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눈(雪)부자
2024년 甲辰年 1월 3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동짓달 스무이튿날
새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흥이 없다.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반가움 보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나이가 되어서 그렇겠지 싶다. 촌부와 같은
또래는 거의 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유독
촌부 혼자 그런 건 아닐테지? 남이야 어떤 생각을
하든말든 상관할 바는 아닌데 무슨 걱정인가?
소박하게 살아가는 촌부의 산골살이는 해가 뜨면
하루가 시작되고, 해가 지면 하루가 지나가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이것저것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매사를 단순하게 생각하며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느리게, 느긋하게 살고 싶다.
바삐 살아도 하루요, 분주히 설쳐도 하루는 똑같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리라! 그런데 말만 그렇지 이렇다할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산골살이를 하다보니 날씨의 변화에 참 민감하다.
추워도 싫고 눈이 내리면 더 싫은 촌부의 겨울날,
그래도 오늘은 그런대로 괜찮다. 이른 아침으로
살펴보는 온도계는 영하 3도,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내려갔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날씨예보에는
또 눈소식이 있다. 어제도 그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다고 하듯이 눈소식으로
인해 전날 자동차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눈은
내리지 않았다. 대신 아내와 팔짱을 끼고 비탈길을
걷는 호사로 위안을 삼았다. 이 나이에 팔짱 끼고
걷는 것이 과연 몇 번이나 있겠는가?
아내와 함께 진한 커피를 들고 서서 난롯불을 쬐며
모닝커피를 마셨다. 내다보는 창밖은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다. 난롯불의 훈훈함은 온몸으로 느끼고
진한 커피향은 입과 코로 느낀다. 아내와 함께하는
진한 감동은 마음으로 느끼고 멋진 설경은 눈으로
느끼는 이 시간이 우리는 너무나 좋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소소함에서 느끼는 행복, 바로 소확행이다.
아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겨울날은 우리가 부자다, 그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가 반색을 하며
"부자는 무슨? 언제 한번 부자로 살게 해줬나?"
실제로 경제적인 부자로 살게 해준 적이 없다.
소위 말하는 '오매~ 기죽어'이다. 슬쩍 말을 돌려
"저기 봐라! 저 많은 눈이 다 우리 거 아인가베?
그렁께 부자, 눈부자 아이고 뭣꼬? 그쟈?"
또다시 아내의 반격이다. 괜시리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할 틈도 주지않고 제대로 한방 먹고 말았다,
"이 양반아! 해가 나면 녹아없어질 신기루같은 눈,
그 눈을 보고 부자라니 이 엉뚱한 영감탱이야!
어디가서 저 눈 만큼 돈이나 좀 벌어와봐라!"
무슨 할말이 있을까 제빨리 궁리하다가 나긋나긋,
"뭘 그렇게 비약을 하시나? 눈이 많은께 감성이
되살아나서 그런거 아이가? 알았다, 그만해라!"
하긴 아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날 이때까지
제대로 호강 한번 시켜주지 못했으니... 안되겠다
싶어 로또 한 장 사와야겠다고 장평으로 나갔다.
그런데 로또 사는 생각은 잊고 전날 가스충전소
폭발사고가 난 화재현장 구경만 하고 들어왔다.
오늘 나가면 꼭 로또를 사와야겠다. 아내 호강을
시켜주려면...ㅎㅎㅎ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설경이 멋집니다
아주 끝내줍니다요.ㅎㅎ
마음부자가
최고의 부자라는 생각 입니다.
오늘도 즐거움 속에서 행복만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역시 근정님은 아시네요.
마음의 풍부함이 부자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아침 입니다
아이구~
게으르다보니 이제서야...
좋은 저녁입니다.ㅎㅎ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어쩜 도시에서 느낄수 없는 삶인듯 하네요.
행복하게...늘..언제나
부럽기는요.
소박하게 살아가는
소시민 산골 부부인걸요.
감사합니다.^^
아웅다웅 모습에
웃음이 번져 나네요~
멋진 설경만으로도
부자된 마음이겠지만
이 기회에 로또
당첨도 기대해 봅니다.
행복이 꽃피는설다목
이네요.
저희는 이러고 삽니다.
나이는 한 살 차이,
사내결혼이라서
서로를 너무 잘 알지요.
그래서 촌부가 손해본다는...ㅎㅎ
그냥 재미삼아 로또를 들먹였죠.
감사합니다.^^
글이 참 좋습니다.
그냥 마음에 들어오네요.🙂👍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