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목 궁농항으로
십일월 셋째 화요일 우리 지역에서 올가을 아침 최저 기온이 가장 낮게 내려간 날이다. 일과를 끝내고 급식소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했다. 거제 섬 산자락에도 단풍이 절정이다. 낙엽활엽수가 참나무계열이 많아선지 주로 황갈색으로 물들었다. 요 며칠 사이 남녘 해안에도 된서리가 내린 듯하다. 일기예보에 중부 내륙은 한파주의보가 내리고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는 곳도 있단다.
와실로 들어 옷차림과 신발을 바꾸고 나섰다. 장목 구영으로 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어 연사정류소로 나갔다. 고현에서 한 시간 간격 다녀 자주 있는 편이다. 그 버스는 연초, 하청, 장목 세 곳 면소재지를 거쳐 구영에서 상유와 하유를 돌아 고현으로 나간다. 나는 퇴근 후 그 버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어느 날 출근 전 첫차를 타고 하유로 가기도 했다. 하유는 거가대교 기점이다.
날이 저물었음에도 난 구영으로 가는 31번 버스를 탔다. 장목 바깥 어디쯤 갯가 산책을 나선 걸음이다. 연초삼거리를 지나 대치를 넘으면 하청이다. 대치(大峙)는 연초와 하청의 경계를 이루는 낮고 펑퍼짐한 고개다. 우리말로는 ‘한재’라 할 수 있는 고개다. 그런데 고작 섬에서 높으면 얼마나 높겠는가. 태산준령이 아니라도 그곳 살던 사람들은 그 고개가 높아 보인 모양이었다.
칠천도로 건너는 실전삼거리를 거쳐 장목을 지났다. 장목에서 외포로 향하는 고개는 두 군데다. 관포와 두모 가운데 북쪽 관포고개를 넘으니 거가대교 바깥바다가 드러났을 텐데 차창 밖 풍경은 밤이라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내려간 버스가 신촌을 지난 궁농에서 내렸다. 궁농에는 망봉산 둘레길이 개설되었다고 들었는데 보안등이 없는 곳이라 산책할 마음은 접었다.
거가대교에서 가까운 궁농항은 최근 거제에서 주목 받는 포구다. 저도로 가는 유람선이 뜨는 포구여서다. 진해만 바깥에 위치한 저도는 거가대교 터널과 연륙교가 걸쳐져 있다. 저도는 일제강점기 해상 군사요충지였다. 국권이 회복되어 그 섬을 국방부가 접수해 역대 대통령 하계 휴양지로 삼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그곳을 폐쇄해 민간에게 개방한답시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밤이라 유람선이 뜰 리도 없고 나는 저도 탐방은 관심 없다. 그냥 갯가로 산책을 나선 행선지 가운데 한 곳일 뿐이다. 상유와 구영으로 가면서 궁농항과 간곡선착장을 차창 밖으로 스친 적은 있어도 그곳에 발을 디뎌보긴 처음이다. 정류소에 내리니 어둠이 깔려 사위가 구분 되질 않았다. 낮은 언덕을 넘으니 검은빛 바다가 드러나고 건너편 밝은 불빛이 보여 궁농항인 줄 알아차렸다.
궁농항 인근 오토캠핑장이 있는지 안내판이 보였다. 큰 글자만 보이고 위치나 시설 개요는 어두워 살필 수 없었다. 망봉산 둘레길 표지판도 있었지 싶은데 어둠이 짙게 깔려 보이질 않았다. 다만 건너편 환화 리조트는 불빛이 환해 밤바다에 대형 크루즈선이 뜬 광경 같았다. 그 곁으로 가덕도로 이어진 거가대교 연륙교는 사장교 쇠줄과 상판은 야간조명 오색 불빛으로 반짝였다.
유람선 선착장엔 가로등이 켜져 있지 않아 해안 산책이 쉽지 않았다. 주차장인 듯 넓은 공간을 지나니 승용차에서 뭔가를 내리는 사내가 보여 인사를 나누었다. 밤낚시를 나온 태공이었다. 거기는 궁농 해상낚시공원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해상에 데크를 설치해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우기 좋게 만든 시설이었다. 데크로 올라 한화 리조트와 거가대교 야간조명을 가까이서 바라봤다.
낚시해상공원에서 서성이다가 궁농항에서 간곡선착장으로 향했다. 역시 가로등이 없는 해안이라 발을 헛디딜까 봐 조심했다. 간곡에서 임호와 농소까지는 학동만큼이나 길고 넓은 몽돌해안이었다. 검은빛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부서지자 몽돌은 서로 몸을 비벼 해조음을 내었다. 더 나아가면 임호이고 농소인데 어둔 길이라 산책이 무리였다. 볼에 닿는 바닷바람은 차갑게 느껴졌다. 1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