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얽힌 추억
아침에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제법 내렸다
도시에 내리는 눈은 낭만적이라기 보다는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낙상사고의 원인이 된다
몇 년 전에 집사람이 빙판길에 미끄러졌다
손목이 부러져 몇 달을 고생했다
빵집에 가서 빵을 사오는 길이었다
한 손에 핸드백, 한 손에 빵 봉지
그게 낙상의 원인이었다
이후에 나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샀다
꼭 등산화처럼 생긴 목이 긴 신발이다
바닥이 우툴두툴하고 안에는 털이 달렸다
조금 춥거나 길이 미끄러운 날은 꼭 이 신발을 신는다
눈에 미끄러진 추억도 많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 전국을 누비며 영업을 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비포장도로가 많던 시절이다
타이탄 트럭에 병아리를 싣고 기사와 함께 다녔다
요즘 충청도와 전라도에 내리는 눈을 보면
그 때 생각이 난다
충남 예산이었던가? 합덕이었던가?
눈이 하도 많이 내려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타이어와 차체 사이에 눈이 얼어붙어 타이어가 멈췄다
처음에는 얼음을 떼어내며 달렸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리고 인근의 여인숙에 들어가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
더 이상 운행을 포기하고 거기서 하루를 더 묵었다
알고보니 그 곳이 색씨집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한번은 큰 거래처가 있는 대전엘 갔다
우성사료라고 당시 한국에서 제일 큰 사료회사였다
오전에 내려갈 때부터 눈이 내렸다
햇볕에 눈이 녹아서 질척거렸지만 갈만했다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다
눈은 그쳤지만 기온이 내려가 도로가 얼어 붙었다
조심조심 달린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죽암휴게소쯤 왔을까?
다리를 건너는데 앞에 가던 고속버스가 춤을 추었다
좌우로 차가 뒤뚱거리는게 보였다
브레이크에 발이 올라갔다. 차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다가 다리 난간에 부딪치고 차가 멈췄다
교통경찰이 달려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괜찮냐고 물었다. 어깨가 뻐근했지만 무사했다
안전벨트를 맨 덕분이었다. 차종은 포니2였다.
내려서 살펴보니 차 앞쪽이 엉망이었다
앞쪽이 부서져 라지에타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범퍼도 물론 박살이 나 있었다
헤드라이트도 한쪽이 다 깨져 있었다
그런데 무모하게 그 차를 몰고 서울로 왔다
한 쪽 헤드라이트만 비추니 너무 불편했다
차선 하얀 페인트가 번쩍번쩍하며 눈이 부셨다
반대쪽은 깜깜했다
눈이 많이 오는 충청도와 전라도를 누비며
그 밖에도 고생스러웠던 에피소드가 많다
그래서 나는 겨울이면 차 트렁크에 월동장구를 챙긴다
야전삽부터 시작해서 체인, 정비를 위한 옷가지들
점프케이블, 그리고 각종 공구세트를 싣고 다닌다
군대생활을 정비과에서 했던 덕분으로
간단한 고장은 직접 수리를 할 줄 알았다
예전에 포니2, 프레스토, 소나타 등을 몰 때는
잔 고장은 직접 다 해결했었다
테헤란로 뒤쪽의 정비공장 인근에 있던 부품대리점
거기 가서 부속을 사서 직접 수리를 했다
부동액도 따로 사다가 직접 다 갈았다
와이퍼나 밧데리도 직접 갈고 그랬다
타이어가 펑크나면 직접 교환을 했었다
지금은 긴급출동을 부른다
부품이 디지털화되어 손을 보기도 어렵다
정비업소엘 가도 노트북으로 연결해서 점검을 한다
기술자들도 눈으로는 어디가 고장인지 잘 모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지금은 AI 시대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는 세상이 됐다
과거에 눈내리는 시골길을 달리며
멈춰 섰던 자동차를 수리하며 달리던 시절
그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그게 벌써 50년 전 일이다
1977년에 첫 출근을 했었으니까
군대생활은 그보다도 더 앞선 이야기다
포천의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차가운 공구를 손에 들고 정비하던 생각이 난다
아침에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며
50년 전 옛날 일을 떠올려 본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내가 몰고 다녔던 포니2
색깔도 쑥색으로 똑같았다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열심히 일을 했었다
1975년 겨울 정비를 위해 정비과 연병장에 모인 M113 APC들
장갑차에 쓰여진 번호 1215-241은
1215부대(101기보대 부대번호), 2중대 4소대 1분대 차라는 뜻이다
1개 분대의 보병들을 전투지역까지 실어 나르는 장갑차라는 말이다
101기보대에는 모두 63대의 장갑차가 있었다
맹호부대 기갑여단 101기보대 정비과 근무 시절
겨울이면 강추위에 정비하느라 애를 먹었다
동상을 예방하느라 손에 글리세린을 바르고 그랬다
손잔등이 얼어 터져서 피가 나면 자다가 잠이 깨곤 했었다
첫댓글 미끄럽고 눈이 쌓인길을
삼성동에서 우리집까지 운전해서 15분이면 가는데 3시간 만에 갔던 기억 나네요 어찌나 겁이 나던지
그냥 눈오면 좋아하던 시절은 다 가고 눈 많이오면
그냥 싫으네요
저도 예전에 서울세관 옆 건설회관에서
KCC본사 있는 집까지 눈길에 미끄러지며
3~4시간 걸려서 퇴근한 적 있습니다
그 날이 최악이었습니다
겨우 4km 남짓인 거리인데요
눈이 바로 얼어붙어 반질반질
빙판에 접촉사고도 엄청 많았지요
감사합니다
위험한 눈길을 달려 여기까지 왔네요.
참 대단한 행운이지요.
이젠 추억과 낭만의 눈길이길 바랍니다만
건강해야겠지요.
네 그 뒤에도 몇 번 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눈길에 미끄러져서 혼났습니다
그래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도와줘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지나서
여기까지 왔네요
네 도반님도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첫 자동차 사고가 눈길에 미끄러진 것이라 미끄러운 길은 요즘도 굉장히 신경 쓰고 운전합니다.
1983년 1월 1일...그때는 설날을 양력으로 쇴지요.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던 관계로.
부곡(지금 의왕)에 있는 부모님댁에서 차례지내고 귀가하는 길인데,
멀쩡하던 날씨가 불광동 쯤 부터 눈이 날려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구파발에서 북한산 쪽으로 돌아 천천히 가는데...
(그때는 편도 1차로) 앞에 소형 트럭 한대가 한쪽 바퀴를 인도에 걸쳐 비스듬히 주차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중앙선을 넘어 가려고 했는데 맞은편에서 25톤 대형트럭이 오는 겁니다.
하는 수 없이 핸들을 원위치로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대로 주욱 미끄러져 내차(기아 브리사-2) 엔진룸이 소형 트럭 뒤로 들어갔지요.
천천히 가던 터라 다치지는 않았지만, 집사람, 딸, 아들 우리 온식구가 타고 있어 아찔했습니다.
지금도 미끄러운 길은 조심조심 운전합니다.
부곡이란 역이름이 생각납니다
기차통학하면서 매일 보던 이름
군포, 부곡 그랬었지요
한라양행 공장이 있었지요
큰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25톤 트럭 밑으로 들어가면 대책 없지요
하늘이 도우셨네요
저는 요즘은 눈 오면 아예 운전 안 합니다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지요
감사합니다
정비과 출신이셔서 엄청 득이 많으셨겠네요
포니 2
저차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엄청 인기 좋은 차 였지요
나중엔 득이 됐지만
군대생활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수송부와 한 내무반을 썼고
행정반, 정비고 다 공동이라서...
네 포니2가 참 좋은 차였다고 생각합니다
집안네 일에도 다 다녔습니다
차가 귀했던 시절이었죠
감사합니다
사진 오른쪽병장계급이 청솔님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훈남 이군요
눈오면 눈치우기 지긋지긋 합니다.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오네요
인생살며 여러 고비가 있지요.고비없는 인생은 아마 없을겁니다
여기까지 오신다고 애쓰셨습니다
맞습니다
왼쪽의 후임병사는 심성근이라고
천안이 고향인 총포계 조수였지요
총포계 사수는 저와 같이 서대문구에서 입대한
동기였습니다
눈을 치우셔야 하는군요
저는 아파트라 그런 건 안 해도 됩니다
네 눈때문에 갈뻔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순간이드라구요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예전에 수송대 군기가 엄청 쎄었죠
고생하셨네요
눈길의 교통사고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부산에는 눈구경하기가 힘들지만 이십년 전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차를 몰고 가는데 눈길에 핸들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 있다가 운전을 해서 귀가한 일이 떠오르네요
조심 또 조심을 하여야겠더군요
여기 부산은 눈이 오며는 교통대란이랍니다 ㅎㅎㅎㅎㅎ
눈길 조심하시면서 다니시길 바랍니다^^
맞습니다
우리 정비과가 수송부랑 내무반도 함께 썼고
행정반, 정비고 다 공동이었지요
매일밤 결산본다고 빳다 맞고
툭하면 끌려나가 기합받고
정비과는 정비과대로 따로 군기잡고
특히 월남 갔다온 고참들이 또라이였지요
쫄병시절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17개월까지 쫄병했습니다
17개월 지나니까 용접병 한 명 오드라구요
대신 24개월에 왕고참이 됐지요
빳다 일체 못 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총포계 봤던 동기놈이
나 모르게 애들 패드라구요
많이 싸웠습니다
눈길에 차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대책 없습니다
차 운행 중지하는 게 상책입니다
요즘 저는 눈소식있으면
아예 운전 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 이용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도 깜놀한 적이 있었죠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운전은 절대
하지 않는데요
퇴근길에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폭탄처럼 눈이 내려 젖어 있던 땅에
쌓이면서 사르르 얼기 시직!
차들이 미끄러지는데
제 차도 미끌거리고 난리
그래도 운전법을 익혀 두었어서
간신히 안전도착하였죠 휴우..
도로에 얼음이 깔리면 대책이 없지요
저도 몇 번 미끄러진 경험 있습니다
특히 경사진 길에서 미끄러지면
정말 활당하드라구요
감사합니다
눈소식과 눈길에서의 위험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되새겨 지네요.
저도 정비행정과 출신. 공병단 중장비중대 장비과, 수송과와 같이 있어서,
특히 김신조 덕분에 꼬박 3년을 군생활하는 업보로 군생활 엄청 어려웠지요.
그러셨군요
저희 때도 3년이었습니다
수송부, 정비과 모두 군기가 쎘습니다
빳다도 많이 맞았고 기합도 많이 받았죠
불침번 외에 차량보초도 서야 했지요
정비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구요
감사합니다
청솔님이 우성사료 이야기 하시니까 난 퓨리나 사료 생각이 나네요 같은 교회지인이 퓨리나 사료 대리점을 했는데 사업이 아주 잘 됐었네요 그래서 밥도 잘 얻어먹곤 했지요 그니까 우성사료는 닭사료회사이고 퓨리나는 돼지 사료회사 인가 보네요 김해엔 부경양돈 이라고 있는데 전국에서 돼지회사로는 제일 크다 소릴 들었네요 청솔님은 이과쪽으로 되는 분 이라서 자동차손도 볼줄 아시고 컴퓨터같은것도 잘 하시고 좋겠습니다 실생활엔 이과쪽이 훨씬 편리 하지요 문과쪽은 자기만 즐겁지 옆지기는 답답할때가 많답니다 뭐 고장 나면 척척 손 잘 보는게 얼마나 좋은건지 사모님께선 아시겠죠?
퓨리나는 미국회사지요
오래 전에 카길에 팔렸습니다
지금은 카길퓨리나입니다
퓨리나에 저의 선후배들이 아주 많았지요
동기들도 있었구요
부경양돈은 부산경남의 조합입니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닙니다
전국구가 아니거든요
우성이나 퓨리나나 전 축종을 다 취급합니다
소, 돼지, 닭, 오리, 어류, 애완견, 양견, 기타 등등
저도 고3초까지 문과였습니다
다들 무모하다고 했지요
문과기질이 많다고들 합니다
제가 어학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공은 이과쪽이지만요
집사람은 별로 신경 안 씁니다
그냥 제가 다 알아서 하는 편입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