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쇠고 집에 있자니 글도 안 되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남편과 계획에도 없는 여행을 떠났다.
다행히 강원도는 우리 집에서 세 시간 거리밖에 안 되어 큰 부담이 없었다.
가는 길에 남편이 갑자기 백담사를 가자고 하는 걸 말렸다. 왜냐하면 등산을 하기에 우리 복장이 영 아니었다.
나는 부츠에 남편은 단화에, 아무 준비 없이 7KM 산행은 무리였다.
오랜만에 보는 44번국도 주변 풍광은 아름다웠다. 게다가 날씨까지 받쳐주니 금상첨화!
속초에 도착해서 요즘 뜨고 있다는 아바이 마을로 갔다.
밧줄을 당겨 건너는 갯배는 신기하게 보였다. 배삯이 단돈 200원이라는 것도...... .
하지만 너무 짧은 거리여서 아쉬웠다.
아바이 마을은 매스컴에서 너무 띄워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바닷가에 와서 순대 먹기를 남편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바이마을의 명물인 순대의 맛을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온통 밥과 당면으로만 채워넣은 오징어순대와 순대의 맛은 병천순대 맛만 못하였다.
점심식사 후 설악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비룡폭포를 올랐다.
겨울이지만 설악산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꽤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탓인지, 설악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신흥사도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요사채도 많이 늘었고
들어가는 진입로도 더 넓힌 것 같았다.
강원도가 어서 예전의 명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비룡폭포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설핏 해가 기울었다.
봄이 되면 다시 와서 케이블카도 타고, 천불동 계곡도 오르리라 마음 먹었다.
숙박은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길목 척산온천 근처에 있는 <아마란스 호텔>에서 묵었다.
예전 리츠칼 호텔인데 손님이 없는 탓인지 일박에 5만원을 받았다.
모텔급 숙박료지만 너무 깨끗하고 시설이 좋았다.
최소 3성급 호텔수준이었다.
저렴한 객실요금이 미안해서 나올 때 팁도 놔두었다.
외국에 가면 팁이 필수인데, 국내에서는 잘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식사도 그곳에서 황태구이 백반을 먹었는데 황태국이 어찌나 구수하고 맛있는지...... .
물론 황태구이도 맛있었고, 나물과 가자미식혜도 정갈했다.
다음에 오면 이곳에서 또 마물리라.
아마 성수기 때는 조금 오르겠지만...... .
속초 동명항은 영랑호 가까이 있는 항구다.
오른쪽에 보이는 정자는 <영금정>인데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하여 영금정이란다.
동명 앞바다에 외로이 떠있는 바위섬에는 갈매기들이 조르르 앉아 있었다.
영금정에서 등대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보는 풍광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오른쪽으로는 멀리 설악산을 배경으로 반달형의 속초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동해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졌다.
예전에는 이런 풍광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새삼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이 탓이련가.
세계 유람을 하고 보니 내 고향산천과 바다가 이다지 아름답게 보이다니.. 허허.
속초등대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변의 하얀 모래와 옥색의 바닷물이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
등대전망대에서 내려오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요즘 홍게와 대게철이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타블로와 하루가 들렀다는 <대게마을>에서 대게찜을 먹었다.
우와, 환상의 맛이었다.
대게 한 마리에 12만원이라는 거금이었지만
한 마리를 우리 두 사람이 실컷 먹고
대게볶음밥에 게를 넣은 라면까지 먹고 나니 살찌는 소리가 솔솔 들렸지만, 너무 흐뭇하였다.
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