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 접근법 433 - 작품은 많이, 형식은 천천히
논어(論語)의 자한편(子罕篇)에는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 있다. 젊은 후배들이 선배의 가르침에 따르면 어떤 인물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 두렵다는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젊다는 것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회의 보물이다. 나이든 선생이나 스승은 어떤 생각과 어느 방면의 전문가인지 알 수 있지만 젊은이들은 어느 방향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말도 된다.
가끔(아주 가끔) 인사치레로 미술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미술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신에 마음에 드는 것을 찾는다. 아주 애매한 발상이다. 권해도 잘 듣지 않는다. 이미 유명해진 미술가들이야 작품에 대한 내용이나 여타의 사상이 밝혀져 있지만 젊은 미술인들은 그것이 잘 없다. 그래서 젊은 미술인들은 작품보다 사람을 먼저 권하게 된다. 작품보다 사람을 보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젊은 미술인들은 자신의 작품보다 미술가인 자신을 앞세워 마케팅 할 필요가 있다. 작품 활동 많이 하는 미술가임을 방방곡곡에 널리 알려야 한다.
자신의 작품이 이름을 얻기 까지는 미술가인 스스로를 마케팅 하여야 한다. 아직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조건으로 작품세계가 만들어질지 모르는 시기다. 섣불리 캐릭터를 만들면 그것으로 굳어져 발전 방향이 무리하게 좁아진다.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야 한다. 물론, 젊은 미술인 중에는 미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형식이 구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미술애호인이나 갤러리스트들은 젊은 미술인들을 보는 경우가 여러 가지다.
판매를 하여야만 하는 화랑에서는 젊은 작가를 키우지 않는다. 돈만 든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떼거지마케팅’을 사용한다. 대중스타를 발굴하는 기획사들도 한사람보다 여러 명을 한 번에 데뷔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그중에 하나만 뜨면 된다는 것보다는 시청자의 기호에 맞는 이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것이 훨씬 이익이 된다. 년 초가 되면 미대를 졸업한 이들을 모아 모아서 기획전시를 하는 화랑이 많다. 이유는 비슷하다. 요즘은 이마저 시들하다. 수백명의 미술인들을 모아서 장사하는 아트페어가 많기 때문이다. 미리부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특정의 형식을 찾는 젊은 미술인들이 많다. 너무 성급하다. 형식부터 만들기 시작하면 손해 볼 가능성이 더 크다.
젊은 미술인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그 미술가의 상태를 먼저 본다. 작품
활동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가늠이 첫 번째다. 졸업 후 3년 동안 몇 회의 전시를 하였는가를 본다. 10회가 넘어가면 다시 본다. 대학, 대학원 때 사회활동을 그 다음으로 본다. 그것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비리가 있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공모전 활동이다. 세 번째가 작품 성향이다. 형식이 굳어 있으면 조금 조심스럽다. 생소한 것을 즐긴다. 특정의 형식으로 지금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이라면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화랑은 팔리면 최고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다. 판매가 될 성 싶으면 먼저 전시부터 하고 본다. 작품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이다.
미술작품 스스로가 이름을 얻으면 미술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도 된다. 미술작품 스스로가 마케팅 한다. 이럴 때 “떠꾼~~~~”이라 말한다.
정수화랑(현대미술경영연구소)서울시 종로구 사간동 41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