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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 16회 내용 이후를 지어낸 것으로, 결말과는 전혀 관계 없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나 사는 줄 알았던 사람. 정 반대의, 너무나 다른 삶을 살던 사람. 그가 내게로 왔고, 나는 그와 마주했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그 순간, 봄은 시작이었음을.
<너는 나의 봄이다>
“인어공주 되겠다며. 그 쪽 입으로 그랬잖아. 그러니까 이제, 물거품처럼 사라져달라고.”
상처 받았던 말. 너의 당연한 상식에 주저앉았던 내가, 이젠 너에게 돌려주는 말. 그리고 또다시 상처 받는 말.
“길라임.”
“왜, 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이라 너 같은 계층한테는 사라져달라는 말 따위는 하면 안돼? 그래도 사라져 줘. 다시는 너도, 네 어머니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
보고 싶었어. 왜 이제 왔어. 다신 못 볼 얼굴이, 왜 이렇게 안쓰러운 건데.
“또 왜 그러는데. 내가 미안하다잖아. 우리 엄마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잖아. 나 믿으라고, 내가 다 괜찮다고 했잖아‼”
“그런다고 다 되는 줄 알아? 사장 자리 앉아서 머리만 잘 굴리는 줄 알았더니 그 머리도 별 쓸모 없구나? 네가 회사에서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할 동안 우리 집은 뒤집어지고 아영이는 회사 잘리고 나는 또 아빠 욕 들어야 해. 내가 왜,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아빠까지 진흙탕에 빠뜨리면서까지 널 만나야 해, 왜!”
그 날 아빠한테 괜히 찾아갔나 봐. 너 같이 과분한 사람 만나도 괜찮은지 허락 받으러 갔던 건데, 운명이 이렇게 너를 매몰차게 내칠 줄은 몰랐어.
“…….”
“우리 아빠, 수많은 목숨 구하신 훌륭한 분이야. 13년 전 그 사고 때문에 우리 아빠는 그 쪽 구하는 대신 내 곁을 떠났어. 그 쪽 때문에 아빠를 잃은 건 한 번이면 족해. 더 이상 상처 만들고 싶지 않아.”
“……길라임.”
아빠가 떠난 옆자리를 채워준 사람이 너라서 다행이었어. 사실을 알고 나서, 단 한번도 너를 원망한 적 없어. 미안해 하지마. 아빠가 너를 내 곁에 보내주신 거니까. 나는 그렇게 믿으니까.
“아직도 실감이 안나? 이게 꿈인가 싶어? 그럼 확실히 해줄게. 그만 하자, 우리.”
“좋아. 이별이고 뭐고 다 좋은데, 울지 좀 마, 길라임.”
아직도 내가 우는 얼굴이 못생겼니…
“한 번만 더 울면, 그땐 이별이고 뭐고 납치해 갈 테니까.”
너나 좀 울지 마. 네 눈물에 백화점 주식이 뚝뚝 떨어진다면서.
“울지 말고. 밥 잘 먹고. 액션스쿨은 꼬박꼬박 다니고. 아영씨한테서 안부 정도는 들을 수 있게 해줘. 그 정도로 야박해지진 말자.”
너도 회사 빠지지 말고 회의 열심히 하고. 직원들 인사도 받아주고 김 비서 그만 못살게 굴어. 아영이 승진도 시켜주고 우영이 오빠한테도 싹싹하게 잘 해줘. 오스카 양말도 많이 사. 우리 집에 찾아오지도 말고 밤새 차 안에서 나 기다리지도 말고 괜히 아영이 불러서 내 얘기 묻지도 마. 사고 기억하려고 애쓰지 말고 엘리베이터 타려고 하지마. 우리 아빠 찾아가지 말고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고 그리워하지마. 이제, 나 기억하지 마. 진짜…이별이잖아.
“간다.”
“…….”
“라임아. 길라임. 라임아….”
“왜, 김주원.”
“이름, 이쁘네.”
“…….”
“얼굴처럼.”
멀어진다. 항상 내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와주던 그의 등이, 나를 뒤로하고 걸어간다. 좁아진다. 그리고 들썩인다. 채 열 걸음도 가지 못해 멈춘 등이 어느새 야위었다. 자존심 센 남자. 고개 숙인 적 없는 남자. 그런 남자가 운다. 저리도 슬피.
“김주원.”
“…흑…흐윽….”
“내가 누구지?”
“……흐윽…흑….”
“대답. 내 이름은?”
“…흑…길라임….”
“틀렸어. 다시, 내 이름이 뭐지? 나 알아?”
“…아니.”
얼굴처럼 예쁘다던 이름을 잊어버린 너. 얼굴이 온통 젖도록 울면서도 나를 모른다고 대답한다. 나를 위해 억지로 제 상처를 만들어 낸다. 이 남자는 착하다. 그리고 약하다. 하지만 이를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했고, 그래서 미안하다.
“내가 이런 말 한 적 있었나?”
억지로 끌려가듯 옮겨지던 걸음이 멎었다. 조금이라도 더, 뒷모습만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제멋대로 입이 움직인다. 이런 나를 이해하는 듯한 침묵 속엔 아직도 고요히 흐느끼는 너의 설움뿐이다.
“주원아. 김주원. 주원아….
“오빠한테 이게…”
“미안해.”
“나도.”
“사랑해.”
“나도.”
“항상.”
“……나도.”
입을 막고 뛰쳐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처량했다. 사랑을 믿지 않았던 남자가 사랑에 상처받았다. 어느 쪽이든 불쌍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랑의 중심에 내가 있었기에 나는, 나는….
“안녕.”
대답 없는 허공에 인사를 건네야만 했다.
“김주원.”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나의 인어공주님.
7년 후.
“라임아, 라임아‼”
“왜, 또?”
“우리 사장님…아, 미안.”
“괜찮아. 왜 그래?”
“아, 저…”
벌써부터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적이는 모양을 보니 큰 실수라 생각했다 보다. 조금 있으면 스스로를 뒤통수를 때리고 있을 아영이라서 정말로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 되는데…. 에이, 어차피 인터넷에 다 뜰 텐데, 뭐. 놀라지 마, 라임아.”
“뭐 때문에 그러는데.”
“사장님……결혼한대.”
“…….”
“라임아?”
“눈 온다.”
“라임아.”
“아영아, 눈 내린다. 예쁘다….”
김주원. 보고 있니……. 겨울이야. 너와 내가 만난.
‘어, 눈 오네.’
‘아직도 유치하게 눈 보면 뛰어다니고 이러는 거 아니지?’
‘어……맞췄다.’
‘말했지, 나는 그 쪽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굉장한 사람이라고.’
‘미친놈.’
‘어허, 고운 얼굴로 험한 말 쓰지 말랬지. 인상도 좀 피고. 주름 생긴다니까? 아무리 화낼 때 예쁘다고 했어도 늙으면 못써.’
‘못 살아.’
‘왜, 내가 너무 좋아서?’
나 때문에 인생을 놓으려 한 남자. 사랑 받을 자격이 넘치는 남자. 그 자격을 나에게만 쥐어준 남자. 눈물로 얼룩진 상처로 자격을 되돌려 받은 남자. 그런 남자의 결혼식이, 23시간 남은 지금.
“어, 라임아. 이거 봐봐.”
“편지?”
‘그 쪽한테 편지 쓰는 게 처음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내 인생에 편지를 쓰는 게 처음이니까 감동해줬으면 좋겠어. 눈이 내리니까 생각이 나서 어쩔 수 없었어. 그래도 지금까지 잘 참아왔으니까 용서해줘. 한번쯤은, 기억해도 괜찮잖아. 같이 눈을 맞은 적이 없었는데 왜 눈을 보면 그쪽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 눈동자가 너무 순수해서, 눈을 닮았다고 생각했나 봐. 아님 나한테 대하는 태도가 너무 차가워서 눈이었든지. 근데 그거 알아? 길라임, 되게 따뜻했어. 같이 있을 때 단 한번도 겨울을 느낀 적 없어. 항상 포근하고 기분 좋았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길라임을 찾았어. 엄마 없는 아이처럼 울면서.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것도 용서해줘. 너를 만나면서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사과, 이제야 해서 그것도 미안해. 너를 많이 울게 해서. 너한테 아버지를 앗아가서. 잊겠다고 해놓고 매일 찾아가 지켜봐서. 힘들 때마다 몰래 도와줘서. 그런데 다른 여자를 곁에 둬야 해서. 전부 다, 미안해.근데도 내가 또 여기까지 온 건,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서야. 당신 꿈에는 아직도 내가 나와? 그래서 아직도 그렇게 힘들게 잠을 자야 해? 그런데도……내가 나오길 바라? 내일도, 모래도?’
편지를 한 손에 쥐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집 앞에 차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발을 구겨 신으며 힘껏 달렸다. 매일 그가 나를 보기 위해 숨어있던, 그 곳으로.
“미친놈.”
“반갑네, 그 말.”
고개를 숙인 채 땅을 차던 그의 발이 멈춘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내뱉은 한 마디에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가 만난 시간보다 몇 십 배는 더 오래 멀리 있었지만, 그는 첫만남의 김주원 그대로였다. 공허해진 눈동자를 빼면.
“뭐 볼게 있다고 매일 여기를 와.”
“여기 있잖아. 화낼 때 제일 예쁜 내 여자.”
“누가 네 여자야? 웃겨.”
“매일 밤 꿈에 나를 부르는 여자가 내 여자가 아니면 누군데.”
“…용서 구할 게 있어서 왔어.”
“…….”
“알고 있었어. 매일 저녁에 여기서 나 기다려서 뒷모습 보고 한참 서있다가 가는 거.”
기적처럼 나한테 벌어지는 일들. 아영이가 나 위해서 가져왔다는 물건들. 다 김주원 때문이라는 거.
“…….”
“외면해서 미안해. 자신이 없었어. 염치도 없었어. 아는 척 하면…다신 안 올 까봐 무서웠어.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나 보는 당신 느끼면서 일부러 더 밝은 척 걸어갔어. 그리고 집에 불을 켜면 그제서야 돌아서는 당신 그림자가, 너무 작아서.”
“길라임.”
“창문 밖으로 항상 손을 흔들었어.”
나 때문에 늦은 밤에 돌아가는 골목길이 외로울 까봐.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없이 항상 추울 까봐. 마음속으로…항상 당신을 배웅했어. 매일 밤을 그렇게 잠들었어.
“너…”
“그래서, 꿈에서 당신을 불렀어. 내일도, 모레도- 하면서.”
아무리 험한 꿈이라도 네가 필요했어. 그리고 꿈에서 깨면 네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 그럼 그제서야 이것마저도 꿈이구나, 하고 잠에서 일어났어. 그리고 세면대로 달려가 눈가를 벅벅 비비면서 ‘잘했어.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난 거야. 장해, 길라임.’ 하면서 나를 칭찬했어.
“그 넓은 집에서 당신이 혼자 내 꿈 속으로 달려왔듯이.”
사랑하는 남자의 결혼식이 23시간 남은 지금, 나는…그에게 다시 고백을 한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여전히.
“그래서…그 꿈에서 내가 뭐래?”
“김주원은 생각했다. 길라임이, 김주원의 봄이라고.”
“…….”
“그래서 내가 그랬지.”
“…….”
“나도.”
눈 내리던 어느 겨울날 다시 마주한 우리. 처음부터 뒷걸음질 치던 나와, 처음부터 이별을 생각하던 당신.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됨은 운명이었을까. 그 찰나, 지난 세월을 살아온 우리의 세상이 뒤바뀐 것은, 운명이었을까. 서로에게 향하는 시선의 황홀함과 가슴 속에서 터지는 뜨거움을 느낀 것은…운명이었을까. 그저 길라임을 필요로 했던 김주원과 김주원을 필요로 했던 길라임이 무의식적으로 서로를 끌어당긴 건 아닐까.
“추운 겨울 한가운데 만난 당신이 봄의 바람을 만지게 해줬어.”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고 나는. 나는.
“너는 나의 봄이다.”
그렇게 당신은, 내게로 왔습니다.
“당신 꿈 속은 뭐가 그리 험한 건데?”
“내 꿈 속에 당신이 있거든.”
“나랑은 꿈 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건가?”
“그래도 와라…내일도…모레도.”
내가 꿈에 나오면 거기서도 행복하지 않냐고 묻고 길라임은, 그래도 오라고 대답한다.
오늘도, 내일도.
첫댓글 어머!!정말 안그래도 시가 끝나서 우울모드인데~이거 뭔가요~~~??!!읽으면서 엄마미소가 지어지는 소설이였습니다!!!ㅋㅋㅋ
고맙습니다!!! 저도 시크릿가든을 이렇게 보내기가 너무너무 아쉬워서..ㅠㅠ 쓰고 나서도 드라마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드라마였나봐요!!
꺄아...........시크릿가든 짱!!!!!!!
오스카 양말 많이 사고 에서 빵 터짐ㅋㅌ
음, 저는 진지하게 쓴 건데ㅋㅋㅋ라임이라면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니까요?
ㅁㄴㅇㄻㄻㄻ 아진짜시가끝나서뭐하고사나..이러고 있었는데, 마음에 쏙 드는 결말 소설이네요 !!!! 진짜 엄마 미소 지으면서 보고 갑니다 ^^
고맙습니다ㅋㅋㅋ시가 하나때문에 일주일을 버텼던 비루한 영혼들을 버리고 떠난 김주원 길라임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힘들어하고 있어요...ㅠㅠ 다음에 글 써도 봐주세요!!
제 머릿속에 꽃PD님 입력해놨습니다. 주말에 알바하고 와서 시가를 다운받는 그마음을.... 그 설렘을.. 이젠 보내야 겠지요. 흑흑흑흑 요번주말은 어떡하라고. 다음 글에서 뵈요~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글 쓰면 꼭 읽어주세요.
코피나올려고해ㅠㅠㅠㅠㅠ
어어어 막으세요!!ㅋㅋㅋㅋ부족한 제 글 읽고 잘난 김주원 떠올리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어요...ㅋㅋㅋㅋ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요ㅋㅋㅋ저도 다시 보고 있어요. 현빈!! 김태평..!!! 왜 이렇게 잘난 거야 이 어메이징한 남자야!!!
시가가진짜레전드다ㅠ-ㅠ 짱>ㅡ<
잊을 수 없는 불후의 명작 레전드에 남을 거 같다능...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