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복집
김 부 회
P형의 주선으로
삼 십여 년 만에 만난 선배와 동기
잠시의 어색함은 이내 사라지고
살아온 이야기와 질곡의 시절이 잘 다듬은 활복이 되어
펄펄 냄비를 끓인다
전철을 타고 오거나
서울 따릉이를 타고 오거나
중형 세단을 타고 오거나, 모두
오가는 길이 다르기에 목적지도 다를 줄 알았는데
도착지는 다 같은 강서 복집
무엇을 했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닌
아무개와 아무개로 활짝 웃을 수 있는 지금,
세월에 묻어온 색감은 모두 회색빛
가족과 가장이라는 무게를
등짐처럼 걸머지고 살다 때론 넘어지기도
때론, 양화대교를 흐르는 까만 강물의 유혹에
나를 던지고 싶었던 한때의 좌절도
다 지나간 일
남은 일은, 이제껏 그런 것처럼 살아가는 일
해야 할 일은 다 한 것 같고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사는 일
보태거나 곱하는 셈법은 버리고
빼는 셈법을 공부하는 일
한참을 웃다 헤어지며
- 자주 보자구
몸에 밴 인사를 나누다 문득
강서 복집, 네온사인이 눈에 멈춘다
등이 따듯한 사람들, 어둠이 덩그러니 남아
냄비의 온기를 더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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