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그 시간에는 하지도 않던, 인터넷 신문을 뒤지다가 전우익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었는데, 아무래도 찾아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은 저를 전혀 모르시고 저와는 만나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언젠가 기회가 닿는 대로 찾아봬야지,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야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선생은 저를 전혀 모르시지만, 저와는 아주 간접적으로나마 인연의 끈이 놓인 분입니다.
그 분이 내신 책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의 인세를 모두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셨고, 그에 따라 출판을 맏았던 현암사도 그 책의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4억여 원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아름다운재단의 '아름다운 작은 도서관 가꾸기' 기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각 지역의 소외계층 또는 책읽기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지원을 신청한 곳을 매달 한 곳 선정하여 어느 정도 분량의 책과 책장 등을 지원하는 것인데, 한 곳에 300~500권의 책을 보내주게 되었습니다.
올해 4월 첫 지원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지원 대상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소천초등학교 분천분교장 내에 있는 도서관이었지요.
그 곳의 마을 어머니들이 생각하여, 예전에 관사로 쓰던 곳을 약간 개조해 만든 도서관이었는데, 우연히도 전우익 선생님의 근처 마을(실제로는 매우 떨어진 곳이지만)이 첫 지원대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사업이 시작되면서 아름다운재단의 요청에 따라 지원할 책 고르는 일을 조금 도와주고 있습니다.
가끔이나마 참여하면서, 그 분의 마음에,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서 늘 고마움을 느꼈왔습니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일은 만들어질 수 없었고, 이 세상의 따스함을 조금은 덜 느끼며 살아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급히 아름다운재단의 간사에게 연락을 하여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그 소식을 늦게 알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단의 간사 두 분과 오후 1시 50분 버스를 타고 봉화에 도착하니 4시 30분 정도가 되더군요.
사람들에게 물어 봉화읍 내에 있는 해성병원은 바로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영정 사진을 봽고, 미안함과 고마움이 엇갈리는 감정을 느끼며 절을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일찍 찾아뵈었어야 했을 텐데 조금 늦었습니다, 하며 속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허, 뭐하려 힘들게 왔는가" 하시더군요.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잠시 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났습니다.
저녁 6시 40분에 서울로 오는 버스가 막차더군요.
집에 도착하여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선생님,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할아버지의 그 고마운 뜻,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뜻한 애정이 이 세상의 큰 불빛이 됩니다.
고맙고, 존경스러운 할아버지, 하늘나라가 있다면 천국에 밝고 따스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거기 앉으시면 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
첫댓글 갑자기 가슴이 찡해지네요.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를 읽은 저로서는.. 더더욱 슬픔이 밀려오네요.. 정말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요..
책이란 그런 대화의 장이겠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저는 책으로만 봤지만,나이든 사람중에서도 존경할만한 분이라고 봅니다.글로 보기에 사람들에게 좋을 글 쓰시는 괜찮으신 분이신데,오래사셔서 조금 더 좋은 글을 더 남기고 가셨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드네요.
도서관 가꾸기...초등학교 도서관 사서로 있는 저는 이 말을 들을때마다 흐뭇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