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미도리님 말마따나 프랑스에서 잠시 입국한 그 친구가 차라리 궁중음식을 요구하였으면 좋았을것을.....
그날밤 제 방으로 친구를 납치할 계획이었지만 되려 제가 고령으로 납치당하였답니다.
참.. 믿어지지도 않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났던 날..... 퇴근 두시간전 제게로 걸려온 전화 한통은 놀라움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곧장 계약서의 도장을 찍을수 있도록 내역을 작성해 달라는 거래처 과장의 이야기에 그때서야 날라가버린 파일을 찾으며 얼굴은 하얘져가고.. 금액이나 작으면 말도 안하겠지만 왠만한 공사 10건에 맞먹는 금액인지라.. ㅠ.ㅠ
퇴근시간 5분전까지 엄청난 속도로 시작했지만 겨우 절반 정도만 완성할수 있었죠.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왜 하필이면 그 때 초딩때 아주 친했던 친구의 전화가 오는 것일까요.. 이전에 한번이라도 통화를 했더라면 양해를 구할것을 차마 그러질 못하구.. 고개를 틀어 어깨에 올려놓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눈은 모니터, 손은 쉴새없이 자판을 두들기는 형상은 지금 생각해도 우습네요.
6시가 되었고 과감하게 사무실을 나서서, 일단 학원수업을 듣고 집으로 가서 일하던 거 마무리 짓고나니 열시가 넘었더라구요. 음.. 서부정류장서 기다리는 친구땜에(친구가 예전에 고령에서 자취를 했거든요. 학교땜에.. 그리고 동기들 만난다고 고령에서 만나자는 검다. 사실 안 가려고 이십분이 넘게 실랑이를 했건만.. ㅡㅡ;) 부리나케 택시를 나고.. 그길로 날밤을 샜습니다.
친구만나면서 우리 어제 만난거 같다,, 이 한마디후... 삼십분 잤습니다. 친구동기의 자취방에서.. 등 뒤로 차려진 술상을 뒤로하고, 돌아누워 눈만 감고 귀는 쫑긋 열어놓은채..
나 꼬신다고 해물탕 끓이구.. 아침밥 대용으로 인스턴트 죽도 사고, 밤 새야한다구 커피 사 놓구.. 친구동기는 오렌지까지 사다놓았거든요.
5시 30분에 눈 붙이고 6시에 일어났더랬슴다. 순식간에 옷갈아입고 출근준비해서리.. 준비해준 아침은 또 먹어야했죠. 6시 30분 첫차를 타고 대구나와서 지하철타고.. 그렇게 출근했더랍니다.
어떻게 일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더구나 6시까지 근무하는 끔찍한 토욜을 보내고 일욜인 어제 친구를 저녁때 만나서 우리집에 재워주었슴다. 때마침 어머니 생신인지라 고기굽는데.. 같이 먹고 제 방에서 얘기 좀 하다 저는 그냥 쓰러져자고,, 친구는 그 때까지 만화책 보고 있던데 언제 잤는지는 모르겠슴다. 그냥 자다보니 4시쯤에는 옆에 누워 있던데... 암튼 울 집에서 아침 다 챙겨먹고 나간다고 연락은 왔던데. 출국하기전에 한번 더 만나는 주말도 그야말로 쑈를 해야할것 같슴다.
요즘 뭘 하고 살았는지 다이어리를 보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나서.. 사람들을 만나도 한참 있다가 우리 언제 만났었지? 이러고 삽니다. 이런 저를 보고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너무 더워 먹다 만 보약이 효과가 있기는 있구나 하는 반응으로..
그러다 못해 어제는 저의 생사(?)를 묻는 전화까지 받았더랬죠.
제 친구들이 모험이라 이야기하는 일들만 하고 다니니 살아있음이 신기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룻밤의 납치는 타격이 넘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