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A 칼스배드 감정소가 최근 8캐럿 루비에서 아연 글래스 필링을 발견했다. 시바 소라비와 에이미 쿠퍼가 저술한 이 연구 보고서는 GIA가 계간 발행하는 전문지 젬앤제몰로지 2023년 가을호 ‘랩 노트’에 실렸다. 루비에 있어 글래스 필링은 흔한 처리 방법이지만 이번에는 최초로 아연 글래스 필링이 발견됐다.
젬앤제몰로지 랩 노트에 따르면 8.57캐럿, 하트 셰입의 이 루비는 GIA에 감별 의뢰된 것이었다. GIA는 일반적인 보석 감정 테스트를 시행했고, 스톤에서는 루비의 특성(굴절률 1.760~ 1.769, 장파 UV 조사 시 미디엄-스트롱 레드 형광, 단파 UV 조사시 매우 약한 레드 형광)이 나타났다. 또한 소형 분광기 테스트에서 루비 스펙트럼을 보였다.
하지만 광섬유 조명을 비추자 뿌연 색 필러와 에어 포켓으로 채워진 프렉처 몇 개가 관찰됐다. 반사광을 비추자 프렉처의 광택이 루비(커런덤) 본체보다 둔해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프렉처에 일종의 필링 물질이 주입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분이 불명확한 이 스톤의 필러는 일반적인 커런덤 글래스 필러와 외관상 특성이 동일했으나, 이 스톤에서는 납 글래스 루비 필러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블루 섬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효과에 대해서는 젬앤제몰로지 2006년 봄호 기사 ‘납 글래스 필링 루비의 감별과 강도’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감정사들은 필러의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EDXRF(에너지 분산형 엑스레이 형광 분석기)를 이용한 기본 화학 분석을 시행했다. GIA의 유색석 서비스 글로벌 팀장 셰인 맥클루어는 “감정사들이 최초에 생각했던 대로 스톤 내부에 납이 존재했다면 이 분석 방법을 통해 쉽게 감별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분석 결과 납이나 비스무트가 아니라 크롬, 철, 아연이 발견됐다. 이는 일반적인 결과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LA-ICP-MS(유도결합플라스마분석기)를 이용한 정밀 분석도 시행됐다. 이 기술은 레이저를 통해 미량의 물질을 채취해서 거대한 분광기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맥클루어는 이 분석 방법이 정확하며 보다 많은 성분의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필러는 실리카를 베이스로 한 아연 혼합물로 밝혀졌다.
맥클루어는 “지금까지 아연이 루비에 필링 처리하는 글래스의 성분으로 혼합된 케이스는 보고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글래스 필링 처리는 1980년대부터 프렉처가 많은 루비의 강도와 클래러티를 개선하기 위해 업계가 사용해 온 처리 방식이다. 틈새 필링이 보고 및 분석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다. 납 글래스 필러가 루비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비스무트와 코발트도 많이 사용된다. (젬앤제몰로지 2020년 봄호 참조)
필러의 시초인 실리카 글래스 필러는 강도는 높지만 굴절률이 1.5로 커런덤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찰된다. (젬앤제몰로지 1984년 겨울호 참조) 반면, 2004년 초에 처음 발견된 납 글래스 필러는 굴절률이 1.70으로 이보다 높기 때문에 클래러티 개선 효과가 더 좋다. 하지만 납 글래스 필러는 실리카를 베이스로 한 그전 필러보다 강도가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팅 과정에서도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
맥클루어는 최근 개발된 납 글래스는 납이 성분의 70%를 차지했던 2000년대의 납 글래스 필러에 비해 실리카 함량이 높아 강도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맥클루어는 “일반적으로 필링 처리의 목적은 클래러티와 강도를 모두 개선하는 데 있다. 이번 케이스를 보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처리를 통해 클래러티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필러 처리 방식이 조잡해서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랩 노트는 아연 글래스가 보석 필러 재료로 처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성분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맥클루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납 글래스(일반적으로는 크리스털이라고 부르며, 오래전부터 유리그릇의 재료로 사용해 왔음)의 납을 대체할 수 있는 많은 성분 중 하나가 아연이다. 아연이 혼합된 글래스는 납과 마찬가지로 글래스의 광학적 특성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털 재료에 혼합할 다른 대체재를 찾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납 글래스를 불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맥클루어는 “글래스에 혼합된 납은 글래스의 분자 구조에 구속되기 때문에 만져도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심지어 소량을 마셔도 아무 상관이 없다. 일상적인 사용은 위험을 끼치지 않는다. 주얼리로 만들어서 착용하는 것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이와 같은 물질을 두려워한다.”라고 말했다.
GIA는 납 글래스 필링 처리가 된 스톤에 대해 감별서 상에 ‘손상 가능성이 있으므로 스톤 작업 시 주의를 요함’이라는 코멘트를 넣고 있다. 맥클루어는 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판매자들은 해당 코멘트를 넣지 않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연과 같은 새로운 금속 글래스 필러 재료를 연구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보다 납이 소량 포함된 필러 혹은 납이 아닌 비스무트를 첨가해서 (글래스의 굴절률을 높여 커런덤 필링 재료로 적합하게 만든) 동일한 효과를 낸 필러가 관찰되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여러 가지의 글래스 혼합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납을 첨가한 글래스보다 효과가 좋은지를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케이스가 그중 하나인 것 같다. 처리업자들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출처 : 귀금속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