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인도차이나(IndoChina)는 넓고 할 일이 많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영향권 아래 살아온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가 그 나라들입니다. 말레이 반도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주변국을 합쳐 우리는 동남아라고 부릅니다.
양곤서 4시간 거리인 짜익티요의 아슬아슬한 바위와 탑. 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 사업을 한국기업이 따냈다.
미얀마와 동남아 여러 나라들은 한국을 ‘경제모델’로 삼고 배웁니다. 지금 우리는 경기침체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선진국인 한국이 동남아를 잘 돌보고 이끌어가면 아주 희망적인 일이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이미 시작했습니다. 중고차 수십만 대를 미얀마 정부에 무상지원하고, 대형 서비스공장을 세워 자동차를 팝니다. 거리엔 거의가 도요타 자동차입니다. 중국은 한류 드라마와 경쟁하기 위해 ‘무상 문화콘텐츠 배급’을 막 시작했습니다. 세계에 남은 마지막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중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미얀마와 함께 최빈국이지만 미얀마는 두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잠재력이 있다고 외국은 평가합니다. 지구상에 몇 개 남지 않은 큰 시장이라고 봅니다. 미얀마는 자체 인구만 6000만여 명인 데다 5개국을 맞대고 있습니다. 55세 미만의 노동인구가 가장 많은 젊은 나라입니다. 가스, 석유, 광물 등 자원이 풍부하여 다국적 기업들이 앞 다투어 진출할 시기를 넘보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얀마가 앞으로 8%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거라고 내다봅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쌍둥이빌딩.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하나씩 건설했다.
동남아 대다수 나라들의 시장을 중국과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얀마는 사정이 다릅니다. 닫힌 문이 열렸기 때문에 그들과 대등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매력입니다. 게다가 한국을 아주 좋아합니다. 인도차이나에서 우리가 길을 가기 위해선 인재가 필요합니다. 할 일이 많지만 한국의 인재들이 오질 않습니다. 기업들도 진출시기를 놓고 망설입니다.
인재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인재를 현지에서 키우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시작한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과정이 그것입니다. 베트남에서 시작하여 미얀마에서도 이제 2기생들을 뽑고 있습니다. 현지 한국기업에 우수한 인재를 공급하는 일이고 전원 취업이 되는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시작했다고 해서 ‘김우중사관학교’라고 현지 사람들은 부릅니다. 숙식과 영어와 현지언어, 회계에서 마케팅과 경영 노하우까지 약 1년을 무상지원하며 공부합니다. 여기에 도전하여 부모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보면 왠지 반갑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에 와서 실패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성급하게 사업을 시작하다 1~2년 고생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돈만 날렸다고 하소연합니다. 한국인에게 도움을 청하다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저도 베트남에서 법인을 시작해 1년 만에 투자금을 잃은 뼈저린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깊이 느낀 게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는 6가지입니다.
하나, 우선 와서 휴식하며 놀아라.
둘, 나라 구석구석 돌아다녀라.
셋, 인근 나라들을 다녀봐라.
넷, 시장조사 기간을 1년 이상 늘려라.
다섯, 조국과 그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라.
여섯, 첨단도 좋지만 그 나라에 맞는 아이템을 거꾸로 구상해보라.
한국 사람들은 여기 오면 아이템이 많이 보입니다. 우리는 아주 편한 첨단에서 살아왔기에 여긴 없는 게 너무 많습니다. 뒤처지는 것도 많아서 할 게 많습니다. ‘우리 제품과 기술이 우수하니 팔아달라’는 식은 통하지 않습니다.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시장조사 기간을 충분히 가지고 구석구석 다니며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정말 할 게 다시 보입니다. 어떤 이는 공장을 세우려다, 지방을 둘러보니까 땅이 너무 싸 고무나무 농장을 시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마음 편하다고 합니다.
한국의 노하우가 연결되고, 그 나라에 적합한 아이템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무조건 첨단이 잘 되는 게 아닙니다. 금융·보험, 부동산, 건설, 자동차, 에너지, IT, 자원, 패션뷰티 등 대규모 시장은 앞으로 전세계 대기업들의 몫입니다. 이 시장에도 틈새가 있고, 원주민 시장에도 틈새가 있습니다. 아연도금한 양철지붕재가 날개 돋친듯 팔리고, 아직 봉제공장이 활기를 띠고 구두약이 팔리고 인스턴트 라면이 팔립니다. 하지만 방송사업과 문화컨텐츠, 홈쇼핑 등은 잠재하는 유망업종입니다.
우리 중소기업도 수출만이 능사가 아니고 대기업처럼 현지에 작은 공장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가 지원해 기술과 노동력을 결합해야 합니다. 현지인 인재를 한국으로 유학시켜 우리 인재로 키워야 합니다.
밀림을 빠져나온 인도차이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구도 많고 생산가능 인구도 많습니다. 내수소비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시간 안에는 모두 도착하는 가까운 이웃입니다. 먼 나라로 가지 말고 한국 사람이 당당히 존경받고 일할 수 있는 나라로 가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동남아가 우리 미래의 자산입니다. 동남아에 길이 있습니다.
정선교 Mecc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