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아는 형님>의 게으름은 남성 출연진들의 '아재스러움'을 제작진이 어떻게 소비하는지에도 잘 나타나 있다.
가령 강호동의 경우를 살펴보자.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대목에서 전까지 희희덕거리던 표정을 갑자기 험악하게 구기면서 "뭘 봐? 설거지나 해!"라며 윽박지른다거나, 여자 아이돌과의 상황극에서 '상남자'라며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시늉을 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누구를 향한 것이든 폭력적인 뉘앙스의 행동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더구나 다른 성별, 그것도 남자가 여자를 향해 하는 행동이 예능의 웃음거리로 소비되는 현상은 결코 웃음으로만 넘기기 힘들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가해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닌데 이런 폭력성을 희화화하는 것은 유희를 넘어 범죄다.
여성 게스트를 향한 존중의 부재, 더 나아가서 폭력성 표출을 보이는 것은 서장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실 운동선수 서장훈이 예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삼촌 콘셉트'다. 나긋나긋하지만 화내야 할 때는 화를 내는 그런 이미지. 그는 <아는 형님>에서도 그런 콘셉트를 유지한다. 그가 어느 예능을 가든 보여주는 '팔짱 끼고 쳐다보기'는 언제나 그에게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심판자', '평가자'의 스탠스를 취하게 만드는데, 급조해서 만들어낸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장훈의 몸짓 하나하나는 여자 아이돌에게 삿대질을 하거나 명령조의 말을 하고 '현모양처' 운운하면서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언행으로 표출된다.
[JTBC [아는 형님]에는 주로 여성 게스트들이 출연하고, 그들에게 일곱 명의 고정 멤버들이 보이는 태도는 각각 다른 ‘아저씨’의 유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에게 흡연과 성형에 관한 농담을 꾸준히 던지고, 몸매를 감상하며 감탄하는 등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반복하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아는 형님] 멤버들의 언행은 ‘예능이니까’ 웃음으로 퉁치고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방송 안에서 일곱 명의 멤버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그들의 행동은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 한 명 한 명 조목조목 따져봤다.]
이미지 원본보기이수근, 바람 잡는 아저씨 게스트에 관한 퀴즈를 푸는 ‘나를 맞혀봐’ 같은 코너가 있긴 하지만, [아는 형님]은 정돈된 방송의 모양새를 갖추기보다 멤버들의 임기응변에 기대는 바가 크다. 여기서 MC의 역할을 해주는 것은 이수근이다. 그는 분량 없는 김영철을 챙기고, 게스트들의 멘트에 중간중간 웃긴 ‘드립’을 더하며, 러블리즈 출연 당시 베이비소울의 깔창을 발견한 후 뺏으려고 장난을 친 것처럼 다방면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수근은 [아는 형님]의 멤버들이 여성 게스트들에게 농담을 빌미로 불쾌한 멘트를 쉽게 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한다. 게스트와 멤버들 사이에서 억지로 묘한 기류를 찾아내며 ‘얼레리 꼴레리’ 춤을 추는 것은 그나마 무난한 편이다. ‘내가 가장 빠져 있는 것’을 묻는 전효성에게 다짜고짜 “성형”과 “뽕”을 댄 강호동을 감싸며 “볼륨을 높여주는 걸 이야기하잖아. 다들 무슨 생각 하는 거야?”라고 수습하려 하고, “우리가 봤을 때 (너의) 어디가 제일 섹시할 것 같냐”고 물으며 왁스 CF처럼 의자를 이용해 춤추기를 종용한다. 마치 회식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멘트를 하고도 “농담인데 분위기 망치게 왜 그렇게 정색을 해?”라고 하거나, 분위기 좋아지게 장기자랑이나 한번 해보라고 강요하는 상사 같은 아저씨.
이미지 원본보기서장훈, 존중 없는 아저씨 최다 득점․최다 리바운드를 기록한 잘나가던 농구 선수, 그리고 지금은 건물주. [아는 형님]에서 서장훈의 캐릭터는 잘난 척하며 생색내는 남자로, 사육사가 되고 싶었다던 씨스타 효린 앞에서 “조그맣게 동물원을 차려서 효린이에게 맡겨야 겠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다소 까다로운 성격답게 여성 게스트들에게도 다른 멤버들만큼 심하게 들이대지는 않는 편이나, 언제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대한다. 트와이스가 ‘CHEER UP’ 춤을 추기 시작하자 굳이 세트 정면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감상하는가 하면, “미안한데 잠깐 이쪽으로 한 번 왔다가 갈래? 와봐. 얘가 여기 왔다가니까 좋은 향이 확 나가지고”라는 말로 전소민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다림질이 취미라는 아이린을 “약간 현모양처 스타일”이라고 평가하는 것 등은 여성을 남성과 별개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한 서장훈의 인식을 보여준다. “(여성 게스트들이) 나를 선택할 확률이 60~70% 되니까 좀 지친다”고 그 스스로는 즐거운 농담을 했지만, 실제로도 그럴지는 의문이다.
이미지 원본보기김희철, 막말하는 아저씨 게스트는 물론 [아는 형님] 멤버들에게도 걸핏하면 도박이나 이혼 등의 과거사를 끄집어내며 놀리는 김희철은 “이러라고 나 불러놓은 거 아냐?”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명 ‘돌+I’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듣는 이들 스스로도 기꺼이 동참하는 농담과, 반면 듣는 이들과 합의되지 않았을 뿐더러 오로지 여성에 관한 편견과 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농담은 다를 수밖에 없다. 소녀시대 써니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폭음에 줄담배”를 들거나, ‘팬들에게 받은 것 중 가장 감명 깊은 물건’을 맞혀보라는 이수민의 질문에 “샤넬백” 아니냐고 되묻고, 전소민에게는 “너 코 진짜 니 코야? 니코 니코니”라는 멘트를 치는 일이 모두 ‘돌+I’라는 캐릭터로 무마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흡연과 성형 이야기, 몸매나 외모에 대한 지적, ‘된장녀’ 프레임 씌우기 등은 예능 바깥의 세상에서도 여성에게 수시로 가해지는 폭력이지만, 김희철은 이것이 재생산하는 고정관념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개그의 소재로만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능에서의 캐릭터는 막말 프리패스가 아니다.
이미지 원본보기김영철, 상식적이어서 ‘노잼’ 취급받는 아저씨 김영철의 별명은 ‘분량 브레이커’다. 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수근과 미리 멘트를 짜 오거나 “나는 [아는 형님]의 밑반찬 역할”이라고 아무리 인정해도 김영철이 방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운 건, 스스로 웃기지 못하는 부분에 더해 무례하지 않으면 웃기기 어려운 [아는 형님]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플 때 하는 행동’을 퀴즈로 내며 ‘ㅇㅇ하고 샤워하기’라는 힌트를 준 한채아에게 김희철이 “뭘 하고 샤워하나… 이거 말해도 되나?”라며 음흉하게 웃는 사이 “청소하고 샤워하기”라는 정상적인 답변으로 정답을 맞히고도, 김영철은 ‘노잼’이라는 평가를 들을까 봐 멤버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퀴즈 게임에서 순발력을 발휘해 기발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 자체는 그의 재능 부족일 수 있다. 하지만 게스트들이 내는 문제에 정답과 별개로 ‘섹드립’ 혹은 ‘담배 드립’을 반드시 치며 여성을 희롱하는 나머지 멤버들과 달리, 그런 식으로 바닥을 드러내는 위트를 부리려 하지 않는 김영철의 방식은 [아는 형님] 사이에서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모두가 더러운 농담을 하는 남성들의 모임에서 혼자만 점잖은 척한다는 이유로 은근히 따돌림당하는 아저씨인 것이다. 이는 그만큼 김영철이 여성 게스트들을 상식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저 까탈스러워요’ 하면 되게 편해져. 감추지 말고 숨기지 말고 얘기 해. 지금은 피곤하다고”라는 말로 레드벨벳의 예리를 위로하는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노잼’이라면 불쾌한 농담으로 재미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
이미지 원본보기민경훈, 음험한 아저씨 동그란 안경을 끼고 하얀 얼굴로 눈만 껌뻑이고 있는 민경훈은 얼핏 순둥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아는 형님]에서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음흉함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순진한 척 “왜 별명이 베이글이냐”고 물어 전효성을 곤란하게 만들고, 서인영이 “내 취미는 무언가를 모으는 것”이라고 하자 실실 웃으며 “가슴 모으기!”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방송은 ‘음란마귀 출몰’이라는 자막을 장난처럼 띄우지만, 민경훈은 ‘음란마귀’가 아니라 그냥 여성 게스트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그가 특히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스킨십으로, 퀴즈에 대한 상으로 써니가 김희철의 볼에 뽀뽀하는 모습을 보며 “오오오오오오!” 하고 지나치게 들뜨거나, 트와이스 쯔위의 팔목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잡고 있기 위해 일부러 팔씨름을 끝내지 않는 등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낸다. 그렇게 버즈의 ‘쌈자’로만 알려졌던 민경훈은 [아는 형님]에서 여러모로 재발견되고 있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
이미지 원본보기이상민, 애잔한 척하는 아저씨 이상민은 김영철만큼 분량이 없다. 맨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을 따름이다. 빚 때문에 불행한 남자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잘 살고 있고 팬미팅은 못 해도 채권단 미팅은 하면서 채권단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는 이상민이 되겠습니다”라는 둥 채무를 유머로 승화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민이 [아는 형님]의 아저씨 세계관을 거부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3년 전 어느 중국집에서 써니와 잠시 스쳐 지나간 추억을 굳이 꺼내며 아름다웠다는 감상을 남긴 것은 약과다. 여행을 다녀왔다는 전소민에게 작은 목소리로 “음… 누구랑 놀러 갔다 왔지?”라고 묻고, 교복치마를 입은 씨스타 다솜이 껑충 뛰어 교탁에 앉자 “오오!” 하면서 굳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웃거리기도 한다. 아무리 빚이 많아서 애잔하다 하더라도 절대 눈감아줄 수 없는 행동이다.
이미지 원본보기강호동, 위협적인 아저씨 강호동은 [아는 형님]에서 진행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순발력 있는 멘트를 치거나, 사이사이 웃긴 콩트를 연출해내지도 못한다. 그가 하는 일은 무리한 ‘섹드립’과 맥락 없는 개그 정도다. 게스트로 출연한 신소율에게 “선생님 힘 좋아해요?”라고 묻고 뜬금없이 “밤늦게 전화해도 됩니까?”라고 묻는 것은 물론, 정신없이 잔다는 한채아에게 “누가 업어 가도 모르는 스타일이가?”라고 물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것은 방송이 아니라 실제라면 심각한 범죄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강호동은 매회 비슷한 무리수를 둔다. 김희철의 담배 농담에 언제나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멤버 또한 강호동이며, ‘써니가 제일 잘하는 것은?’이라는 퀴즈에 “인내심 하면 이거지! 똥 참기”라는 답으로 저급한 유머를 시도하는 통에 [아는 형님] 나머지 멤버들의 수습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주저 없이 드러내는 그의 폭력성이다. 아내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에서 “뭘 봐! 설거지나 해”라며 윽박지르고, 여자친구가 약속시간에 늦은 상황극을 하는 도중 러블리즈의 케이에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두르며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상남자’가 아니라 폭력적인 남자다. 아무리 예능은 예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해도, [아는 형님]을 보는 현실의 여성들이 이런 아저씨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먹을 리는 없을 것이다.
첫댓글 근데 저게 재미있나? 웃긴가?
여태하고 있다는게 신기함
저렇게 자극적인것들이 먹힌다는게
에효...
예전에 버즈 너무 좋아해서 앨범도 사고그랬는데 아형나온거거보고 이미지 와장창됨...
모아놓으니까 심각하구나
진짜 잼없어
역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