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연중 29주간)
제삼권
제 74 편
(아삽의 시)
1 하느님, 어찌하여 끝까지 우리를 버리시며 어찌하여 당신 목장의 양떼에게 진노하십니까?
2 기억하소서, 한 옛날부터 당신께서 얻으신 이 백성을, 당신 차지로 속량하신 이 지파를, 당신의 처소로 정하신 시온 산을,
3 이 끝없는 폐허에 발길을 옮기소서. 원수들이 성소 안을 휩쓸었습니다.
4 원수들은 당신의 백성이 모이는 곳에서 고함을 치며 승리의 표로 저희 기를 여기저기 꽂았습니다.
5 그들은 나무를 찍는 나무꾼처럼
6 모든 문들을 도끼와 망치로 짓부수며,
7 당신의 성소에 불을 지르고 당신의 이름을 모신 성막을 뒤엎고 더럽혔습니다.
8 우리를 단번에 멸종시키리라 작정하고는 나라 안의 거룩한 예배소를 모두 불질러 버렸습니다.
9 우리에게는 하늘의 표적도 없고 예언자 또한 없어 이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10 하느님, 언제까지 적군의 모욕을 참으시렵니까? 언제까지 원수들이 당신의 이름을 모독하리이까?
11 어찌하여 당신 손을 사리시옵니까? 어찌하여 오른손을 품안에 품고만 계시옵니까?
12 하느님은 처음부터 나의 임금님, 땅 위 모든 곳에서 구원을 이루시는 분이옵니다.
13 당신은 그 크신 힘으로 바다를 가르시고 바다 위에 솟은 괴물들의 머리를 짓부수신 분,
14 레비아단, 그 머리를 깨뜨리시고 그 고기로 사막의 짐승들을 먹이신 분,
15 샘을 터뜨려 물길을 트시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도 말리셨습니다.
16 낮이 당신의 것이니 밤 또한 당신의 것, 해와 달을 제자리에 놓으신 분도 당신이십니다.
17 땅의 경계들을 정하신 이도 당신이시요, 여름과 겨울을 마련하신 이도 당신이십니다.
18 야훼여, 기억하소서. 원수들이 당신에게 악담을 퍼붓고 미련한 백성이 당신의 이름을 모독합니다.
19 산비둘기 같은 당신의 이 백성을 저 들짐승에게 넘겨주지 마소서. 이 가련한 백성의 생명을 길이 잊지 마소서.
20 땅의 구석구석이 폭력의 도가니이오니 당신께서 맺어주신 계약을 기억하소서.
21 억눌린 자, 부끄러워 물러가지 않고 가난하고 불행한 자, 당신 이름을 찬양하게 하소서.
22 일어나소서, 하느님, 옳으심을 밝히소서. 날마다 당신을 모독하는 미련한 자를 기억하소서.
23 아우성치는 당신 원수들을 잊지 마소서. 당신의 적대자들 그 우짖는 소리가 높아만 갑니다.
----------------------------
이스라엘 백성이 비탄에 빠져 부르던 공동 탄원 시편입니다. 파괴되어 이제는 폐허가 된 성전에 대한 탄원 그리고 하느님의 능력과 하셨던 일에 대한 찬송, 그리고 하느님께서 직접 이 고난 가운데 함께 하셔서 이겨나갈 수 있기를 간청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편 74편은 슬픈 노래입니다. 적군에게 패해 예루살렘이 폐허가 되고 성전마저 무너집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서 비탄에 젖어 부른 노래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하느님께서 계신 곳을 상징하기에, 성전이 무너졌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말로 할 수 없는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렁 상황을 겪는 심경이 오늘 시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어찌하여’라는 말과 ‘언제까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절망적인 순간을 노래합니다. 하느님의 부재하심을 의심한 시인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예전의 영광스럽고 강한 하느님의 능력을 회상하고 기대합니다.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에는 하느님께 간절히 바라는 것을 구하는 청원 기도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기도가 있습니다. 오늘 시편처럼 하느님께서 베푸셨기에 가능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다시 이 어려움 가운데 우리를 구해달라는 기도를 바칩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그분의 능력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절망이 클 때, 우리도 시인처럼 주님을 원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처럼 하느님의 힘을 기억하며, 다시 함께 해 주실 것을 기대해야 합니다. 주님은 고통과 고난 가운데 더욱 우리를 향한 사랑을 많이 보여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