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연중 30주간)
제삼권
제 77 편
(지휘자 여두둔을 따라 부르는 아삽의 노래)
1 내가 큰소리로 하느님께 부르짖사오니 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소서.
2 답답할 때에 나 주님을 찾았고, 밤새도록 손을 치켜 들고 기도하며 내 영혼은 위로마저 마다합니다.
3 하느님을 기억하니 한숨만 터지고 곰곰이 생각하면 기가 막힙니다. (셀라)
4 당신께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게 하시오니 너무나도 지쳐서 말도 못하겠습니다.
5 지나간 옛일이 눈앞에 선하고 흘러간 세월이
6 머리를 맴돕니다. 그 때의 일을 생각하여 밤새도록 한숨짓고 생각을 되새기며 속으로 묻습니다.
7 "주께서는 영원히 나를 버리시려는가?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시려나?
8 한결같은 그 사랑, 이제는 그만인가? 그 언약을 영원히 저버리셨는가?
9 하느님께서 그 크신 자비를 잊으셨는가? 그의 진노가 따스한 사랑을 삼키셨는가? (셀라)
10 이 몸이 병든 것 생각해 보니, 지존하신 분께서 그 오른손을 거두셨기 때문이구나."
11 야훼께서 하신 일을 내가 어찌 잊으리이까? 그 옛날 당신의 기적들을 회상하여
12 주의 행적을 하나하나 되뇌고 장하신 그 일들을 깊이 되새기리이다.
13 하느님, 당신의 길은 거룩하시오니, 하느님만큼 높은 신이 어디 있으리이까?
14 당신께서는 기적을 베푸시는 하느님, 그 크신 힘을 만방에 알리셨사옵니다.
15 당신의 백성, 야곱과 요셉의 후손들을, 당신 팔을 펴시어 속량하셨사옵니다. (셀라)
16 하느님, 바다가 당신을 뵈었사옵고 당신을 뵈옵고는 되돌아서고, 깊은 구렁마저도 뒤틀렸습니다.
17 구름이 비를 뿌리고 하늘에서 천둥 소리 진동하는데, 당신의 화살 비오듯 쏟아집니다.
18 당신의 천둥 소리 휘몰아치고 번개가 번쩍, 세상을 비출 적에 땅이 흔들흔들 떨었습니다.
19 바다를 밟고 다니셨건만 대해를 건너 질러 달리셨건만 아무도 그 발자취를 몰랐습니다.
20 양떼처럼 당신 백성을 모세와 아론의 손을 빌려 인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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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글에 나오는 여두둔은 성전의 음악을 담당하거나, 성전 문을 관리하는 레위인을 말합니다.
밤을 새워 기도하는 시인의 울부짖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으로 77편은 시작합니다. 밤새껏 기도하고 하느님과의 옛 기억을 떠올리지만, 웬일인지 하느님은 나에 대한 사랑을 거두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시인은 굴하지 않고 하느님은 나의 구원이시고, 권능으로 나를 이끄시고 보호하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노래합니다. 세상을 살며 인생의 어두운 밤을 깊이 절감하며, 하느님께 매달리는(의심도 하면서) 기도를 바칩니다.
오늘 시편의 배경은 밤입니다. 학자들은 오늘 시편은 분명히 밤에 드리는 기도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갈급하면 밤중에도 손을 높이 들고 기도를 했을까요!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느님에 대한 의심도 서슴지 않습니다. 시인의 두려움은 하느님께서 자기를 버리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휩싸였을 때였습니다. 예전과 달리 하느님은 사랑과 자비를 자기에게서 거두셨을 거란 느낌이 그를 힘들게 한 것이죠.
이런 의문과 두려움은 우리도 매양 한가지로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때 오늘 시인처럼 우리도 하느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기억 속에서 다시 살려내어 하느님의 변함없으심을 확신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하루가 지나고 밤에 기도를 드릴 때, 그날 나에게 있었던 일과 생각과 행동 가운데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돌아보는 기도를 바칩니다. ‘의식 성찰’이라 부르는 짧은 기도입니다.
두려움과 절망 가운데 모세와 아론을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셨는지를 성찰하고 기억해 내는 것, 나의 삶과 교회의 역사 가운데 어려울 때마다 나를 이끄셨던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해 내는 것 모두 간절한 기도입니다.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영혼의 황폐함을 겪을 때 우리는 지난날을 회상하고 기억하며 하느님의 보호하심을 굳게 믿고 기다릴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