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화순읍의 미용실에 간다고 나더러 운전해 주고 산에 다녀 오란다.
10시 반 예약이니 한 시간 전에 출발하면 되겠다.
9시 20분에 출발해 10시 20분이 못 되어 미용실 입구에 내려주고 큰재를 넘는다.
넌와 나 목장에서 서석대 다녀오려면 최소 3시간은 걸릴 것이다.
바보는 기다리겠으니 서서히 다녀오라 하지만 난 얼른 다녀오고 싶다.
차 몇 대가 서 있다.
마음이 바쁜지 걸음을 서두르는데 몇 걸음 못 가 느려진다.
마음을 비우고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걷는다.
난 여전히 촌놈 마라톤 하듯 한다.
술이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산길도 그렇다.
사랑도 그러한지 모르고 모든 관계에서도 그러고 산다.
옹달샘에서 손으로 물을 떠 먹고 오르는 길도 지그재그 길다.
바로 오르던 길을 국립공원 되면서 긴 사선으로 지그재그 돌려 놓은 돌길은 훨씬 편할 것인데
힘은 여전히 부족하다.
장불재대피소 가는 길엔 가을 풀꽃들이 색깔없이 하늘거린다.
대피소 주변에 노란 짚신나물이 가득이다.
입석대 오르는 길엔 작은 꽃들을 지나치며 내려올 떄 보기로 한다.
한시간 반이 못 걸려 서석대에 도착한다.
평일이어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다.
나 혼자 BAC 인증사진을 직는데 앞의 젊은이가 찍어준다 한다.
바보가 싸 준 토스트를 베어물며 맥주를 마신다.
여름이 끝나가는 산바람은 서늘하다. 땀이 식는다.
승천암 부근을 내려오는데 바보가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서두르지 말라 한다.
길 가의 늦여름 꽃들을 무릎꿇고 본다.
동자꽃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길 옆에 피어 있을 것이다.
바로 내려가려다가 산에서 시간을 더 보내자고 백마능선쪽으로 조금 걷는다.
바위 위에 서서 정상과 시내 그리고 수만리를 내려다 본다.'푸르름이 좋다.
식당 앞에 이르자 1시가 다 되어간다.
식당에서 한떼의 사람들이 나온다.
어느 기관의 아마 교육청의 직우너 송별회 일지 모른다??
바보는 미용실에서 나와 다이소에서 작은 살림살이들을 가득 사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