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그냥내옆에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헤어졌다.
애인의 부모님이 우리의 연애를 아셨기 때문. 며칠간 외출 금지였다가 겨우 나온 너. 어쩌면 부모님이 감시할지도 모르니 폐쇄적인 공간을 찾자며 코인노래방에 간 우리. 그렇게 우리는 남들 다 즐겁다는 크리스마스 날, 코인노래방에서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이런 날이 온다면 어찌할 거냐는 대화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당연히 거짓말하면서 계속 만나지"라고 말했던 서로가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는다.
겪어보지 않은 미래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헛된 희망이 더 큰 불행을 가져옴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형태의 사랑을 하는 예술을 사랑했다. 자우림의 <있지>는 우리가 만나게 된 계기이자 연애하는 동안 서로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였고, 영화 <윤희에게>는 잔잔한 여운을 준다며 서로가 환호했던 작품이다.
그땐 마냥 좋았다. 그냥 좋았다. 마치 내가 그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감정을 다 이해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나는 틀렸었다.
이제 와서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가사 하나하나에 눈물이 흐른다. 그저 하늘이 너무 파래서 울었다는 감정도 이해가 간다. '있지'를 반복해서 외치며 전하고 싶어도 전하지 못한다는 그 심정 역시 이해가 가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영화 역시 다시 봐보니 우리와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된 윤희와 쥰의 아픔이 이해가 간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편지를 아무리 써봐도 전할 용기가 없어 부치지 못 한 편지가 쌓여있다는 것 또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나도 몇 십 년 뒤에 우연한 기회로 너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애써 웃으며 꿈을 꿔본다.
그리움만이 한가득 남아있다. 우리는 너무나도 비슷했다. 이상한 포인트에서 웃는 것도, 남들은 하지 않는 독특함을 찾아 떠나는 것도,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도, 행동도, 생김새도.
나와 비슷한 너를 사랑했고,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잔인하지만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것이 흔한 일인가? 역시 우리는 독특해!'를 외치며 이 아픔을 승화하고자 한다.
풋풋한 사랑을 했고, 서로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만들어졌다. 언젠가 밝게 웃는 너의 옆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서는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건 나의 너무나도 이기적인 욕심. 보낸 사람을 잡는 건 집착. 욕심이 불러온 집착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테니.
우리, 잘 살아가자. 각자의 길에서 행복을 찾자.
추신. 또 자우림 노래를 듣다가 이런 글을 써버렸네. 나름 잘 지내고 있었는데 새벽은 나를 가만둘 생각이 없을지도?ㅋㅋㅋ 매년 다가올 크리스마스에는 너를 기억할게.
첫댓글 글 너무 좋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1.18 0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