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대.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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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돌출적인 인물이 더러 있다. 그들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이형기 시인도 시인들 나라에서는 천재 가운데 한 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17세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1950년 ≪문예≫ 추천)했다는 기록이다.
무릇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 영혼의 울림이 있는 문장이 들어있기 마련인데 이 시의 첫 문장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좋은 시는 우리들 삶에 지침을 준다. 맑지 않은 인생, 고달프기만 하고 평온하지 않은 인생. 그런 인생의 한가운데서라도 맑은 인생을 꿈꾸게 하고 평온을 가스에 안게 한다. 여릿여릿 어지럽게 걸어온 나의 지난날. 이 한 편의 시가 나와 동행했다는 것을 이제 와 새삼 가슴에 감사함으로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