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대개 명절에 집을 나갔다 동그랑땡 재료를 베란다 바깥에 한가득 쌓아두고서 언제 싸놓았는지 모를 가방을 어깨에 덜렁 지고 집구석에 붙는 수식을 만두 빚는 법보다 먼저 알려줬다 개씹스런김씨집안 같은 어디에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말을 ⠀ 식탁 위에는 껍질이 반쯤 날아간 배와 사과가 있고 나는 이것들을 언제 먹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나무 수저가 상 위를 여러 번 훑고 나면 대추 한 알을 보란 듯이 씹었다 귀신들이 먹다 남긴 음식은 언제나 뒷맛이 씁쓸했다 ⠀ 혼자 남은 것처럼 구는 아빠를 미워하는 대신 엄마를 붙잡지 않았다 아빠는 나와 동생 몫의 절을 그들에게 올리고 해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반듯하게 모인 양손이 앞으로 쏟아지면.. 나는 숨을 참았다 이십 년째 지방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겐 무너진 법식이란 걸 아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아빠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세 달에 한 번 집에 왔다 아빠를 보러 가는 일은 일기가 되었다 여덟 줄 노트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 홍천으로 가는 버스의 앞 좌석은 언제나 우리의 차지였다 엄마와 동생이 둘이 앉길 나는 내심 바랐다 그래야만 달리는 가드레일에 머리를 박는 상상을 할 수 있었으니까 아마 그 즈음에 우리를 목격했던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개씹스런집안이란 걸 모르지 않았을 거다 바지 주머니에 숨겨놓은 몽당연필로 버스 기사를 향해 악을 지르는 엄마의 발개진 목울대를 푹 찔러 버리는. 사방으로 튄 거뭇한 피가 얼굴에 닿고.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내가 엄마의 두툼한 손을 꼭 잡는 상상을. 다시는 궁핍하고 얄팍한 속내를 남들에게 들키지 마. 그러지 마. 강해 보이려 애쓰지 마. 끝내주는 유언을 남겨주고 싶었지만 ⠀ 그날은 학교를 가야 했고 햇살이 잘못 장전된 총알처럼 빳빳한 인조 가죽 소파 위에 앉은 아빠와 나를 번갈아 겨눴었지 ⠀ 와이 아 유 히어? 혀를 힘껏 뒤로 밀고 말았다 미끄러진 발음이 조금은 억울했지만 아빠가 지었던 표정을 떠올리면 목덜미가 미지근해졌다 ⠀ 그들은.. 탓할 사람이 필요하다 ⠀ 나는 기꺼이 어지럽게 엉킨 뱃속을 그들에게 들이민다 ⠀ 집안을 말아먹을 년이라는 무당의 말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상한 기도를 담뱃불 위에 매일 쏘아보낸다 씨발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아무리 애써도 너네 밖에 없는데 개씨발새끼들아
첫댓글 일기여?? 나는 머선 소설인줄!!! 넘 잘읽었어!!
소설인줄 알았어b
잘읽었어!!일기를 이렇게 소설처럼 쓸 수 있구나..난 맨날 어디어디갔다... 맛있었다.....ㅠ
와......책내봐 여시야!!
나도 소설인 줄 알았어. 설이 다가와서 마음이 싱숭생숭한가보다...나도 그래ㅜ
잘읽었어 !! 무슨 책인줄알았어 진짜
대박..
맞아 씨발 애가 갈데가어딨겠냐고
여시야
글이 술술 읽혀 잘봤어
ㅜㅜㅜㅜㅜㅜㅜ 잘읽었어!! ㅜㅜ 너무 공감된다….. 하이고… 맘이 그러네
필력 미쳤는데...
소설이아니였다니..
와 왜케 잘읽혀? 남의 일기를 무슨 소설마냥 읽어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