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5]
학교 수업이 시작되려는 지
아침 교문에 뛰어들어오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시계를 연신 바라보는 선생님의 눈길을
피하며 아이들은 교문을 통과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 빨리 교실로 뛰어들고 있었다.
마침내 교실 문이 닫히고 나중에 도착한
서너 명의 학생들은 얼 차례를 받느라
가방에 머리를 박고 원산폭격의 자세로 벌을 서고 있었다.
그런 자리를 유유히
선생님의 외면을 받으며
한 학생이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저 새끼.. 오늘도 또 지각이네..
-씨펄.. 학주 뭐한다냐? 저 놈 않잡고..
-너 같음 잡겄냐? 나와주는 게 감사할 꺼다.
-이 새끼들 다리 하나들어!!
괜스레 무안해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애꿎은 화풀이를 하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늦게 들어온 학생은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가방을 둘러매고
교실이 아닌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이런 삐꾸들.. 여기 모여 있냐?
-어? 아!!
키는 작지만 서열이 위인지 그가 들어서자
다른 학생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 오지 말아라... 들어오다 걸리는 놈은
반 죽을 각오하고.. 들어오게 한 놈들도 죽어.. 알았어?
-예..
시원스레 대답한 아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야!! 담배는 놓구가...
-예...
아이들은 주머니에서 각자 덜어낸 담배를
조심스레 가방 위에 놓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그렇지만 반으로 돌아간 게 아닌 길목을
막고 다시 히히덕 거리며 놀고 있을 뿐이었다.
-달칵...
이른 아침이지만 엄연한 수업시간에 그 학생은 계단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워대며 하늘에 대고
노래만 흥얼거릴 뿐이었다.
-나의 모든 사랑 너에게만 주고 싶어.
내 모든 걸 다 버린다 해도...
-야!! 미안한데 혁원이 들어왔어?
-아뇨...
-이씨.. 어디 간 거야? 학교는 왔어?
-왔을 꺼예요. 아까 교문에서 봤거든요.
-어디로 가든?
-강당쪽이었는데...
-알았어...
교실문에 걸쳐 묻던 학생은 쏜살같이
강당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잡히면 죽었어...
-오늘 아침방송은
아침방송이 시작되자 혁원은
귀에 거슬린 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씨... 시끄러 죽겠네...
-악!! 선배 들어가면!!
-죽고 싶어?
-무슨 소리야?
-야!! 김혁원!!
-왜?
한창 열내며 찾아다는 사람 김빠지게 하는 듯 혁원은
민혁의 얼굴을 반히 쳐다보며 담배연기를 내뿐었다.
-글구 누가 들여보내래?
-아니요.. 형님이...
-이쌔끼들이 군기가 빠졌어..
-그만두고.. 가봐...
-누구 맘대로?
-입닥쳐...
슬금슬금 아이들이 자리를 피하자 그때야
민혁에게 혁원은 담배를 권했다.
-자.. 피워라..
-...
단정히 입고 있던 교복 마의를 벗어던진 민혁은
가만히 담배를 받아들어 한 모금 맛있게 피우기 마셨다.
-우... 또 무슨 일이야?
혁원이 지겹다는 듯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으며 물었다.
-너 어제 어디 있었냐?
-나? 술집이랑... 애들 이랑 방황하며..
-장난치지 마. 어제 신고 들어왔어..
-씨.. 그 새끼가 먼저 덤볐다구!!
혁원이 얼굴이 빨개져서 변명을 하려 하자
민혁이 느긋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오라.. 싸우기도 했냐? 바빴겄다?
어제 술 먹고 담탱이집 앞에다 토하고
노래부르고 게다가 사람도 팼어?
이미 엎지 러진 물인지라..
혁원은 빨개진 얼굴로 다시 가방만 뒤적거렸다.
-내가 말 잘해놨다. 글구 뭘 그렇게 찾아?
-아.. 여깄다.
카세트를 꺼내들더니 그 안에 있는 테잎을 꺼내
혁원은 민혁에게 넘겼다.
-뭐야?
-폴링 인 러브만 앞뒤로 빽빽히 녹음 했다.
-진짜? 얼~~ 사람 됐다?
민혁은 받아들며 마지막으로 길게 담배를
한 모금 피우곤 꽁초를 길게 던졌다.
-불나 임마...
-네 책임이지...
-재수 없는 자식...
-너 자꾸 눈밖에 나면 나도 더 이상은 못 봐준다.
-봐달란 적도 없어.. 내 빽이면 이런 학교 쯤은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이거야...
자신만만하게 후배들이 놓고 간 담배에 불을 붙이며
혁원이 민혁을 바라보았다.
-글구 학교 옮기면 너 같은 이중인격자도 않볼꺼 아냐?
-이중인격자가 아니라 너에게 유일한 친구겠지..
-미친 새끼..
-간다..
입안에 남은 담배냄새를 없애려 숨을
두어번 쉬더니 목캔디를 하나 까 먹었다.
-아예 철저히 준비를 하는구먼?
-그렇지.. 간다. 이따가 종례때라도 들어와라..
-너 그냥 갈꺼냐?
이제야 대화할 맘이 생긴 듯 혁원은 담배를 임에 물고 물었다.
-다행이네? 이제라도 정신이 들어서...
민혁 역시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고는 담배를 하나 빼물었다.
-너 기원이 기억나지?
-알지.. 그 애야...네 친구아냐?
-걔 집 나갔다...
-뭐?
놀란 혁원이 떨어트린 담배를 주워들며 민혁이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에 알았어...
-!!
놀란 민혁이 민혁의 멱살을 잡고 때릴 듯이 달라들며 물었다.
-왜?
-그 일 때문인 것같다...
-...
-너도 부인하지는 않겠지?
-!!
놀란 혁원이 망연자실 멱살을 풀었다.
-오늘 학교로 부모님이 찾아오신다고..
그 일은 모르시는 것 같아 서...
그냥 조용히 처리할까 어떨까 해서 왔다.
-...어떻게 하다니?
-기원이... 그럴 애 아닌거 알잖아?
-.. 알아..
-그러면 그 일밖에 없어..
-...
-그 날 우리끼리만 있었어야 했어...
-...
느리게 눈을 감은 혁원이 가만히 이를 악물었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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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5]
나우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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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0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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