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탈린은 에스토니아 공화국의 수도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에스토니아 민중들을 농노로 부리던 강대국들이 만들어놓은 지배의 상징이기도 하다. 1219년 덴마크를 필두로 하여, 독일, 스웨덴, 제정 러시아 등이 차례차례 이 연약한 영토를 탐하였고, 그런 지배의 역사는 1990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고난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에스토니아 역사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한때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소련의 비밀경찰들이 활동하던 건물도 구시가지에서 탈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탈린 가장 높은 곳 톰페아(툼페아, Toompea)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톰페아 성의 꼭대기에는 덴마크를 필두로 이곳을 지배해오던 권세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에스토니아 공화국의 국회의사당으로 쓰이고 있고 에스토니아의 삼색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 아름다운 도시는 이제 엄연히 에스토니아인들의 소유가 되었음을 만방에 공표하고 있는 셈이다.
톰페아 언덕에서 바라보는 장관
탈린의 구시가지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탈린의 지배세력들이 정치와 행정목적으로 사용하던 건물들이 남아 있는 고지대, 그리고 13세기경부터 발트해의 주요 무역 거점지 중 하나로 발전하면서 탈린에 자리 잡기 시작한 무역상들의 건물이 밀집해 있는 저지대가 바로 그것이다. 고지대라고 해도 국토 전체가 평지인 에스토니아이므로 기껏해야 해발 45미터에 불과하지만, 저지대 가운데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들과 발트해를 아우르는 훌륭한 광경을 선사해주는 전망대가 곳곳에 있어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