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캠페인 그룹 Action on Salt(구 Consensus Action on Salt & Health, CASH)는 과도한 소금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세계 소금 인식 주간'을 마련하고 있다. 2023년 '세계 소금 인식 주간'은 3월 14일부터 20일까지이다. 소금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소금을 아예 먹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천일염에는 무기질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건강에 좋은 소금이다 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소금은 생존에 중요한 미네랄 중 하나이며, 신경이 전기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고 근육을 강하게 유지시키며 세포와 두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체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영양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섭취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금을 나트륨이라고 생각한다. 소금에는 약 40%의 나트륨이 들어 있고 나머지 60% 정도는 염소와 소량의 황산 이온, 각종 미네랄 등이 차지한다.
따라서 '소금=나트륨'으로 여겨 소금을 줄이는 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일이 아니다. 물론 소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그만큼 나트륨의 하루 섭취 권고량인 2,000mg를 넘기 때문에 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짜게 먹으면 몸속 나트륨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혈액의 양이 늘어나 고혈압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심혈관질환을 앓는 환자가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높아져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생길 수 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뇌경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뇌경색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소금이 위에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세포를 손상시켜 암세포 등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오히려 소금을 지나치게 줄이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과 상관없는 심부전·부정맥 같은 심장병이 대표적이다.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나트륨이 부족한 심장병 환자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사망률의 위험이 크다. 나트륨은 체액량(혈액을 포함한 림프액·조직액 등 몸속의 액체)을 조절하는데, 심장병 환자는 심장 수축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에 나트륨을 적게 먹으면 혈액이 전신으로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박수를 조절하는 나트륨이 부족하면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심장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건강에 도움되는 소금의 종류별 특징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나트륨 2,000mg)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장량보다 2배 이상인 4,646mg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이닥 영양상담 박정원 영양사는 "신선재료를 활용한 요리에 첨가되거나 식품 고유의 염분과 나트륨으로 섭취하는 것은 전체 섭취량에 약 20% 전후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인스턴트 식품, 화학적 합성 복합 조미료 등을 통해 섭취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소금 섭취를 주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금 속 함유된 나트륨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는 것을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젓갈, 장아찌 등 염장식품이 발달하고 짜게 먹는 우리 식습관과 더불어 인스턴트 식품의 나트륨까지 더해져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양의 소금을 먹고 있다. 따라서 소금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좋은 소금, 건강한 소금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소금은 채취 장소에 따라 산에서 얻은 '암염'과 바다에서 얻는 '천일염'으로 나눌 수 있다. 암염은 과거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육지로 바뀐 뒤 오랜 세월을 거쳐 광물로 변한 것이다. 대표적인 암염으로는 히말라야 핑크솔트가 있다. 암염의 염화나트륨 비중은 95~98%정도이며, 미네랄 성분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금은 암염보다는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고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과 유해성분을 증발시켜 만든 것이다. 국내 천일염은 칼슘과 마그네슘, 아연, 칼륨, 철 등 무기질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염화나트륨은 80~88%정도이고 나머지는 무기질과 미네랄 성분이다. 수분 함량이 높은 편인 천일염은 김장 떄 배추를 절이거나 장류, 젓갈류 등을 만들 떄 주로 사용한다.
또 다른 소금으로는 우리나라 전통 소금 제조법으로 만든 자염이 있다. 밀물 떄 들어온 바닷물은 마른 갯벌을 통과하면서 염도가 낮아지는데, 이것을 가마솥에 10시간 정도 끓여 소금을 얻는다. 천일염과 비교해 세균과 불순물이 적고 미네랄이 풍부해 부드러운 짠맛이 난다.
천일염을 깨끗한 물에 녹여 불순물을 없앤 뒤 끓여서 다시 만든 꽃소금도 있다. 꽃소금은 결정의 모습이 눈꽃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이나 반찬 등의 요리에 쓰인다.
정제염은 전기투석을 이용한 정제기술로 만든 소금으로, 미세한 구멍을 가진 이온수지막에 바닷물을 통과시켜 불순물과 중금속을 제거하여 만든다. 빠르게 많은 양의 소금을 만들 수 있지만, 전기투석 과정에서 무기질과 미네랄 서분도 함께 제거되며, 염화나트륨 비중이 99%로 소금 중에서 가장 순도가 높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MSG(글루탐산나트륨)를 첨가한 맛소금에 많이 사용된다.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고 황토 뚜껑을 덮은 뒤 600도의 뜨거운 소나무 장작불에 9번 구워낸 죽염도 있다. 죽염은 천일염의 미네랄 성분과 대나무의 좋은 성분이 더해져 요리보다는 미용이나 질병 치료에 더 많이 사용된다.
몸에 꼭 필요한 소금, 현명하게 먹는 법
박정원 영양사는 "소금 섭취량은 개인의 연령, 성별, 신체 활동량,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하루 5g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평소 권장량보다 더 많은 소금을 섭취하고 있으므로 가능하면 음식 조리 시 소금 사용을 줄이고, 평소 식습관에서 소금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도한 운동 후에는 체내에서 나트륨 사용량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태에서 음식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양념 요리가 많은 우리나라 음식의 경우, 전체 나트륨의 40%를 조미료를 통해 섭취한다. 조미료 대신 마늘, 파, 부추, 피망, 생강, 양파 등의 자연 식재료로 맛을 내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 수 있다. 소금으로 간을 하는 대신 후추, 고춧가루, 카레, 겨자, 고추냉이 등 향과 맛이 강한 조미식품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에 간을 할 때 필요한 짠맛을 소금이 아닌 칼륨으로 맛출 수도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저나트륨 소금, 저염 간장, 저염 된장 등은 소금을 덜 쓰고 나트륨 대신 칼륨을 넣어 짠맛을 낸 것이다. 단, 고혈압약을 복용 중이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칼륨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될 수 있으므로 칼륨을 사용한 저염 식품을 먹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는 것을 권한다.
또한, 소금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면 신체가 원하는 나트륨과 물 비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의 물을 마시는게 좋다. 식사 때 신선한 채소를 함께 먹는 것도 도움 된다.
도움말 = 하이닥 영양상담 박정원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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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