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광양제철을 다녀오고 가을에는 고흥나로도의 항공우주센터를 다녀온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월성원자력발전소 탐방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꼭 수학여행을 앞둔 학창시설의 그 모습 그대로....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주로 떠나는 그날도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전날 밤 여행에 필요한 소지품을 챙겨 넣은 배낭을 메고 과총 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처럼 만나게 된 귀한 선배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준비한 버스로 박승덕회장님과 우리 일행은 전형적인 이른 봄의 아침공기를 가르며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일찍 출발하느라 아침식사를 제대로 못한 몇 사람을 챙기기 위해서 기흥휴게소에 잠깐 들린 후 계속 차는 달려 대전톨게이트에서 세 명의 대전회원을 태운 다음 남행은 계속되었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목련화, 개나리꽃, 산수유꽃 봉우리가 조금씩 커져감을 볼 수 있었다. 금강휴게소 부근에서부터 박시열선배님의 월성원자력이 세워지기까지와 가동된 초창기의 있었던 일들에 대한 회고담을 들려주어 탐방에 따른 도우미 역할을 잘 해주었다. 구름도 쉬어 넘는다는 추풍령휴게소에 잠깐 들러 휴식을 취한 일행은 즐거운 여행길의 담소로 서로간의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위도 상으로 2도밖에 차이가 없는데도 대구시가지를 바라보고 달리는 차창밖 금호강변의 수양버드나무잎은 짙은 연초록 색깔을 내며 가지가 축 늘어져가고 있었다.
목적지 경주가 가까워 오면서부터 그 곳이 고향인 김홍석선배께서 가이드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 신비한 여인의 하체와 같이 생긴 산과 시내까지 들어가면서 여러 문화유적지를 가리키며 설명을 덧붙였다. 첨성대, 반월성, 안압지, 숭덕전, 계림과 오릉 등 경주는 전 지역이 문화유적지로 덮여 있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12시 30분쯤 천마총 옆에 자리 잡은 원풍식당에 무사히 도착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느라 빵 한 개와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한터라 조금은 시장한데다 스물다섯가지의 반찬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맛있는 한정식은 입맛을 크게 돋우었다. 종업원들에게 “참 잘 먹었어요”라는 고마운 인사를 건네고 다시 버스에 오른 일행은 경주엑스포문화축제가 열렸던 보문관광단지와 덕동호를 끼고 토함산을 지나 동쪽으로 신라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하고 수호신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화장되어 바다 속에 수장된 문무대왕 수중릉 앞에 이르렀다.
푸른 동해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니 가슴속까지 확터지는것 같은 느낌이었고 약간은 강한 바람에 높은 파도가 밀려오며 부서지고 있는 모습은 너무도 멋있었다. 해변에는 무수한 갈메기떼가 종종걸음을 하고 일부는 하늘을 훨훨날르는 모습이 참 좋았다. 우리 일행은 거기서 단체사진과 개인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나는 서울에 있는 아내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뭐 하고 있어요?”, “네, 청소하고 있어요” 지금 “나 여기 문무대왕 수중릉 앞에서 갈메기가 나르고 있는 푸른 바닷가에서 거닐고 있어요”라고 하자 여행을 잘 하고 다녀오란다.
봄바람치고는 세차게 불고 있었지만 거기서 월성원자력발전소로 향하는 차창가에는 붉게 핀 진달래꽃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저기 밖을 보세요. “진달래가 활짝 피었어요” 모두가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남쪽으로 해변 길을 조금 달린 후 목적지인 원자력방폐장에 도착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그곳 직원들은 과우회 회원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귀한 분들께서 귀한 걸음을 하신데 대하여 감사한다는 인사를 했다. 그곳 홍보실에서 약 20분간 이어진 설명회에서 이곳 방폐장(원자력환경관리센터로 부름)이 결정되기까지 거의 20년이 걸렸고 그간 많은 우여곡절를 거치는 동안 여러명의 과기부 장관이 자리를 그만두기도 하고 유치하려던 지역단체장이 구타를 당하는 등 많은 불상사가 있었으나 경주시민들의 획기적인 협조를 얻어 이곳에 60만평 부지위에 지하동굴식으로 건설중이라고 했다. 수용량은 80만 드럼이라니 엄청난 규모이고 시설공사비만 1조 5천억이라는 얘기였다. 자리를 옮겨 원자력홍보관에서의 설명이 있은 후 원자로 내부의 견학이 있었다.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서 비용이 적게 들고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곳에서 설명을 듣고 난 뒤에 원자력 발전과정에서 터빈의 고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이용하고 그 사용해수를 정화시켜 운영하는 양식장을 들렀다. 거기는 도미, 광어, 우럭, 멍게, 가자미, 쥐치 같은 고기들이 여유롭게 놀고 있었는데, 이 물고기를 일부는 방류시키고 일부는 직원과 주민들이 함께 나누어 먹는다고 일러 주었다. 그러고 보니 원자력이 새삼 안전하다는 신뢰가 들기 시작했다. 원자력발전소시설을 둘러본 다음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15분가량 남쪽으로 달려 한적한 해변 마을에 자리 잡은 뚱순이횟집에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분위기가 있는 만찬이었다. 이 자리에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파견된 세 명의 직원도 함께하여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을 나누었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질 즈음해서 우리는 숙소인 불국사부근의 코오롱관광호텔로 향했는데 토함산을 넘어 불국사로 가는 가파른 고갯길을 택하였다. 수많은 굽이굽이를 도는 곡예를 하는 산길이었다. 호텔에 여장을 풀자 고등학교 3학년때 수학여행 길과 신혼 여행때 이곳을 다년간 후 41년 만에 찾은 발걸음에 깊은 감회를 갖게 만들었다. 룸메이트인 양해본 회원과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맑은 공기 덕분인지 새벽 4시에 잠에 깨어났지만 전혀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호텔 연못가에 핀 목련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호텔 금강홀에서 과기부에 근무하던 박헌휘박사의 원자력발전과 폐기물처리에 관한 강의를 모두 경청했다. 석유 1배럴당 100달러가 넘어서고 석탄, 천연가스의 유한한 자원과 이산화탄소 배출과 공해문제 등을 들으면서 하루 속히 태양열, 조력, 풍력, 수력, 수소가스 등 대체에너지가 경제적으로 개발되어 차세대에너지 공급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수요가 급증하는 에너지를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아껴쓰는 운동도 일어나야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강의가 끝나고 일행은 불국사를 둘러보고 여기저기서 기념촬영도 하며 1400년 전의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다.
우리 모두의 입맛을 돋구는 점심식사는 천마총부근의 구로쌈밥집이었는데 평일인데도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조동환부장의 말에 의하면 이집 식당이 잘 한다는 소문에 주말에는 옆에 있는 식당을 배려하여 쉰다는 얘기였다. 이 식당 부근에 경주 최부자집이 있는데 최부자집은 벼슬은 진사이상은 하지 않았고 흉년이 들때는 농토를 늘리지 않으며 백리안에 굶은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며 찾아오는 걸인을 정성껏 맞이했고 그러면서도 검소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불모지인 해방 후 청구대학을 세워 나중에 지방사학의 명문인 영남대학교로 발전되었음을 생각하며 그 부잣집에 그 식당은 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박 2일간의 뜻 깊고 유익한 원자력발전소 탐방을 마치고 귀경길에 올랐다. 공직은 떠났지만 이렇게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며 서로의 반가운 만남이 축복된 삶이라고 깊이 새겨 보았다. 회장님과 사무국 그리고 안내를 맡은 조동완부장님과 기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아주 멋진 기행문 실감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간결하고 멋진 기행문으로 여행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행문 잘읽었음니다.수고했음니다.
부족한 기행문을 읽어 주시고 댓글로 칭찬까지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상덕
여행후기를 생동감있고 짜임새있게 잘 쓰셨네요..이런게 바로 살아가는 이야기인듯 하군요
중요한 회의 일정 관계로 함께 동승을 못해 아타깝게 생각하던 차에 훌륭한 기행문을 읽고 같이 다녀온거와 마찬 가지 느낌이 들어 감사하게 생각 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작가답게 기행문을 멋있게 잘쓰셨네요. 버스안에서 가는곳마다 그지방 산세와 지리를 잘 설명해주셔서 대단히 고마웠습니다.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명기행문을 보고 우선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