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그늘 아래
김 난 석
이젠 눈만 뜨면 사이버 카페를 들여다보게 된다.
심심해서 그렇고 무료해서 그렇고 외로워서 그렇고
호기심이 발동해서도 그렇다.
누굴 만나면 으레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고향을 묻게 되는데
나에겐 이게 습관처럼 되었다.
카페에서도 이런 것들이 궁금한 건 마찬가지다.
여기에 '청솔'이란 회원이 활동 중인데
많은 것들이 연상된다.
그건 그네가 올리는 글이나 댓글 때문일까...?
여하튼 그런데,
나는 이것 말고도 '청솔' 이란 이름에 어떤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 이제하 글
노래 <모란 동백>은 이제하가 직접 쓰고 작곡하고 또 직접 불렀다.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성장한 그의 경상도 억양으로 인해
“뜨돌다 뜨돌다 어너 나무 거널에...”로 이어지는
그의 육성을 듣노라면
황토물에 젖어 흐르는 향토 향이 짙게 풍겨
꾸밈없는 면모도 느끼게 된다.
그는 음악인이요 기타리스트요 화가요
수필가로서, 문제작을 많이 냈음에도
문학상 수상을 거절하기도 한
그 특유의 저항성과 자유분방한 기질 때문이었던지
이제하에겐 아직 그 어느 것도 제도권에서 호사를 누리기보다
변방에 더 많이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이제하의 노래 <모란 동백>을 다른 가수가 불러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으니
그게 화투 그림으로 유명한 조영남이요
바지 지퍼를 내리려다 만 나훈아인데
예술이란 게 잘 꾸며져 태어나야겠지만
바람을 잘 타고 가야 하는 모양이다.
이제하의 예술적 재능은 어릴 적부터 빛났다고 한다.
이를 알아차린 서울의 학생 (유경환, 뒤에 조선일보 논설위원, 시인)의 눈에 띄어
그가 친구하자고 보내온 편지를 받고 써 내려간 열일곱 시골 소년의 시가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로 이어지는데,
이게 잡지 <학원>에 뽑히고, 국어 교과서에 게재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 뻘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 이제하 글
포스팅의 인물은 좌로부터
두 번째가 이제하 작가요
오른쪽 끝이 필자인데
그가 인사동에서 회화 전(말의 기억) 할 때의 모습이다.
2025. 2. 2. 도반(道伴)
첫댓글
멋들어진 시상이 샘처럼 솟아나는 어르신의
문학적(文學的) 소양이 마냥 부러워집니다..
요즘 부지런히 게시되는
어르신의 글들을 읽노라면 마치 한약의
진액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는 듯합니다
느끼고 있고 또 표현하고 싶어도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마치 거미가 꽁무니에서 빼내는
하얀 은실 같은
행복의 소재들을 뽑아냄이
대단한 성의와 유려한 필력이라 여겨집니다.
매번 공감하고 있으며
그 고운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항상 건필 하시고요
단 결~!!
아이구우 부끄럽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이제하란 이름은 처음 들어 봅니다
그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저의 청솔이란 닉네임은
예전에 길가에서 본 학원이름을 보고
1998년에 지은 것입니다
아들래미가 미술을 전공했는데
여기저기 학원엘 다녔습니다
영어, 수학, 과탐, 사탐, 미술실기
그 때 국기원 아래 미술학원이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집사람이랑
늘 차를 끌고 마중을 가서 대기했지요
그 대기하는 뒷골목에서
바로 청솔학원이란 간판이 보였습니다
무슨 학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들이 다닌 미술학원은 조형미술학원!
1998년 동아일보를 보고 생전 처음
피플475란 중년카페에 가입을 했는데
그 때 닉네임을 입력하라고 해서
바로 그 학원이름을 떠올렸습니다
그 때부터 쭉 청솔입니다
벌써 27년이나 지났네요 ^^*
저도 대학입시 준비할때 청솔학원을 기웃거리기도 했지요.
공평동이어습니다.
박운상 선생이 물리를 강의했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하지만 이제하의 청솔은 똑똑하게 기억되데요.ㅎ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되는
박목월님의 시도 떠오릅니다
도반님 덕에 가슴에 고운 정서가
흘러드는 휴일 아침이에요
두 곡을 간만에 찾아 들으며
마침 친구에게 선물 받은
커피와 함께 해 보렵니다
도반님 모습 멋지셔요 ㅎㅎ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좌로부터 고 강민시인
건너뛰어서
서정춘시인
서정란시인
그리고 도반인데요.
도반 샘요
지는예
청솔회 란 벗들 모임이 있네유 ~~
엄마야 뮈라 카실라 도망가자 ㅋ~~(휘리릭 ~~)
그거 양띠 모임인가요?
그러면 저도 참여를~ㅎ
https://youtu.be/QKyBOMyOOTQ?si=7DQnnP4sON2dz79d
모란동백/이제하
참 좋습니다!
PLAY
아이구 이걸 어디서?
이게 오리지널이지요.
선생님이계셔서 본 카페가 더욱 빛이납니다.
늘 좋은 가르침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이라니요?
그냥 도반이요 회원이요
길동무지요.
여하튼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노래가 그런 노래 였네요.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품격이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근데 도반님은 전직 문학에
관련 된 분 아닐까? 혼자 상상해 봤습니다. ㅎㅎ
조영남의 목소리로 듣는것도 좋지만
작사하고 작곡한 이제하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것도 감칠만 나데요.
고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김옥춘 올림
네에.
청솔 참 부드런운 이름이죠.
모란이 피기까지라는 시와 이제하님님의 시
선배님의 수려하신 글에 머물며 모란 동백의 노래를 들으며 함께 불러봅니다
건필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선배님^^
네에, 고마워요.
그런데 청솔이라면 나쁜 기억도 있긴 하지요.
한겨울 산에 가서 청솔가지 꺾어다 아궁이에 마구마구 집어넣던 기억요..
청솔에 눈꽃 내려앉으니
소담소담 눈 무덤
삭풍에 날리우는 눈가루
머~언먼 그리움에 목 메어
돌아가리
저 허허로운 들녁으로
날아가리
저 청아한 하늘로
2025. 2.2 雑詩
절창입니다.
아우라 님의 글은 벌써 예사롭지 않은 걸 알았지요.ㅎ.
저는
청솔님의 아이디를 보면 키가 크고 날렵한
몸매에 지성미,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널리 알려주고 싶은 분으로 상상돼구요.
도반님은 모든 걸 통달하시고 산속에서
대금 부는 사람으로~~~~
우리 마초님은 세계 만방을 뛰어 다니며
아직도 세상에 열정이 가득하신 분.
박희정님은 아직 사랑의 결실을 못 맺어서
안타까워하며 낭만을 쫓는분 같아요.
배움과 지성을 항상 갈망하는 저는
삶의방 회원 한분 한분마다 소중한
삶의 선생님들이십니다.
근데~~~~
지존님은 요즘 왜 안 보이시나요?
제발, 일이 잘 풀려서 한몫 잡으셔야 하는데....
지금 그러시는 중이지요?
저에겐 과찬입니다만
다른 분들은 그런 분위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