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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에 동백꽃을 보려고 벼르다기 기회를 놓쳐 아쉬웠는데
이번 휴일에 꽃무릇 축제가 한창인 고창 선운사를 찾았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소중한 불교문화재들을 지니고 있는 선운사는
봄철 동백꽃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이곳의 아름다움은 꽃무릇이 피는 가을이 아닌가 싶다.
주차장 입구 늘어선 풍천 장어집을 지나면 가을 햇볕을 받아
동백만큼이나 붉은빛을 토해내는
꽃무릇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가녀린 연초록 꽃대 끝에서 붉게 피어오르는 꽃무릇
그리움에 꽃잎 속내에 진한 멍이라도 들었는지 유난히 짙은 선홍빛을 발하는 꽃잎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묻어난다.
꽃을 처음 본 누구라도 유혹할 만큼 요염하고 화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외로움이 묻어 있다.
선운사 꽃무릇은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까지 숲길 곳곳에 줄지어 피어있어 상당한 거리임에도
지루하지가 않다.
붉게 핀 꽃들이 개울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면 물속에서도 빨간 꽃이 피는듯하여
걷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도솔암 찻집에서 유명한 대추차 한잔 .
지금 선운사는 온통 꽃무릇, 짙은 그리움에 묻혀있습니다
선운사 상사화 정 호 승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 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 가네
그 여자 한 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지천으로 피어 그리웠노라고
고개 들고 반기는 상사화를 보고도
사랑했던 그 여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는 가슴이 말라붙은 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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