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뜨겁다. 노트북 화면에 얼굴을 쳐박고 오전을 보내니 눈이 흐리다. 후다닥 점심을 차려먹고 보성 작은영화관으로 간다. 2시 10분 밀수 영화가 막 시작되는데 사람이 꽤 앉아 있다. 영화는 밀수라는 거친 깡패 세계의 사기꾼들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해녀들이다. 해녀의 의리와 지략 싸움이 더운 여름에 파란 물속 풍경이 볼 만하다. 시간죽이기이며 피서다. 나오니 4시 20분을 지난다. 오봉산으로 바쁘게 간다. 바보에게 연락하니 저녁 프로그램 지원이 있어 9시쯤 퇴근한단다. 탁자와 의자까지 챙겼으니 차분히 놀다가 정상이나 칼바위에서 지는 해를 보고 달빛에 의지해 하산해도 좋겠다. 캠핑카 옆을 지나 폭포로 오르는데 부부가 부채를 들고 가고 있다. 별로 크지 않은 나의 배낭을 보고 잠잘거냐고 한다. 아니라고 하며 앞지르는데 자기들은 용추폭포에 물맞으러 간댄다. 폭포의 물은 많이 줄었다. 물은 맑디 맑다. 건장한 두 젊은이가 웃통을 벗고 물 속에 누워 있고 서 있다. 배낭을 벗고 폭포 속에 머릴 쳐 박고 아래까지 적신다. 나와서 직벽 바위 앞 물에 의자와 탁자를 편다. 술꾼의 이야기와 19세기 한시 조면호의 이야기를 가닥없이 읽는다. 자연이라서일까 눈이 쉬 흐려지지 않고 버텨준다. 부부가 올라와 옷 입은 채 물속으로 들어간다. 젊은이들이 나와 버너에 가스불을 켜는 소리가 크다. 어르신이 다가가 불의 위치를 조정해 준다. 난 캔맥을 마시다가 과자 하날 건너의 여자에게 준다. 사양하다가 받는다. 폰을 보니 바보의 전화가 와 있다. 저녁 프로그램이 취소되어 집에 제시각에 온댄다. 오랜만의 일몰과 달빛 산행은 포기다. 6시가 되어 철수한다. 캠핑카 옆에 폭포에서 본 남자가 서 있다. 담장 아래에서 부추 한줌을 베니 바보가 부침개를 붙인댄다. 정우 아짐 두장 갖다 드리고 휴가에 어머니 찾아 온 기택이를 부른다. 저녁을 먹어버렸다는 친구는 뚜껑 벗긴 소주와 모기약을 들고 왔다. 순천에서 역시 밀수를 보고왔다는 동생네도 불러 같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