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아크릴
崔 秉 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다만 이기지 못해
지는 척을 했을 뿐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싸움질의 전부가 아니다
먹고 입고 눈을 뜨며
팔다리를 움직이는 그러면서
육신의 생리현상을 견뎌내는 일
그것이 진짜의 싸움질이다
공짜로 주고받는 역시 흔치 않다
인심을 쓰는 척 너스레를 떨지만
배려의 절대성이란 반반의 농간일 뿐
따지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돌로 맞아 지당한 경우가 어디 있고
그 정도도 참지 못해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은 역사가 어디 있던가
미끄러운 곳이나
험한 곳을 피하지 못했다면
벌칙은 생각보다 엄중해야 한다
이 나이에 승부가 무슨 대수냐고
주책없는 요술놀이를 부채질하지만
육신의 농간은 승부를 빌미로
뒷짐 지고 구경만 하랬는데
그래서인지 남의 몫은
언제나 깊숙하게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기고 지는 것이란 오직 결과 일뿐
약속이란 원래 지켜지는 게 아니라
깨어지는 것에 불응하여
동의하지 않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원하는 것을 모두주거라
누구의 충고인지도 모를
철 좀 들으라는
스티커 몇 장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 2023. 05. >
코코트리 꽃 (Cub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