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0월 24일 목요일 (연중 29주간)
제삼권
제 73 편
(아삽의 노래)
1 하느님은 참으로 이스라엘에게 어지시고 주님은 마음이 깨끗한 사람에게 복을 내리시거늘,
2 나는 미끄러져 거의 넘어질 뻔하였습니다.
3 어리석은 자들을 부러워하고 악한 자들이 잘사는 것을 시샘한 탓이옵니다.
4 그들은 피둥피둥 살이 찌고 고생이 무엇인지 조금도 모릅니다.
5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겪지 않으며 사람들이 당하는 쓰라림은 아예 모릅니다.
6 거만이 그들의 목걸이요, 횡포가 그들의 나들이옷입니다.
7 그 비곗덩어리에서 악이 나오고 그 마음에서 못된 생각이 흘러 넘칩니다.
8 그들은 낄낄대며 악을 뿌리고 거만하게 을러메며 억누릅니다.
9 하늘을 쳐다보며 욕설 퍼붓고 혓바닥으로 땅을 휩쓸고 다닙니다.
10 그리하여 내 백성마저 그들에게 솔깃하여 그들의 물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11 그러면서 한다는 말은, "하느님이 어떻게 알랴, 가장 높은 분이라고 세상 일을 다 아느냐?"
12 그런데 그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악인이어도, 몸은 항상 편하고 재산은 늘어만 갑니다.
13 나는 과연 무엇하러 마음을 맑게 가졌으며 깨끗한 손으로 살았사옵니까?
14 이렇게 종일토록 얻어맞고 잠만 깨면 받는 것이 책벌일 바에야?
15 나도 그들처럼 말하며 살고 싶었지만 그것은 당신 백성을 배신하는 일이겠기에
16 혼자 생각하며 깨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눈이 아프도록 고생스러웠습니다.
17 마침내 당신의 성소에 들어와서야 그들의 종말을 깨달았습니다.
18 당신은 그들을 미끄러운 언덕에 세우셨고 패망으로 빠져들게 하셨습니다.
19 삽시간에 당한 그들의 처참한 최후, 공포에 휘말려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허황된 꿈처럼
20 주님은 일어나셔서 그들의 몰골을 멸시하십니다.
21 내 마음이 쓰라렸을 때, 창자가 끊어지는 듯 아팠을 때,
22 나는 미련하여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당신 앞에서 한 마리 짐승이었습니다.
23 그래도 나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아 당신께서 나의 오른손을 잡아주셨사오니,
24 나를 타일러 이끌어주시고 마침내 당신 영광에로 받아들여 주소서.
25 하늘에 가도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사옵고 땅에서도 당신만 계셔주시면 그에서 무엇을 더 바라리이까?
26 이 몸과 이 마음이 사그라져도 내 마음의 반석, 나의 몫은 언제나 하느님,
27 당신을 떠난 자 망하리니, 당신을 버리고 다른 신을 섬기는 자, 멸하시리이다.
28 하느님 곁에 있는 것이 나는 좋사오니, 이 몸 둘 곳 주님이시라, 하신 일들 낱낱이 전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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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73편부터 제3권이 시작됩니다. 3권의 주제는 주로 개인과 국가의 문제에 기도와 탄원 등입니다. 어둡고 힘겨운 상황이 계속되고, 그때 하느님께 부르짖는 간절함이 묻어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머리말에 나오는 아삽은 다윗이 레위 가문에서 발탁한 예배 음악 감독이었습니다. 그의 시가 83편까지 계속 등장합니다.
시편 73편은 불의한 현실과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민족적으로 어려운 재앙을 겪고 난 후,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신앙만큼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의 내용을 담고 있는 교훈 시편에 속합니다.
시인 자신도 바르지 않은 현실에서 크게 자신의 믿음과 신념이 흔들렸음을 고백합니다. 다른 이들의 악행에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들을 시샘한 마음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악한 이들이 잘되는 꼴을 보며 드는 인간의 양가감정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고 동행하심을 늘 고백하지만, 불의한 사람들 더 나아가 하느님이 안 계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고 사는 것을 흔히 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매양 한가지입니다. 오늘 시인의 이러한 고민은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결코 한 번의 설명과 체험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오늘 시인은 진정으로 깨닫고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성소에 들어와서 비로소 알아챈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소는 곧 그분의 뜻을 진심으로 알았을 때를 말합니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한 것 그리고 그들의 악행에 대해 고통스러워한 자신을 돌아 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인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도 불의한 사람들이 누리는 안락함과 힘을 가지지 못함이었음을 고백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무관심이 아니라, 불의한 자들이 누리는 것들에 대한 시샘이었다는 말입니다. 우리 깊숙한 내면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노래입니다. 진실한 참회 후 시인은 하느님 안에서 다시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성소에 들어왔을 때(17절)가 바로 그때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세상의 뒤틀린 많은 현실을 매일 마주하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구하고 바랄 것은 그분의 성소에 드는 것 즉 하느님 안에 살도록 노력하는 마음입니다. 하느님의 동행하심을 믿는 우리는 잘못된 현실을 외면하고 나 자신만을 위해 기도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긴 호흡으로 사는 신앙인이 되기를 소망하자는 말입니다. 온몸과 마음이 그분 안에 거하며, 그분의 일들을 내 삶으로 드러내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첫댓글 마침내 당신의 성소에 들어와서야 그들의 종말을 깨달았습니다.(17) 그래도 나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아 당신께서 나의 오른손을 잡아주셨사오니, 나를 타일러 이끌어주시고 마침내 당신 영광에로 받아들여 주소서.(23-24)
온몸과 마음이 그분 안에 거하며, 그분의 일들을 내삶으로 드러내게 되기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