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6. 울산광역시.
들어나 봤슈, 깨엿하늘소? 하늘소 도감을 몇 권 갖고 있으면서도 이름조차 생소한 깨엿하늘소입니다. 크기는 대략 5mm 정도 됩니다. 꼬마산꽃하늘소가 5~7mm 정도인데 그보다 작으니까 5mm 이하라고 보면 됩니다. 국수나무에서 꼬마산꽃하늘소와 하늘소붙이 종류를 찍고 있는데 하늘소붙이보다 더 작은데 더듬이가 기다란 녀석이 있길래 귀찮지만 일단 찍어놓고 한 달 넘게 숙성을 좀 했더니 이름이 드러나네요. ㅋㅋㅋ
왜 깨엿인지 그 유래를 알 수가 없으니 정말 엿 같긴 하지만 추측이야 돈 안 드는 거니까 맘대로 해보려 합니다.
옥수수엿이든 고구마엿이든 찹쌀엿이든 모든 엿은 녹말에다가 엿기름(녹말을 당분으로 만드는 효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보리의 싹을 틔워 가공해서 말린 것)을 섞어서 발효시킨 후, 찌꺼기를 걸러내고 액체만 솥에 넣고 약불에 오래오래 저어서 만든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찐득한 엿이 바로 갱엿입니다.
그걸 그대로 굳혀서 먹으면 이빨이 나갈 정도고 강하고 덜 굳히면 너무 찐득해서 이가 좋지 않았던 옛 어른들이 갱엿 먹다가 이가 뽑혀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엿이 아직 뜨겁고 물렁물렁할 때 사람이 양쪽에서 서로 당겨서 오래오래 길게 늘이는(마치 수타면 뽑듯이 당겨서 접고 또 당겨서 접고 이를 반복하여가늘게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를 '엿 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세로로 긴 줄이 있는 누런 엿가락(엿가래)이 됩니다. 들러붙지 않게 쌀가루나 밀가루를 겉에 묻히면 흰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 엿가래를 부러뜨려서 그 속의 구멍의 수효와 크기를 비교하여 승패를 겨루는 놀이가 바로 엿치기입니다.
여기서 '갱엿(국어 사전 : 푹 고아 여러 번 켜지 않고 그대로 굳혀 만든, 검붉은 빛깔의 엿)'의 색깔이 검붉은 빛깔인데 사진에 보는 깨엿하늘소의 색깔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엿하늘소'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깨-'입니다. 아시다시피 '깨'라고 하면 흔히 참깨를 얘기합니다. 그런데 참깨는 비싸기도 하거니와 알이 너무 작고 결정적으로 지질(지방질, 즉 물에 녹지 않는 유기화합물)이 대부분이고, 당 발효에 필요한 녹말이 적으므로 그 자체로서 엿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즉 '깨엿'이라는 건 깨로 만는 엿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국어사전에서는 깨엿을 '볶은 깨를 겉에 묻힌 엿'으로 풀이합니다.
이렇게 보면 깨엿하늘소는 깨엿의 색깔이나 무늬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게 됩니다. 사진의 어디를 봐도 참깨를 뿌려둔 것 같은 무늬가 없거든요.
그렇다면 답은 하나로 귀결되네요. '깨로 만든 엿'과 같은 색을 가진 하늘소가 아니라 '깨알처럼 작으면서 갱엿 색깔을 가진 하늘소'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이름 하나 때문에 요래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