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쯤인가? 목돈이 생겨 그전부터 맘에 품던 당시 대우의 매그너스를 구입하려 했습니다~
이미 나온지 몇해 지나서라 대리점에서도 시승시켜주는 곳이 없어 시승이라도 해보고 사려고 장안평 시장까지 가서 키를 받고 매그너스의 시동을 걸니 ... 이게 거의 새차 인데도 엔진에서 우와 탱크같이 우렁찬 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 바로 그냥 내려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부근 대우전시장의 매그너스 전시차를 시동을 켜보니 마찬가지 였습니다 ... 부왕하고 역시 탱크처럼 크고 거칠은 음만~
당시 타고 있던게 91년식 소나타 2.0 골든팩(lcd 계기판) 10년된 차량보다 어째 엔진정숙도에서 상대가 되질 않았습니다 ... 참네 저런 똥차를 왜 2천만원에 사? ... 현대차와 대우차의 판매가 비교되 되지 않을 정도로 현대가 우세 했던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고, 그때 나는 소나타가 좀 질려서 디자인이 맘에 들었던 매그너스를 사려 했던건데 엔진이 저 모양이니 ㅉㅉ
이듬해 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늘 관심의 대상이라 국산 뿐 아니라 전세계 차량의 사소한 스펙까지도 굳이 외우려 들지 않아도 자동으로 머리에 박힐 정도로 관심이 많았는데 ....... 여유가 생기다보니, 그 동안 관심을 끊고 지내왔던 오토바이가 모락모락하기 시작한 겁니다.
2002년 월드컵 열기가 끝나고 마눌과 녀석과 동네 마실을 하는데 동네 골프연습장에 주차된 크루즈II 125가 있어 그냥 한번 슬쩍 올라타보기만 합니다 ... 근데 그 느낌이, 우와 완죤 핸들을 잡는 그 묵직한 느낌과 중량감과 함께 완죤 본능적으로 "요놈 무진장 재밌겠다" 싶었고 cl-90과 cb250을 탓던 습관과 추억이 확 불타오르는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선 한 3개월 간 이놈(크루즈II 125)을 사고 싶어 끙끙 앓다가 각하에게 애걸복걸 통사정을 하는데 ... 당연히 NO 이지만 끈질긴 설득(동네서만 타고 다닌다) 끝에 겨우 허락을 득했는데, 마눌은 "그럼 중고는 위험 하니 새차를 사라"고 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데 낭비하고 싶지 않아 굳이 중고를 사겠다고 하고 동네에서 좀 떨어진 센터에서 허름한 크루즈II 125를 25만원 주고 매입 합니다!
당시 택배시장에서도 크루즈125는 가격이 싸구려라 vs125의 절반값 이었고, 디자인도 구리고 비싼 vs125는 당연히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멋진 디자인의 크루즈II 125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탄지 10년도 넘어선 지라 키를 받고 집에 오는데도 시동 몇번 꺼먹고 할 정도로 타는 방법까지 잊어 버릴정도 였고, 이내 감각을 찿아 구기터널에 진입했을 때는 떨릴 정도 였습니다 ... 차들이 뜸 할때 쯤 본격적으로 구기터널로 진입해서 크루즈를 몰기 시작합니다 ... cl-90 만큼은 아니지만 이놈도 진동이 상당했고 ... 일단 가장 놀랬던건, 얘가 시속 80을 넘어서도 100까지도 마구 가능할 정도 였고 거기다 시속 80을 넘으니 우와 진동도 사라지면서 땅바닥에 쫙 깔리면서 안정적으로 시속 100을 달리는 것 이었습니다, 진짜 감탄 했죠!!
그 이후로 너무 기특해서 이놈 타고 정말 퇴근후 뿐만 아니라 이놈이 무겁지도 않고 우와 힘이 무척 좋아 오프로드도 무지 잘 할거 같아 주말만 되면 근교 파주 부근 험한 임도도 너무 잘 주파해 주는 것 이었습니다 ... 그렇게 완전 익숙해 지자 드디어 투어를 가려고 맘을 먹습니다 ... "차가 꼬물이니 가다가 고장나면 버리고 오자"라고 작정을 하고 춘천을 다녀오는데, "고장이 안나네?" 거기다 차가 너무 잘 나가서 진짜 80만 넘으면 진동도 사라져 달릴수록 바닥에 쫘악 가라앉아 고속안정성도 좋아 ... 이거 완죤 임자 제대로 만났죠!!
그러면서 크루즈II 125와의 기나긴 여정과 전설이 무려 20년간 이어진 것 이었습니다 ... 그 모든 여정은 당 카페에 고스란이 기록이 되어있고!
그러면서, 그 동안 거의 평생 같이 눈독을 들여왔던 자동차는, 그냥 한순간에 관심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 온세상 차 통채로 줘도 다 트럭에 실어버릴 정도로, 그 계기가 바로 오토바이를 다시 타기 시작한 순간 부터였고
그렇게 한순간에 관심이 식으니 ..... 가장 크게 소득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바로 "정신구조"가 바뀐 것 이었습니다, 자동차라는 물질에서부터 완전히 자유함을 얻게 된 것 이었죠!
그리고 그렇게 죽 이어집니다, 그렇게 ... 크루즈II 125랑 계속 쭉 ... 중간에 머시기 머시기 기종들과 함께 죽죽
모터사이클은 사실, 사실상 그게 맞습니다 ... 지엽적인 취미거리 입니다, 지금도 나에게는, 맞습니다 ... 지엽적인 취미거리 입니다!
다만, 그 애착도와 관심이 지대한 건 사실이고, 아무리 갖고 싶은 원년형 vt1100c 모델이라도 굳이 부엉이 cbr900rr 이나 q3와 바꾸지는 않죠(tr150을 처분하려 했지만 실패) ... 그냥 거기까지~
대략, 이 사고방식은, 사실 40대 부터도 의구심은 늘 있었지만 50줄 들어서면서 부터 본격화 되기 시작했고, 의구심을 완전 해소 했다 싶은 때가 대략 60(한국나이) 먹고서 인것 같습니다~
사실 물질적으로(십일조) 무척이나 지출이 심했던 게 사실입니다, 성격상 한번 디디면 완전 몰입하느라 에누리 없이 곧이 곧대로 하는 작자라서, 굳이 셈 하자면 1억 가까이 될까? ... 아깝다기 보다는, 굉장히 값비싼 댓가를 지불해야 했고 했다라고 할까?
그 전에도 30대에도 이미 인식해 왔었지만(종교단체의 각종 비리와 부패), 그냥 그려러니 뭔가 더 깊은 뜻이 있겠지~ ... 그래서 얘가 허구헛날 파는데가 인류, 생명의 기원, 진화 이런 데 입니다, 그 다음에 cbr900rr, cbr1000rr, vt1100c, zephyr 1100, 우효(oohyo), 스페이스카우보이, bwv974, bwv813, 2차대전, 당구, 축구 etc etc
지금 시점에서는, 모든 게 많이 헛되고 부질 없었다고 생각 되기는 하지만 그런것도 다 과정이었지 않나 싶고, 그 값 비싼 대가라는 건 사실 그 댓가를 구하기 위한 코스였다고도 봅니다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뤘다는 것은, 그게 종교든 사상이든 의구심이든 나를 속박시키는 것들로 부터 자유함을 얻었다는 것이고 ....... 얻어보니, 크루즈II 125를 타면서 부터 자동차에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 졌듯이(물질에 있어서만큼은), 나를 지배하고 있던 속박들로 부터, 굳이 셈하자면 이제 두번째로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지는 과정으로 가고있다고 생각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