겸손하게 양해를 구할 일들이 많다. “내 마음대로” 여겨 그 뜻을 오해한 일들이 많다. 내 본위로 판단한 일들이 많다. 고마워하고, 놀라워하고, 기특해하고, 미워하고, 눈을 부라리지만 그것이 “내 마음대로” 그렇게 한 경우가 많다. 시인은 이 모든 일들에 대해 미안하다고 고백한다.
시인은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여기, 이 뜨거워지는 별 위에서 욕심에 휘둘리며 살아가다가 우리 모두 헤어지리라. 그러나 언젠가 저기, 지금은 알지 못할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는다.” 허욕과 아상과 아집을 내려놓으면 모든 인연이 선연(善緣)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