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天命)을 따라 삼가라
“하늘은 복 없는 사람을 태어나지 않게 하시며, 땅에서 명분 없는 풀을 자라게 하지 않으시느니라.[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明心寶鑑(명심보감) 省心篇(성심편)>.
우리는 우연히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하나님은 오래 전에 우리 각자를 마음에 품으시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 각자를 개별적으로 계획하고 축복하셨다.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우리를 창조하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다. 하늘에 있는 것들과 땅에 있는 것들,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왕권이나 주권이나 권력이나 권세나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그분으로 말미암아 창조되었고, 그분을 위하여 창조되었다.”(골로새서 1장 16절).
그러므로 우리가 인간답게 살고자 한다면 나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 나를 향한 천명(天命)을 알고 그 천명을 따라 삼가고 행동하면서 살아가야한다.
조선시대 숙종대왕의 환후(患候)가 회복되자 꽃피는 봄날을 택하여 대궐에 큰 잔치를 열고 음악을 연주하며 모든 신하들이 나서서 왕의 무병장수를 빌며 경하하기에 바빴는데, 유독 한포재 이건명 선생은 시(詩)를 지어 “천명(天命)을 삼갈진댄(勅天之命) 때마다 삼가고 기미마다 삼가야 한다.”는 순임금의 말을 상기하면서 나라를 올바로 이끌기 위해서는 천명(天命)에 따라 삼가라는 말을 하는 신하가 반드시 필요함을 상기하였다.
누가 천명을 삼가는 글 이으려나(誰賡勑命章)
············································································· 한포재 이건명 선생
진연(進宴)후 삼가 종형인 소재공의 운을 차운하다[進宴後謹次從兄疎齋公韻〕
하늘이 우리나라 위해 온갖 상서 내리니 / 天爲吾東降百祥
환후가 평복(平復)된 새 경사에 축수(祝壽)를 드린다오 / 乃瘳新慶屬稱觴
연회 자리의 봄 나무엔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 賓筵花耀長春樹
화봉삼축(華封三祝)의 공은 각로방(却老方)보다 크도다 / 華祝功高却老方
많은 신하들의 칼과 패옥소리 울리고 / 濟濟群工鳴劍佩
신선 음악에 생황(笙簧) 곁들여 연주하네 / 飄飄仙樂間笙簧
미천한 신은 찬양할 필력 없음에 부끄럽나니 / 微臣愧乏揄揚筆
궁궐에서 누가 천명(天命)을 삼가는 글 이으려나 / 舜殿誰賡勑命章
[주-1] 진연(進宴) :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대궐 안에서 베푸는 잔치이다. 내진연(內進宴)과 외진연(外進宴)이 있다.
[주-2] 종형인 소재공(疎齋公)의 운 : 소재 이이명(李頤命)이 지은 〈진연일에 기쁨을 기록하여 연회에 참석한 여러 공에게 적어서 올리다[進宴日志喜錄呈與宴諸公]〉를 가리킨다. 《疎齋集 卷2 進宴日志喜錄呈與宴諸公, 韓國文集叢刊 172輯》
[주-3] 화봉삼축(華封三祝) : 화(華) 땅의 봉인(封人)이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라고 하는 세 가지로 요(堯) 임금을 축도(祝禱)했던 데서 온 말이다. 《莊子 天地》
[주-4] 각로방(却老方) : 선가(仙家)의 불로장생법(不老長生法)을 말하는데, 한 무제(漢武帝) 때에 방사(方士) 이소군(李少君)이 각로방을 가지고 무제를 알현하여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史記 孝武本紀》
[주-5] 천명을 삼가는 글 : 《서경》〈익직(益稷)〉에 “순(舜)임금이 노래를 지어 말씀하기를 ‘천명(天命)을 삼갈진대[勅天之命] 때마다 삼가고 기미마다 삼가야 한다.’라고 하였다.” 고 기록되어 있다.
<출처 : 한포재집(寒圃齋集) 제2권 시(詩)>
오늘날 우리나라는 왕정(王政)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데도 자신에게 충고해달라는 대통령의 말을 들은 적이 없고 천명(天命)을 따라 삼가는 마음으로 행동하라는 직언(直言)을 하는 관료나 참모진이나 당료를 찾아보기 극히 어려우니 이것이 우리나라의 앞날이 크게 걱정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부정선거의 문제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전 국민의 과반 이상이 수사해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데도 정부여당과 대통령과 관료들, 나아가 주요언론들 조차도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니 이것은 앞날에 닥칠 큰 화(禍)의 근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이 일을 어이할까? 이제는 국민들이 모두 깨어나 천명(天命)을 따라 삼가는 마음으로 행동하라고 크게 외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겠다. 우리 헌법은 국민저항권을 용인하고 있으니, 의인(義人) 열 명이 없어 망한 소돔과 고모라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2024.10.17.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