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 베드로 대성전 고해성사 전담 사제들에게
“정신과 의사처럼 굴지 마십시오. 캐묻지 말고 용서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4일 성 베드로 대성전 고해성사 전담 사제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고해성사 직무와 관련해 세 가지 측면, 곧 “겸손, 경청, 자비”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하는 고해자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 이해합니다.” 교황은 고해사제가 모든 것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느님께서는 다 이해하십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Edoardo Giribaldi
“물어보는 것보다는 들어주는 것에 집중하십시오. 제발 정신과 의사처럼 굴지 마십시오. 늘 온유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모두 용서하십시오. 모두, 모두 용서하십시오. 언제나 용서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4일 성 베드로 대성전 고해성사 전담 사제 공동체에게 한 연설에서 이 두 가지 권고를 강조하며, 화해의 성사(고해성사)를 구현하는 세 가지 단어인 “겸손, 경청, 자비”에 대해 성찰했다. 교황은 또한 고해성사 동안 이뤄지는 대화에서 “형제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곧 가난하고 겸손하신 예수님께 귀를 기울이는 것”임을 상기시켰다.
이번 만남은 클레멘스 14세 교황이 250년 전 성 베드로 대성전의 고해성사 전담 직무를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에 위임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다. 교황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싱가포르에서 예수회 회원들과 나눈 대화처럼, 이번에도 자신과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의 이노첸초 본템피 신부의 모습을 연결지어 말했다. 본템피 신부는 클레멘스 14세 교황과 가까운 인물이었고, 그의 서거 후 정치적 위협을 피해 교황청 스페인대사관으로 피신했던 일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일화를 통해 교회 역사 속에서 수도자들이 겪어온 어려움을 환기시키며, 그들과의 연대를 다시금 강조했다.
하느님을 찾는 여정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 매일 4만 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먼 길을 오직 “자신의 신앙과 교회와의 일치를 굳건히 하기 위해, 주님께 소중한 지향을 의탁하기 위해”, 또는 “자신들이 한 서약”을 이행하기 위해 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방문객 중 “대다수”가 단순히 “관광객”으로 발걸음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아름다움과 역사, 예술의 매력”에 이끌려 대성전을 찾지만, 그곳에서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새롭게 할 기회를 만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의 마음속에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하나의 위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영원한 아름다움과 선이신 하느님을 찾는 갈망이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남녀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는 하느님을 향한 그리움입니다.”
용서를 증거하기
교황은 이러한 상황에서 고해사제의 존재가 중요하다며,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통해 “자비의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해사제의 존재는 “구원받은 공동체, 용서받은 공동체”인 교회가 “다른 모든 이”를 맞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교회는 하느님의 온유하신 힘 안에서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는 이들로 이뤄진 공동체”라고 말했다.
첫 번째 고해자, 고해사제
먼저 교황은 “겸손”과 관련해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교황은 베드로를 가리켜 “용서받은 제자”로 정의했다. “자신의 죄를 겸손히 뉘우치며 눈물을 흘린 후에야 순교의 순간에 자신의 피로 신앙을 증거할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모든 사도와 고해사제들이 나누는 은총의 보화가 인간의 나약함이라는 질그릇에 담겨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이 놀라운 은총이 우리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 속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교황은 훌륭한 고해사제가 되려면 “우리 스스로가 먼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첫 번째 고해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비를 간청하는 겸손한 기도의 향기”를 퍼뜨리라고 당부했다.
성사적 대화 안에서 예수님께 귀를 기울이기
교황이 강조한 두 번째 요소는 ‘경청’이다. 경청은 “특히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필요하다. 교황은 “자신의 양떼 가운데서 걸으며 형제들의 목소리를 통해 성령의 인도하심에 귀 기울이는” “목자 베드로”의 모습을 다시 언급했다. 아울러 진정한 경청의 예술이란 단순히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그 말들을 “하느님께서 자신의 회심을 위해 주시는 선물”로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마치 “옹기장이의 손에 있는 진흙처럼 유연하게 마음을 여는 것”과 같다.
“다 이해합니다. 주님께서도 다 이해하십니다”
교황은 고해사제들에게 “정신과 의사”의 역할에서 벗어나라고 권고하며,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여러분은 용서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교황은 만일 고해자가 자신의 죄로 인해 부끄러움을 느껴 고백하기 어려워한다면 “다 이해한다”고 말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괜찮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느님께서는 다 이해하십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이는 한 훌륭한 고해사제 출신 추기경님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입니다. ‘다 이해합니다. 주님께서도 다 이해하십니다.’”
“자비의 사람들”
세 번째이자 마지막 핵심어는 바로 “자비”다. 교황은 고해사제들이 “하느님의 용서를 전하는 이들”로서 “밝고, 너그럽고, 이해와 위로를 베풀 준비가 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시 베드로 사도를 언급하며, 베드로 사도의 말과 행동이 “자비로 가득 차 있었다”고 강조했다.
“고해사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질그릇과 같아 형제자매들의 상처에 발라줄 단 하나의 약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하느님의 세 가지 마음가짐, 곧 친밀함, 자비, 연민입니다. 고해사제는 언제나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비로워야 하며, 가엾은 마음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성 레오폴도 만디치
교황은 이 가르침을 성 레오폴도 만디치에게서 배웠다면서, 성인이 자주 반복했던 말을 소개했다. “우리 앞에 엎드린 영혼들을 우리가 왜 더 비참하게 만들어야 합니까? 그들은 이미 충분히 낮아져 있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세리나 간음한 여인, 막달라 마리아를 비참하게 만드셨던가요? (…) 만일 주님께서 저에게 너무 너그럽게 대했다고 꾸짖으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릴 것입니다. ‘복되신 주님, 이 나쁜 본보기를 보여주신 분이 바로 당신이십니다. 당신의 거룩한 자비로 영혼들을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잖습니까.’”
“너무 많이” 용서한 고해사제
교황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났던 한 카푸친작은형제회(카푸친회) 고해사제의 일화를 소개했다. “저는 고해성사를 하러 그분께 갔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하시는 그 신부님께 갔었죠!” 교황의 이 말에 참석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어느 날 그 신부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너무 많이 용서하는 게 두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그러자 그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주님 앞에 나아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너무 많이 용서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런 본보기를 보여주신 분이 바로 당신이십니다!’”
“항상 용서하십시오. 지나치게 캐묻지 말고 모두 용서하십시오. 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냐고요? 하느님께서 다 이해하시니, 여러분은 계속 용서하십시오! 사람들이 자비를 느낄 수 있게 하십시오.”
교황은 고해사제들의 “헌신”에 감사를 전하며, 자신 또한 고해성사를 하러 그들에게 간다고 말했다. “몇 달 전 제 고해신부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끝으로 교황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탁드립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여러분께 고해성사를 하러 갈 때마다 저를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도 이해하시겠지만요.”
번역 이정숙
- 바티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