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판 못 박는 일은 기술자들의 몫이었다 초짜에 게 맡겨놓으면 못은 박히기도 전에 구부러지거나 튀 어나가고 못 박아야 할 나무나 콘크리트조차 못쓰게 버려놓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못과 망치와 박을 것 사이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여 한 방 한 방 파 고든다 나무나 콘크리트 덩어리가 눈치도 채지 못 하는 사이 못은 미끄러져 들어간다 거역하지 못할 침범, 비명도 고통도 새지 못하는 매조지
세상살이에도 못 박는 기술자들이 있다 누군가의 어깨 누군가의 발걸음 누군가의 심장 안에 들키지 않고 박는다 기술자가 박아놓은 못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은 구르고 비틀리고 찌그러진 채 살아간다 그 꼴이 살아가며 지켜야 할 도리인 줄 안다
초짜들도 못 박는 기술을 배운다 터지고 맞고 기면 서 수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뛰어야 벼룩, 부처님 손 안의 오공, 이미 박힌 못의 지시를 벗어나지 못한디희망이 잘리고 분노는 말라붙는다 초짜는 전문가의 저의를 알지 못한다 입 닫고 뻘뻘 기면서 못 뽑기 상책으로 여기고 산다
초짜들이 못을 뽑는다 녹슨 놈 굽은 놈 대가리 날아간 놈 가로세로 갈라진 놈 보는 족족 뽑아낸다 옴짝달싹 못하게 남의 근육 꿰었던 못, 풀었다 감았다 내장을 옥죄는 못, 살 속에 이빨 박고 숨어있던 못 한 놈 한 놈 찾아 뽑는다 상처의 결을 따라 아픔의 결을 따라 귀신 몰래 뽑아내는 전문가 경지에 든다
우리 고향에 가면 있다 초짜들의 못 뽑는 마을, 아침저녁 뽑을 못 없나 남의 이마 뒤지고 남의 가슴 살피며 살아가는 마을ㅡ 굽은 등 일일이 펴고 쪼그라들었던 허리어깨 펴고 사는 마을ㆍ 저기 저기 초짜 전문 마을이 있다 서로서로 박힌 못 뽑아 다시 햇살 붓는 재미로 사는
ㅡ신진 시집 ㅡ
못 걷는 슬픔을 지날 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