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동에서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화순에서 보성 가는 차가 11시에 있다. 10시 반에 서둘러 집을 나와 정류장에서 기다린다. 그 많던 화순의 노란 버스는 얼른 오지 않는다. 40분이 되어서야 두대가 연이어 온다. 10분이 덜 걸려 화순 정류장에 도착하는데 10분간 시외버스정류장까지 부지런히 걷는다. 새로 선 키 큰 아파트 앞을 지나는데 내가 타고 왔던 차가 지나가고 있다. 11시 2분전에 바삐 차표를 기계에서 빼는데 차가 오지 않는다. 확인해 보니 차는 12시 15분이고 하루에 6대 밖에 없다. 인터넷의 정보는 믿을 것이 못 된다. 1시 20분이 지나 보성에 도착한다. 전날 먹은 게 많으니 한끼 쯤 굶어도 좋으련만 배가 고파온다. 설렁탕집은 닫혀 있다. 도시 식당처럼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데 잠긴 때가 많다. 도시도 아닌 작은 읍내의 사정이 어떤지 난 모른다. 바보에게 전화하니 북문식당에 들어가 보란다. 젊은 여성은 설겆이 중이고 나이 든 여성은 앉아 나물을 다듬고 있다. 혼자인데 줄 수 있으냐니 대답을 않고 일을 한다. 부탁한다고 하니 마지 못해 앉으란다. 월요일 메뉴는 김치찌개란다. 난 감사하다고 하고 술을 주문할까 고민하다가 차를 염려해 참는다. 김치찌개엔 솔을 마시는 걳이 내게 예의 아니었나? 오가리에 든 뜨거운 김치와 두꺼운 돼지고기를 천천히 먹고 9,000원을 결재한다. 바보의 사무실 앞에 서 있는 차를 끌고 천천히 작은 영화관으로 간다. 사람들이 여럿 계단을 올라간다. 7천원을 주고 '비공식작전'을 사고 본다. 모가디슈나 현빈이 나왔던 '협상'과 비슷한 영화류이다. 납치당한 외교부 공무원이 한참 후 비상무전을 보낸다. 그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받은 이민준 사무관이 나서는데 그는 미국에서 근무하고 싶어한다. 1985년의 일이니 88서울 오림픽을 맞춘 정부와 안기부의 그리고 힘없는 외교부의 현실도 보인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택시기사와 함께 공항민병대 건달 조직 그리고 도움을 주느느 조직과 함께 쫒기고 쫒기며 서기관을 구해내오는 이야기다. 여전히 상업 오락영화다. 약간의 시대 상황이 반영되었다 할까? 거기에 나름의 이익을 쫒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과장은 없어 볼만하긴 하다. 4시 반이 지나간다. 비가 올 것 같다. 바보의 퇴근 시간 전에 산책할 숲이나 계곡이 없다. 도서관이나 전시관도 월요일이라 닫혔다. 차를 덕정마을 지나 봉화산 임도로 운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