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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쏴. 조인성은 포수 중에서 가장 강한 어깨를 가졌다.(사진 제공=LG 트윈스) |
“도루저지율이 포수의 어깨와 큰 관계가 있을까?”
다름아닌 삼성 포수 진갑용(34)의 말이다. 야구 기록이 세분화되면서 새로 주목받는 기록들이 있다. 포수의 도루저지율도 그 가운데 하나다.
특히 뛰는 야구가 대세인 최근에는 도루를 하려는 주자를 잡아 내는 포수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높은 비율로 도루를 잡아 내는 포수가 좋은 포수라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진갑용은 도루저지율 기록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그는 거의 매 시즌 리그 평균보다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한다.
올해도 6월 5일 현재 SK 박경완(0.436), 우리 히어로즈 강귀태(0.357)에 이어 도루저지율 3위에 올라 있다.
수 싸움과 타이밍진갑용은 “포수의 어깨가 강하고 송구가 정확하다면 물론 더 많은 도루를 잡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수의 능력만으로 도루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프로야구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진갑용은 어떤 때 주자를 잡을 수 있고 어떤 때 불가능한지 감을 갖고 있다. 그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주자의 스타트를 보면 알 수 있다. 예감이 대개는 맞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갑용은 어깨의 힘보다는 수 싸움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때 직구를 요구하고 어떤 때 변화구 사인을 내는지가 도루 허용과 도루 저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공의 코스도 중요하다.
포수가 2루 송구를 하는 데 전 단계는 공을 정확하게 잡아 미트에서 빼는 것이다.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회전이 걸려 송구가 ‘변화구’가 되기 십상이다.
진갑용은 “공이 오른손 타자 몸 쪽으로 들어오면 포수는 몸을 틀어 2루로 공을 던져야 한다. 이러면 시간도 걸리고 송구의 정확성도 떨어진다. 포수로서는 바깥쪽 낮은 공이 도루를 막기에 좋다”고 말했다.
올해 포수로 복귀한 LG 김정민은 “송구 속도보다는 주자에게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정민은 경기 전 늘 상대 주자가 어떤 볼카운트와 어떤 상황에서 뛰는지를 확인한다. 그는 “주자의 습성을 파악하는 게 도루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퀵 모션 한화 포수 신경현의 2006년 도루저지율은 2할7푼6리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할7푼4리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1위였다.
신경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도루저지율 향상 비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부터 투수들이 주자 견제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전지훈련 때부터 투수들에게 이 점을 집중적으로 얘기했다.” 결국 투수의 도움 없이는 2루로 뛰는 주자를 잡기 어렵다는 말이다.
견제구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퀵 모션이다. 이 분야는 일본프로야구에 비해 한국프로야구가 크게 뒤떨어진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도루왕은 아라키 마사히로(주니치 드래곤스)다.
퍼시픽리그는 가타오카 야스유키(세이부 라이온스)다. 아라키는 31개, 가타오카는 38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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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2.0) |
지난해 한국의 도루왕 이대형(LG)은 53개였다. 일본 야구에 정통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조희준 운영홍보부본부장은 “일본 선수들의 발이 느려서가 아니다. 그만큼 일본 투수들의 견제 능력과 퀵 모션이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퀵 모션을 어떻게 가르칠까. 양상문 LG 투수코치의 말은 놀랍기까지 하다. 그는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교 시절 지도자들에게 배운 기본기를 혼자 힘으로 다듬을 뿐이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차라리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주자에 신경을 쓰다 보면 타자와 승부를 망칠 수도 있다. 두산 김태형 배터리 코치는 “LG 이대형의 뛰는 속도와 투수들의 투구 동작 시간을 재 본 적이 있다. 어차피 도루를 잡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포수들에게 무리해서 도루를 잡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투수에게 피칭에 집중하도록 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기록의 한계 한국에서 가장 어깨가 강한 포수는 LG 조인성이다. 그가 국제대회에 나서는 대표팀에 늘 뽑히는 이유기도 하다.
특히 상대 팀에 발 빠른 타자가 많을 때는 주가가 치솟는다. 그러나 그의 올해 도루저지율은 3할1푼7리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여섯 번째다. 그의 어깨는 과대평가됐을까 아니면 도루저지율 기록에 맹점이 있는 것일까.
후자에 가깝다. 도루저지율은 타자의 타율과는 성격이 다른 기록이다. 타자들은 나머지 여덟 명의 동료들과 함께 타격을 한다.
아무리 강타자라고 해도 한 경기에 9번 타자보다 두 배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도루는 다르다. 상대 주자들은 어깨가 약할 것 같은 포수가 홈 플레이트 뒤에 앉으면 더 자주 도루를 시도한다.
따라서 도루저지율뿐만 아니라 도루 허용과 도루 저지를 더한 도루 시도 횟수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 수치에서 조인성의 위력이 드러난다. 상대팀 주자들은 조인성을 상대로 41회 도루를 시도했을 뿐이다.
9이닝당으로는 0.96개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가운데 가장 적다. 도루저지율 1위 박경완은 1.28회다.
배터리LG 봉중근은 주자 견제에 가장 뛰어난 투수로 꼽힌다. 가끔 보크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심판원들은 “아직은 문제없다”는 판단이다.
봉중근은 올 시즌 86⅔이닝 동안 다섯 차례만 도루 시도를 경험했을 뿐이다. 이 가운데 세 번은 아웃으로 연결했다.
기록으로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투수는 한화 양훈이다. 양훈이 53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상대 주자들은 단 한번도 도루를 시도한 적이 없다.
양훈이 가끔 도루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점수를 내준다는 이유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윤석민, 호세 리마(이상 KIA 타이거즈), 케니 레이번(SK 와이번스) 등도 견제가 뛰어나다.
첫댓글 주자에 신경을 쓰다 보면 타자와 승부를 망칠 수도 있다. 두산 김태형 배터리 코치는 “LG 이대형의 뛰는 속도와 투수들의 투구 동작 시간을 재 본 적이 있다. 어차피 도루를 잡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포수들에게 무리해서 도루를 잡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투수에게 피칭에 집중하도록 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조인성도 잘 알았으면 합니다...무조건 잡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고..조인성은 주자에 너무 집중하느라..타자와의 승부가 불안불않요..주자가 나가면 안타보다 볼넷 허용이 늘어나는 것처럼 제눈엔 보이는군요...
포수가 불안하면 투수도 불안해 지겠죠. 물론 어깨가 강해서 주자들이 도루를 덜 시도하겠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주자에 대해서 너무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긴데... 투수리드를 안정적으로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주자 견제가 필요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