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무렵 나의 정년퇴임식을 해 준 아이들을 어렵게 만난다.
몇번 밥을 사겠다고 하는데 연락을 맡은 정희의 바쁜 사회활동 때문인지 쉽지 않았다.
그래도 1년이 되기 전에 연락하라 하니, 8월 5일이 좋겠단다.
가능한 친구끼리 산에 다녀와 저녁에 만나기로 윤곽을 짜고 기다리는데 연락이 없다.
속으로 조바심이 나지만 기다린다.
그들의 1년 선배인 류상원 등에게도 저녁 식사자리에 오라하니 3명이 온댄다.
은정이가 통보해 온 산행자는 정희 정오 일동이다.
은정이는 저녁에 식당으로 온댄다.
정희에게 정오에게 연락하라 하니 12시쯤에 내가 그늘길이라고 제안한
2수원지로 온댄다.
마륜을 10시 반에 출발해 11시 잔쯤에 선교에 닿는다.
내일 칠보산에 갈 도시락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날 수원지 주차장에 내려주고
바보는 시내로 친구 만나러 간다.
12시가 되기 전에 정희가 점암에서 버스타고 오는 정오를 데리고 오겠다고 기다리라 한다.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누웠다가 주변을 돌다가 기다리다 막걸리를 사오라 한다.
12시 반쯤에 둘이 택시를 타고 왔다.
김밥을 먹고 걷자는데 난 조금 걸어 물 가에서 먹자고 한다.
저수지 옆을 지나 끝부분에 물로 들어간다.
주차장에 차가 많더니 내려가는 이들이 많다.
김밥에 바보가 아침에 삶아준 수육을 꺼내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신다.
두병이 금방 사라진다.
내가 옷을 입은 채 물에 들어가자 발만 담그던 그들도 들어간다.
피래미들인지가 많이 맑은 물에 그림자를 드리며 몰려 다닌다.
정희가 맨손으로 피래미 잡기를 시도하자 정오가 들어가 물새우를 잡는다.
챙겨 일어나 용추폭포로 오른다.
물은 많지 않지만 지난 폭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계곡을 걷는다.
노랑상사화가 여럿 반겨준다.
발을 다친 정희가 늦고 정오는 뒤에서 금방 따라온다.
용추폭포에 닿자 일동이가 폭포 앞에 서 있다.
난 여전히 옷을 입은 채로 양말을 벗고 아래서부터 물을 따라 폭포 속으로 들어간다.
정희와 정오가 다녀 오고 일동이도 폭포에 다녀 온다.
작은 탁자를 펴서 일동이가 가져 온 막걸리를ㄹ 마신다.
잔도 양은잔으로 네개를 준비해 왔다.
한 때 산악회를 조직해 운영하기도 했단다.
난 내가 마륜지를 편찬하고 싶다고 일동에게 안내를 부탁한다.
선생이란 자가 제자(현 시대에 제자?)에게 부탁이나 한다.
내가 가져간 소주도 다 떨어지고서야 우린 일어난다.
삼거리에서 일동이는 차를 둔 목장 쪽으로 가고 우린 중머리재로 오른다.
푸르른 산록의 정상을 쳐다보기만 하고 새인봉으로 내려간다.
길에서 벗어나 바위 끝으로 올라간다.
둘도 잘 따라온다.
일몰을 보고 내려오면 좋겠지만 6시에 정희가 예약해 둔 실비코너까지는
버스를 타야 할 것 같다.
6시 10분쯤 도착하니 상원이와 경수 병철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런 폭염경보가 내린 날 산에 꼭 가야하시느냐고 한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은 과일 안주부터 병어구이까지 골고루 나온다.
난 기분이 좋아 술만 마시자 정희가 내 접시에 여러 차례 고기를 담아 준다.
정오가 점암에 돌아가 서울 병원에 가시 ㄴ어머니 대신 고추를 따고 말려야 하고
일동이도 화순으로 간다한다.
정희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카카오로 계산해 준다.
바보는 낼 산에 가려면서 또 술을 마셨느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