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신학기와 함께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학교 현장에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사일정을 여러 차례 수정했고, 교사들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원격수업을 진행하느라 애를 먹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기회를 잃었고, 학부모는 집에서 자녀들을 돌보느라 지쳐 버렸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결코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교 교육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원격수업으로의 변화에 적응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울산광역시교육연수원, 울산광역시교육연구정보원 등에서 주최한 각종 원격수업 관련 연수에 많은 교사들이 참여하는 등 원격수업의 다양한 방식을 익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울산 강남교육지원청에서는 `단박에 따라하는 원격수업 ABC`라는 이름으로 지원청 소속 30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장의 교사들로부터 시의적절한 연수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는 원격수업에 적응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실시된 원격수업의 시작은 코로나19였지만, 그 끝은 미래교육이다.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원격수업이 코로나19 때문에 전격적으로 실시되었지만, 이제는 미래교육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원격수업을 거론한다.
즉, 코로나19 사태는 언젠가 진정되겠지만 원격수업에 대한 담론은 점점 늘어날 모양새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원격수업은 대면수업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의미보다는 보조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격수업이 미래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ㆍ공간을 극복하여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학교 교육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제7차 교육과정부터 현재의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핵심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기에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이 제대로 실현될 수가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적인 한계라는 것은 교사 수급 문제이다. 즉, 학생들이 수강하기를 원하는 과목이 있는 경우, 그 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해당 학교에 근무해야만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별 교육과정의 중심은 학생의 선택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 종속되어 있는 교사들의 과목별 구성 현황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원격수업으로 극복할 수 있다. 원격수업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의 담당교사를 다른 학교에서 초빙할 수가 있고, 수업도 원격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원격수업이라는 키워드가 미래교육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우리 교육계에도 `포스트 코로나`라는 키워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보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본의는 아니었지만, 이미 모호해진 교실의 경계선을 예전과 같은 형태로 되돌리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꿈같은 학교 교육과정의 실현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의 의미가 아닐까. 변화와 기회는 영어 알파벳 한 글자 차이이다.
하지만 변화를 기회로 삼기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라는 변화를 미래교육이라는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포스트 코로나로서의 미래교육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