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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유토피아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회는 있다”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쇠퇴 그리고 다음 세계에 대한 사유와 성찰
『예수전』 『B급 좌파』 비판적 지식인 김규항의 시민을 위한 ‘자본’ 읽기
기업가 정신, 노동자의 상상력과 자율성, 혁신과 공정의 강조 그리고 인공지능의 등장과 같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인류는 생산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 노동 불안정성, 생태기후 위기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현상만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작동방식을 살필 때다.
『예수전』 『B급 좌파』의 비판적 지식인 김규항이 신작 『자본주의 세미나』로 돌아왔다.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쇠퇴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오늘날 역사 속의 한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가 늙고 노쇠했음을 드러낸다. 노쇠한 체제 위기와 새로운 질서 탄생 사이, 이행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담았다. 특히, 이 책은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와 전혀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노동자 계급 내 계층 격차를 중요하게 본다. 대다수 노동자가 비슷한 처지였던 19세기 자본주의와 고도로 발달한 현재의 자본주의는 다르기 때문이다. 거스를 수 없이 강력한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온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과 행동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보도록 돕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최신의 자본론. 유토피아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회는 있다.
🏫 저자 소개
김규항
사회문화 비평가이자 교육운동가. 사람들이 정치나 경제 고민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작은 일상에 골몰하는 세계를 소망한다. 시스템의 본질에 대한 천착, 간결한 문체와 통찰력 있는 문장의 글을 써왔다. 근래에는 저술에 집중하면서 현대예술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도 시도한다. 2003년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를 창간, 발행인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예수전》 《B급 좌파》 《혁명노트》 등이 있다. 《자본주의 세미나》는 장기화하고 깊어지는 자본주의 위기를 현상만으로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근본 원인을 성찰한다. 자본주의의 체제 구조 및 작동법칙을 밝혀, 오늘날 역사 속의 한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가 늙고 노쇠했음을 드러낸다.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는 이행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변화의 주역은 선구자나 성난 비판자가 아닌, 스스로 사유하는 개인들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 목차
들어가며
01. 생산과 노동
02. 상품이란 무엇인가
03. 가치법칙
04. 노동가치론의 진실
05. 화폐의 비밀
06. 물신 세계
07. 평등을 삼킨 공정
08. M-C-M′
09. 이윤율 늘리기
10. 자본가의 영혼
11. 임금 이야기
12. 경기순환과 공황
13.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
14. 독점과 20세기 자본주의
15.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
16. 인플레이션
17. 포섭에서 잉여로
18. 노쇠한 자본주의
그림 정보
📖 책 속으로
자본주의를 파악하는 일이 주는 첫 번째 효용은 오히려 사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사회체제는 그에 속한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일정한 경향성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는 거스를 수 없이 강력합니다. 내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며 어디까지가 정말 내 것인지 혼란스러웠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겁니다. 자본주의를 파악하는 일은 나를 파악하는 일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7쪽, ‘들어가며’」중에서
상품 물신성에 빠지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떤 병증에 빠지는 일이 아니라, 상품생산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 자체입니다. 예의 병리현상에 대응하는 정신적 노력은 물론 의미 있는 것입니다. 인간 행동은 정신에서 시작되니까요. 문제는 정신적 노력 자체가 아니라 상품 물신성 현상의 원인을 보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공유와 협동’ ‘우애와 환대’ 같은 훌륭한 구호들이 대체로 중산층 인텔리끼리의 지적 유희에 머무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65~66쪽, ‘6장 물신 세계’」중에서
노동 배분의 봉건적 질서가 해체되고 근대사회가 열렸을 때, 개인들이 제 노동을 선택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노동엔 귀천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자각은 실제 현실로 구현되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근대인으로서 노동엔 귀천이 없다고 말하며, 자본주의의 성원으로서 노동에 귀천이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72~73쪽, ‘7장 평등을 삼킨 공정’」중에서
사회 전체로 보면 임금 총액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투쟁 상태로 결정됩니다. 일부 노동자를 노동 귀족으로 만드는 건 바로 후자를 노린 자본과 국가의 전략입니다. 노동 귀족 문제를 따지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윤리적 차원으로 매몰되지 않아야 합니다. 임금과 관련한 자본과 국가의 분리 지배 전략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결국 사회 전체의 임금 총액이 작아지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119~120쪽, ‘11장 임금 이야기’」중에서
개별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가 그들 전체의 이윤을 훼손한다는 사실은 자본주의의 본질적 모순입니다.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은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체제 자체의 위기로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138쪽, ‘13장 이윤율의 경향적 저하’」중에서
자본주의에서 물가는 지속적으로 내리는 게 정상이며, 물가가 안정 상태라거나 물가가 그대로인 상태 모두 인플레이션입니다. 물가가 그대로인 상태는 실은, 상품 가치의 하락만큼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이런 속성은 명목임금을 유지하거나 일정하게 인상하면서도 임금을 삭감하는 수법으로 사용됩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노동자의 저항을 막기 위해 명목상 임금을 올리되 인플레이션보다 작게 올리면 임금 삭감과 동일한 효과가 있습니다.
---「173~174쪽, ‘16장 인플레이션’」중에서
기계나 과학기술은 사람들이 전보다 덜 노동하고 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러나 자본 운동에 사용되기에 오히려 일자리만 줄고 불안정한 삶을 강요받는 거죠. 이걸 분별하지 못할 때 바로 지금처럼 자본 운동이 끌고 가는 변화를 마치 자연의 변화처럼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같은 흔한 수사들이 바로 그렇죠. 수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인간의 필요와 자연을 함께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인가’ 같은 질문과 토론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194~195쪽, ‘18장 노쇠한 자본주의’」중에서
🖋 출판사 서평
“유토피아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사회는 있다”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쇠퇴 그리고 다음 세계에 대한 사유와 성찰
『예수전』 『B급 좌파』 비판적 지식인 김규항의 시민을 위한 ‘자본’ 읽기
기업가 정신, 노동자의 상상력과 자율성, 혁신과 공정의 강조 그리고 인공지능의 등장과 같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자본주의 체제하 인류는 생산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침체, 노동 불안정성, 생태기후 위기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현상만으로 자본주의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작동방식을 살필 때다. 『예수전』 『B급 좌파』의 비판적 지식인 김규항이 신작 『자본주의 세미나』로 돌아왔다. 특유의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자본주의의 생성, 발전, 쇠퇴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오늘날 역사 속의 한 생산양식으로서 자본주의가 늙고 노쇠했음을 드러낸다. 노쇠한 체제 위기와 새로운 질서 탄생 사이, 이행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에 대한 사유와 성찰을 담았다.
특히, 이 책은 기존 마르크스주의와 전혀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은 하나’라고 보지 않는다.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의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재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보다 대기업 정규직과 자신을 비교할 때 더 구체적인 자괴감을 느낀다. 생활 수준의 격차는 입시 경쟁을 통해 세습화하여 신분화한다. 19세기 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의 기본 형태로 본다면 이 상황은 자본주의의 속성 변화다. 그러나 저자는 반대로 이 상황은 모든 노동을 상품 가치로 환원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이며, 대다수 노동자가 비슷한 처지이던 19세기엔 미처 불거지지 않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본격화한 거라 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체제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을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담은 것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현상만으로도 자본주의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는 건 함정일 수 있습니다. 비판에 앞서 그런 현상들이 만들어지는 원인과 메커니즘을 알아야 합니다. (…) 이 책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견해와는 일정한 차이를 갖습니다. 노동자 계급 내의 계층 격차를 중요하게 봅니다. 자본주의 초기에 이 문제는 그리 불거지지 않았지만 이젠 계급 격차를 무색하게 할 정도입니다. 흔히 이런 변화는 자본주의의 속성 변화라 여겨지지만, 이 책은 자본주의의 본디 속성이 본격화한 거라 봅니다.”(‘들어가며’ 중에서)
저자는 산업혁명기 자본주의가 힘이 넘치는 축적운동으로 인간을 해쳤다면, 현대 자본주의는 노쇠한 상태로 억지로 축적운동을 벌이느라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무계획적 생산 방식을 버리고 인간의 필요를 위한 계획적 생산 체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행기의 사유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 책은 거스를 수 없이 강력한 자본주의 체제를 살아온 우리가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온 생각과 행동을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보도록 돕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최신의 자본론이다. 유토피아는 없지만 최소한의 사회는 있다.
“새로운 사회는 현재의 사회 안에서 자라납니다. 우리가 노쇠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새로운 사회가 생겨나는 시기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행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행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일정을 갖게 될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이행기의 성격을 고려할 때, 그 주역은 선구자나 지도자와 함께하는 군중이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는 개인들일 거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18장 노쇠한 자본주의’ 중에서)
당신을 위한 자본주의는 없다
상품과 화폐의 탄생에서 경기순환과 현대 자본주의까지
새로운 사회를 사유하는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 세미나
주류 경제학은 수요-공급을 기반으로 한 시장 현상과 그 인과관계, GDP, 금리, 물가상승률 등 시스템의 표면과 현상에 매달리느라 자본주의가 자본의 이윤 축적에 목적을 두고 물질적 재생산을 이루는 메커니즘을 해명하지 못한다. 이 책은 상품과 노동가치론, 물신 세계와 신자유주의, 평등을 삼킨 공정, 공황과 인플레이션, 청년 실업 문제와 잉여노동, ESG 경영과 탈성장의 진실까지 자본주의라는 독특한 물신 세계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담고 있다.
·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 삶을 사고파는가
‘시장 원리’ ‘보이지 않는 손’과 함께 경제학이 제시하는 수요-공급 곡선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상태의 균형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예를 들면, 왜 라면 가격은 800원, 자동차 가격은 3,000만 원에서 오르락내리락할까?). 자본주의에서 화폐는 수많은 상품의 가치를 가격표로 매겨 개별 상품이 전체 상품 세계의 일원이 되도록 한다. 인간이 부여한 기능과 사회적 속성이 상품 속성인 것처럼 전도되는 상품 물신성은 화폐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저자는 “상품 물신성에 빠지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의 어떤 병증에 빠지는 일이 아니라 상품생산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 그 자체”이며 “착시도 착각도 아닌, 오히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일”이기에 성숙한 의식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고유한 동력이자 지배 원리는 자본 운동이다. 자본은 유통 과정에서 그 가치를 증식시켜 그 일부가 다시 유통에 들어가는 순환을 반복하며 축적한다. 자본가는 노동자가 노동을 통해 생산한 가치에서 노동력의 가치(임금)를 뺀 잉여가치에서 이윤을 획득한다. 이 ‘착취’는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빼앗거나 상품 교환의 법칙을 어긴 부등가 교환이 아니다. 등가교환의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이다. 자본가는 노동(노동력의 사용)이 아니라 노동력(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구매했기에 어떻게 사용하든 판매자인 노동자와는 무관하다. 저자는 “등가교환의 원칙을 준수하니, 자본주의 체제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래서 체제의 문제”라고 말한다. “‘착취 없는 사회’는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사회체제를 의미하게 된다.”
· 자본주의는 어떻게 체제 위기를 감추는가
자본주의 위기는 두 가지 차원으로 나타난다. ‘회복기-호황-공황-불황’의 경기순환은 10여 년 주기로 발생한다. 주류 경제학은 공황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지만, 비약적으로 증대하는 생산능력을 사회의 소비능력이 감당하지 못해 과잉생산, 과잉자본 현상은 필연적이다. 공황은 과잉생산과 과잉자본을 청산해 다시 자본 축적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경기순환과 공황이 반복될수록 자본주의는 더 높은 생산력을 갖는다. 생산력이 발전하면 생산수단 비중이 커지고 노동력의 비중은 작아진다. 오늘날 ‘노동의 종말’ ‘고용 없는 성장’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잉여가치의 원천은 노동력에서 나오기에 노동력의 비중이 줄어들면 이윤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체제 위기가 심화된다.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현대 자본주의의 형태 변화는 깊어지는 이윤율 저하 경향에 자본주의가 대응하는 방식이다. 흔히 케인스주의는 유효 수요 창출을 위한 국가 개입을,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 시장을 추구한다고 알고 있지만, “국가가 공황에서 독점자본 구제를 비롯하여 경제에 개입하는 건 케인스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동일”하다. “2008년 미국발 공황은 신자유주의의 파산 선고였지만 신자유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복지를 해체하고 비정규 불안정 노동을 확산하며 노쇠한 상태로 굴러가고 있다.
최근 생태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ESG 경영이나 탈성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기보다 체제 위기를 감추려는 구호에 가깝다. 저자는 “자본주의에서 ‘성장’은 다름 아닌 자본 축적운동의 지속”으로 “자본 축적운동은 자본주의의 선택 요소가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이며 “탈성장 자본주의란 마치 ‘탈신앙 종교’처럼 성립 불가능한 모순”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ESG가 말하는 지속 가능성은 인간과 자연이 아니라 축적운동의 지속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