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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연인] 13
S#1 GD 자동차 회장실. 낮.
태영 : 저.. 이거 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책상 위에 봉투 올려놓는다)
한회장 : 왜, 니가 생각했던 거 보다 돈이 적어?
태영 : 예. 적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저 없이 살았습니다.
그래서 100만원이 큰 돈인진 알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저 감이 없습니다.
음.. 회장님이 주신 돈에서 저희 작은 아버지가 선그라스를 사시는 바람에 17만원이 빕니다.
그 돈은 제가 일주일 안으로 갚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진 모두 그대롭니다.
죄송합니다. 그만 가보겠습니다.
한회장 : 거기 서지 못해?
태영 : 예.. (돌아서는데)
문 열리는 소리
기주E : 니가 왜 여기있어.
태영 기주 목소리 듣고 돌아보고 뒤이어 수혁 들어온다.
기주 : 니가 왜 여깃냐구.
네 사람 묘한 분위기에서
태영 : (한회장에게 인사하며)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서 기주에게) 회장님.. 뵈러왔어요. 갈게요. (가려는데)
한회장 :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앉어!
기주 :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저한테 하세요. (태영에게) 가.
한회장 : 앉으라고 했다!
태영, 기주 수혁 번갈아보고
기주 : 내 말 안 들려? 가!
수혁 ,그런 기주 보고
태영 , 기주 보다가 한회장에게 돌아서서
태영 :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 저 사람 말 듣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인사하는데)
한회장 : (책상 위에 놓여있던 돈을 태영이게 뿌린다)
수혁. 기주 동시에
기주 : 아버지!
수혁 : 할아버지!
한회장 : 누구 말을 들어?
기주 :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나가라니까!
태영 : (서 있다가) 죄송합니다, 회장님. (애써 웃으며) 건강하세요.
인사하고 돌아서 나가는 태영
기주 : 나 아버지하고 할 얘기가 좀 있어. 니가 태영이 가는 거 좀 봐라.
수혁 돌아서서 태영이 따라 나가려는데
한회장O.L : 어딜가! 그깟 계집애 가는데 뭘 챙겨.
수혁 : (돌아보며) 가야되요, 할아버지. (기주에게) 삼촌, 이런 식으로밖에 못해?
돌아서서 나가는 수혁..
한회장 수혁 마음 눈치챈 듯 바라보고 기주 입술 꽉 깨물고 서 있다.
S#2 GD 자동차 복도. 낮.
태영 흐르는 눈물 손으로 닦으면서 걸어간다. 한숨 한 번 내쉬고.
계속 흐르는 눈물 계속해서 손으로 훔치는 태영.
입술 한 번 꽉 깨물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 때 뒤편에서 달려와서 태영을 찾아보는 수혁.
태영이 안 보이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S#3 GD 자동차 여자 화장실. 낮.
거울을 보며 씩씩하게 눈물을 닦아내는 태영.
잠시 거울을 보다가 마음 가다듬고 다시 나간다.
S#4 GD 자동차 회장실. 낮.
바닥에 떨어진 수표들을 줍는 기주.
몇 장 줍고 일어서서 굳은 표정으로 한회장 보면.
한회장 : 너 아주 제대로 골랐더구나. 단수가 높아. 고단수야. 뭐? 이 돈이 적어?
기주 : (바닥 한 번 쓱 보더니) 적네요. 왜 좀 더 주시지 그랬어요. 아버지 가지고 계신 거 다 주세요.
일원 한 푼 안 남기시고 다 주시면 그 때 제가 포기할게요. 그럴 수 있으세요?
(갑자기 소리 지르며) 아버지 그러실 수 있으세요?
하는데 말 끝나기 무섭게 명패를 집어던지는 한회장.
기주 피하고 기주 비켜 간 명패가 건너편 도자기에 맞고 도자기 와장창 깨진다.
뜻 밖에 행동에 굳은 얼굴로 한회장 보는 기주.
한회장 : (굳은 목소리 풀리며) 쯔쯔. 아끼는 도자기였는데. (한숨)
기주 바라보면
한회장O.L : 가까이 둔 게 탈이야. 너무 가까이.. 두고 아꼈더니 결국 깨지고 마는구나.
한회장 일어서서 양복 단추 다시 채우면서
한회장 : 일본측하고 벤치마킹 추진하는 거 어떻게 됐어? 내일까지 기획안 올려.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한회장 나가려는데
기주 : 아버지.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한회장 보면) 제가 아버지 힘들게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한회장과 기주 서로 시선 팽팽하고
S#5 GD 자동차 로비. 낮.
로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뛰어 나오는 수혁.
어디에도 태영의 모습 보이지 않자 문 밖으로 뛰어 나가는 수혁.
S#6 GD 자동차 앞. 낮.
수혁 핸드폰 꺼내서 태영에게 전화를 건다.
수혁 : 태영아, 너 지금 어딨어? 벌써 간거야?
뒤 쪽에서 수혁의 전화를 받으며 걸어나오는 태영.
태영 : 아니야, 아직 안 갔어. 니 뒤에 있잖아.
(수혁 돌아보면 보다가) 야, 야.. (핸드폰 가리키며) 이거 끊구.. (종료 버튼 누르고)
태영 수혁에게 걸어가면 수혁 핸드폰 끊고 태영이를 바라본다.
수혁의 달라진 모습에 약간 멋쩍어하면서 일부러 밝은 척.
태영 : 근데 너.. 수염 어디갔어? 옷두 멀쩡하구.
수혁 : (그런 태영 바라보는 표정)
태영 : 아, 꼭 무슨 비틀즈 컨셉 같다. 아.. 너 진짜 다른 사람 같애. 정말 무슨 부잣집 도련님 같다.
수혁 : (살짝 웃으면서) 성공이네. 다른 사람이 되고 싶거든. 너 때문인 건 알지?
태영 : (미안한 듯 다른 곳 보다 다시 수혁에게) 근데 여기까지 왜 내려 왔어.
수혁 : (한숨) 너 가는 거 봐줄려고. 삼촌이 부탁했어. 가자, 버스타는 거 봐주께.
태영 : 아니야, 괜찮아. 나 혼자 갈께.
수혁 : 거리두지마. 친구로 가는거야. 친구 싫어? 그럼.. 그래, 니가 좋아하는 사람 조카로 가자.
수혁 돌아서서 먼저 가면 태영 잠시 생각하다 뒤쫓아 간다.
S#7 버스 정류장. 낮.
태영 수혁 나란히 걷고..
수혁 : 너, 괜찮아?
태영 : 뭐가?
수혁 : 할아버지 심하셨잖아. 근데 너, 너무 멀쩡해보여. 멀쩡해서 걱정 돼.
태영 : 하.. 뭐 각오하고 있던 일인데 뭐.
수혁 : 내가 그랬지? 삼촌 힘든 남자라고. 우리 집에 니 편 아무도 없어.
태영 : 뭐, 세상에 내 편..단 한사람이면 족해. 그 사람이 내 편인데 내가 뭐가 힘들겠어.
아.. 저기 수혁아. (멈춰서서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어) 나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안되겠어.
돌려줘야 될 거 같애. (수혁에게 핸드폰 내민다)
수혁 : 그래, 그러자. 나도 마음에 걸렸어. 뒷번호 같잖아. 내가 준 건 다 돌려 받네.
내 마음, 내가 준 핸드폰. 야, 근데. 난 돌려줄 게 없다. 니 마음도, 물건도.. 갖고 있는 게 없어서.
태영 : (안쓰럽게 수혁 쳐다보면)
버스 오는 소리
수혁 : 가라, 버스 왔다.
수혁 웃어보이면서 가고.. 태영 그런 수혁 보다가 뒷걸음질 쳐 버스에 올라 탄다.
버스에 탄 태영 창문으로 수혁이 가는 뒷모습 계속 보는데.
좀 지나 수혁도 돌아보지만 이미 버스는 가고. 그런 버스만 쳐다보는 수혁.
태영에게서 받은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계속 서 있다.
S#8 GD 자동차 로비. 낮.
회장 비서들과 걸어나오면 기주 뒤에서 달려오고.
기주 : 말씀해 주세요. 저 꼭 들어야 되겠어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거죠?
제가 아버지 힘들게 하고 있는 거죠?
한회장 : 말이라고 물어?
기주 핸드폰 꺼내서 버튼 누른다
한회장 : 뭐, 뭐하는 거야?
기주 : 아버지 안 힘들게 해드리려고요. 시간 되시죠? (통화 되고)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문의원님. 저 한기줍니다.
한회장 그런 기주 놀란 눈으로 보고
S#9 GD 자동차 로비. 낮.
수혁, 태영이 돌려준 핸드폰 만지작거리며 들어오는데...
한회장과 나란히 나오던 기주와 맞닥뜨린다. 기주 수혁 보고 한회장 보며.
기주 : 아버지 먼저 나가세요. 저 금방 따라 갈게요. (한회장 나간다)
수혁 : 어디가?
기주 : 태영이 잘 데려다줬냐?
수혁 : 그렇게 걱정되면 삼촌이 따라가지 그랬어.
기주 : 아깐 못 볼 거 보여줘서 미안한데..
수혁O.L : (기주 말 끊으며) 그러게, 나 같으면 삼촌처럼 안 했을텐데.
기주 : 그럼 어떻게 해야되는건데.
수혁 : 그건 삼촌이 찾아야지. 지켜보는 것도 고역인데.. 방법까지 찾아주면 내가 너무 비참하잖아.
그렇게 묻는 삼촌은 잔인한거고.
하더니 서늘한 표정으로 가버리는 수혁
기주, 수혁의 꼬인 말투가 오히려 슬프고..
S#10 일식집 밀실. 낮.
기주, 한회장, 문의원 식사 하고 있다. 문의원 수저 내려놓으면.
한회장 : (수저 내려놓으며) 좀 더 드세요. 나이 들어 끼니 부실하면 몸 상하십니다.
문의원 : 한사장 얘기를 들어봐야 넘어갈 거 같습니다. 그래, 오늘 만나자는 용건은 뭔가?
기주 : 저 문의원님 따님하고 결혼하겠습니다.
문의원 : 아니, 그 그게 정말인가? 진심이야?
기주 : 예, 하겠습니다. 단, 두 분 말씀하시는 거 듣고 하겠습니다.
문의원 : 아니.. 무.. 무슨 말을 들어.
기주 : 두 분 저한테 숨기시는 거 말씀해 주시죠. 제가 뭘 갚아야 되는지. 돈 입니까?
아님 마음의 빚입니까? 그게 뭐든 깨끗하게 갚고 그리고 결혼하겠습니다.
문의원 : 흠.. 결혼말고는 그 빚을 갚을 길이 없을 걸세.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
한회장 : 니가 애비 피를 말릴 작정인게야? 그래?
기주 : 얘기할 생각 없으시면, 전 이 결혼 안합니다. 그 빚이 뭔지 관심 갖지 않겠습니다.
말씀 안하셔도 되고 더 이상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두 분께서 알아서 하시죠.
전 제가 마음에 드는 여자하고 결혼할 준비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기주 나가면)
문의원 : (나가는 기주에게) 아니, 이보게!
S#11 호텔 앞. 낮.
주차된 차로 걸어가며 리모콘으로 시동 거는 기주.
차 앞에 서서 핸드폰 꺼내 어딘가로 전화 건다.
S#12 디자인 사무실. 낮.
수혁의 책상에서 울리는 태영의 핸드폰. 핸드폰을 드는 수혁.
액정에 뜨는 이름 “한기주” 기주의 이름을 물끄러미 보다가 폴더 열고
수혁 : 어, 나야 삼촌.
S#13 호텔 앞. 낮.
기주 : 여.. (차에 오르려다 놀라는 기주의 얼굴. 의아해서 고개 갸웃하며) 어떻게 니가 받어?
수혁F : 아까 만났을 때 돌려주더라구.
기주 : (기주 약간 놀라면)
수혁F : 뒷번호 같은 게 맘에 걸렸나봐. 이건 없앨 거니까 삼촌이 하나 사주면 되겠네. 끊을께.
끊기는 핸드폰. 기주 잠시 서 있다가 차에 올라 급히 출발하는 기주.
S#14 일식집. 낮.
불편한 얼굴로 마주 앉아있는 문의원과 한회장.
문의원 : 어쩐지 밥을 먹잔다 했더니.. 허, 그 한회장님께선 참 머리 좋은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그려.
한회장 : (표정 굳어지며)
문의원 : 말해도 못하고.. 말 안해도 못하고.. 어떻게 할까요?
어차피 못하는 혼사, 말이나.. 33년 묵힌 말이나 속시원히 해야겠는데..
한회장 : 문의원이, 너! 니가 내 목덜미를 물고 있는 건 사실이야. 그렇다고 니 눈엔 내가 바짓저고리로
보여? 물테면 물어봐, 어디! 이왕 물거면, 숨통 확실히 끊어.
어설프게 물었다간 니 숨통 끊어져!
문의원 : 허.. 내 말은 거..
한회장 : 니 딸 우리 집안에 보내서 가려운 데 없이 살려면 네 입 닫어. 단, 니 딸한테 구구절절이
다 일러서 입 단속 시켜서 나한테 보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문의원 : 알겠습니다.
한회장 : 최 비서, 밖에 있나?
최비서E : 네, 회장님.
한회장 : 너 한 번 더 다녀와야겠네.
S#15 CSV 극장 휴게실. 낮.
아무도 없는 휴게실. 태영, 유니폼도 안갈아 입고 멍하니 한 쪽에 엎드려 있는데..
양미 : (들어오며) 언니, 아직 옷도 안 갈아 입고 뭐하냐?
태영 : 양미야, 나 오늘 조퇴 좀 해야겠어. 몸이 너무 안 좋아.
양미 : (놀라며) 왜 그래? 그 일이 잘 안됐어? 그 돈은 어쩌구?
태영 : 돌려드렸지. 적어서 못 받겠다 그랬지 뭐.
양미 : 미쳤군. 어, 언제는 주는 돈도 '너무 많아요' 그러고 안 받드니만. 이젠 너무 적어서 못 받겠다?
태영 : 내가 언제?
양미 : 아, 그 파리에서 그랬잖아~ 그 한재벌 양반이 내 좌판 쫙 뭉개놨을 때~ 그 때 '너무 많아요'
그러고 돈 반만 받아왔잖아. 으유~ 쯔쯔쯔 도대체 개념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태영 : (그 때 회상하고 웃으며) 맞다, 그 때 그랬었다~ 맞다. (웃으며) 야, 그 때 그 사람이 나한테
뭐라 그랬는지 알어? '날 무슨 공주로 만들 셈인가?' 푸하하하 아 웃겨~
웃다가 양미 보면 양미 '뭐야' 이런 표정으로 태영 보고 있다
태영 : (금세 기운 빠진 표정으로 바뀌며) 아우.. 나 정말 피곤해서 조퇴해야겠다, 야. 수고해라.
태영 가방 챙겨들고 나가면 양미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
양미 : (낮은 목소리로) 왜 저래..
S#16 도로 위 기주 차 안. 낮.
도로 위를 달리는 기주. 마음이 급한데.. 어딘가로 전화 건다. 신호 떨어지면
승준F : 네, 사장님.
기주 : 강태영씨 연락 온 거 없었어?
승준F : 안왔는데요. 어디에요? 마케팅 회의 소집했잖아요. 30분 남았어요.
기주 : 오늘 안되겠는데, 다음으로 옮겨.
승준F : 어디 가는데요?
기주 : 어디 가냐구?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 하러. 끊는다.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전화 끊고 달려가는 기주.
S#17 CSV 극장 로비. 낮
뛰듯이 들어오는 기주. 태영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기주 : (매점에 있는 양미를 발견하고) 잘 있었어요?
양미 : 아, 안녕하세요?
기주 : 언니 어딨어요?
양미 : 어 지금 집에 갔는데~ 그 버스정류장 쯤 갔을.. (기주 달려간 뒤에) 수도 있지만..
근데 지하철 탔으면 어쩌나.. (에이하듯이)
S#18 버스정류장. 낮.
벤치에 앉아 있는 태영.
태영 : (혼잣말로) 야, 강태영. 사람 하나 사랑하는 게 뭐가 이렇게 힘들어.
좋으면 좋은거지, 뭐가 이렇게 복잡해? 어? (목소리 점점 커지며)
그냥 똑부러지게 말을 하지 그랬어!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저 그런 여자 아니예요!'
쌍커풀(성인나이트웨이터) : (놀라서) 예?
태영 : (같이 놀라서) 네?
쌍커풀 : 하, 아 나이트 가는데 다니는 여자 따로 있나~? 아 뭐 나이트.. 아~ 안가면 말어요. 아이~
태영 : 아니예요, 아니예요~ 주세요. 예. 예. 아~ 나이트. 성인나이트클럽 돈텔. 예예~ 한 번 갈게요. 예.
쌍커풀 : 입구에 오셔서 쌍커풀 찾아주세요. 쌍커풀.
태영 : 아, 쌍커풀.. 예, 예. 수고하세요.
쌍커풀E : 꼭 오십쇼.
태영 주머니에 명함 넣고 일어나서 가려는데 태영 앞에 기주 차 멈춰선다.
태영 놀라서 바라보고 기주 내린다.
기주 : 강태영.
태영 : (놀란 표정) 아.. 아니.. 여긴 어떻게.
기주 : (안절부절) 저.. 할 말 있으니까 일단 좀 타지.
태영 : 잠깐만요. 저요. 지금은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기운이 너무 빠졌나봐요.
기주 : 어.. 저 강태영.
태영 : 얼굴보기도 좀 챙피하구요, 오늘은. 저 회장님 앞에서 무지 챙피했었거든요.
(기주 그런 태영 바라보면) 미안해요, 전화할게요. 버스 왔어요, 저 가요.
태영 손 흔들어 버스 잡아탄다. 그런 태영 바라보는 기주. 어떻게 할까 생각.
S#19 삭제.
S#20 도로 위. 태영이 탄 버스 안. 기주 차 안. 낮.
창가에 앉아 있는 태영.
어느 새 기주가 차 타고 쫓아와 창문을 내리고 태영을 부른다.
기주 : (손을 입에 모아 대고) 강태영!
얼핏 들리는 목소리에 태영은 창 밖 봤다가 다시 고개 돌리는데..
빵빵 기주의 크락션 소리 들리고 놀라서 다시 보니 기주 차.
기주 그런 태영 보고 창문 열라고 손짓 한다. 태영 창문 열고.
태영: (기주 보며) 거기서 뭐해요?
기주 : 내려!
태영 : 뭐라구요?
기주 : 내리라구우!
태영 : 아니.. 아.. (주위 둘러보며) 달리는 버스에서 내가 어떻게 내려요?
기주 : 아이 내려 좀!
태영 : (다시 주위 둘러보고) 아~ 안되요. 아유~ 가요 가요~
다시 크락션 울리는 기주.
태영 : 아 챙피해 죽겠는데 진짜 가요!
기주 : 내려, 내려!
태영 : (뒤 한 번 돌아보고) 가요, 좀! (다시 버스 안 둘러봤다가) 회사 가요, 회사!
기주 : (내리라면서 손짓)
S#21 어느 버스 정류장. 낮.
정류장에 멎는 버스. 그 뒤에 멎는 기주의 차. 기주 자동차 버려두고 그대로 차에서 내린다.
기주 : (버스 기사에게) 아저씨 스톱! 잠깐 잠깐!
태영 : (그런 기주 보고 놀라서) 어머! 미쳤나봐 어머!
기주 손 흔들며 와서 버스에 올라탄다.
S#22 버스 안. 낮.
버스에 올라 태영의 팔을 붙잡는 기주.
기주 : 내려.
태영 : (엉거주춤) 아니, 뭐하는 짓이에요~?
기주 : 내려. 할 얘기 있어.
기사E : 이봐요, 요금 안 내요?
기주 : 아이, 안 내릴거야?
태영 : 아,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잖아요~
기사E : 이봐요, 양복 입은 양반. 요금 내세요~
기주 : 아이, 진짜 안 내릴거야? (기사 한 번 보고) 안 내릴거면 가서 버스비 좀 내줘.
태영 : (어이없다는 듯) 네?
기주 : 나, 버스 요금 없어.
태영 : (기주 손 뿌리치며) 아~ 귀찮어.
태영 주머니에서 버스 카드 꺼내 찍고 자리에 앉으면 기주 태영 옆에 앉고.
기주 : 내가 할 얘기 있대니까?
태영 : 내가 오늘은 하기 싫다 그랬잖아요~
기주 : 글쎄, 충분히 이해하는데. 얘기 해야돼, 지금.
태영 : 아~ 증말. 어린애처럼 왜 이래요? 사람들 다 봤잖아요. 챙피하게, 진짜.
기주 : 그러니까 좀 내리지?
태영 : 안되요. 요금 두 번 낸 거 아까워서라도 난 못 내려요.
기주 : 특이하네..
하는데 한 할머니 버스에 탄 후 기주 앞에 서서 기주 노골적으로 바라보며
할머니 :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많이 걸었나. 왜 이렇게 다리도 아프나.. 아이고~
태영 그런 할머니 보다 기주 쳐다보는데, 기주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대로 앉아있다.
할머니E : 아이고 허리야~
보다 못한 태영 기주 옆구리를 툭 친다.
기주 : (태영에게 똑같이 되받아치며) 왜~! (태영 못마땅한 표정 지으면)
할머니E : 왜 이렇게 또 다리까지 쑤셔~
기주 : (그 때서야 자리에서 일어서며) 아, 예. 앉으세요.
(할머니 앉으면 태영을 향해) 내가 심각하게 할 얘기가 있대니까.
태영 : 여기서 해요, 그럼.
기주 : 여기서 어떻게 하나?
태영 : 그럼 다음에 해요. 난 이대로 버스타고 집까지 가고 싶어요. 쭈욱~!
기주 : 참 상당히 특이하네.
(시간경과)
버스에 사람 꽉 차 있다. 버스 흔들리면 기주 밀리고 태영 놀라는데.
기주 앞에 앉은 사람 일어나면 기주 앉으려다 아줌마에 밀리고.
아줌마 : 내가 앉아야지. 아이고~ 젊은 사람이 엉덩이를 들이밀고 이러면 어떡해~?
기주 : 아, 미안합니다. (힘들다는 듯) 하~
태영 흠~ 하더니 창문에 기대어 자는 척 한다.
기주 : 아직도 더 가야 되나? 그냥 왠만하면 택시타고 가지? (태영, 계속 자는 척) 한참 남았나?
할머니 : (그런 기주보고 일어서며) 내릴거야~! 비켜!
기주 : (할머니 내리면 자리에 앉아서) 아~ 이제야 앉았네.
태영 : (눈 떠보고 놀라서) 어머~ 다 왔다. 아저씨 스톱~! 저 내려요, 내려~
기주 : (내리는 태영 보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따라 내리며 기사에게) 스톱~
S#23 버스 정류장. 낮.
버스에서 내리는 태영과 따라 내리는 기주. 태영 기주를 향해 휙 돌아서며 가방 고쳐메고
태영 : (허리에 두 손 얹고 단호히) 하~ 무슨 얘긴지 들어나 봅시다, 어디. 해봐요.
기주 : 진짜 이렇게 할 얘긴 아닌 거 같은데..
태영 : 아니, 버스에서도 못한다. 내려서도 못한다. 아,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도대체 무슨 얘기길래~?
기주O.L : 나하고 그냥 살자. 더 이상 길게 생각하지 말어.
태영 : (놀라서 기주 보면)
기주 : 뜸 들일 거 없어. 오늘 확실하게 하자구. 어~ 얘기하기 힘들면 편하게 고르면 돼.
내가 버스에서 생각한건데. 1번. 예스라고 할 경우 당장 결혼한다.
2번. 노라고 할 경우 예스라고 하게 만들어서 당장 결혼한다.
3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할 경우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당장 결혼한다. 골라.
태영 :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웃음이 나오는데)
기주 : 어, 어. 편하게, 편하게 골라. 예스야, 노야? 아니야, 1번 2번 3번? 결혼해, 안해?
주위 아줌마 관심 갖기 시작한다.
태영 : 아.. (옆에 아줌마 눈치보면 옆에 아줌마와 커플 쳐다보고 있다)
기주 : (같이 쳐다보고)
태영 : 어.. 어.. 난.. 4번!
기주 : 4번 없어. (여학생까지 합세해서 주위 사람들 다 쳐다보고)
태영 : (다시 눈치보고) 이.. 있어요! 예쓴데, 결혼은 아니다.
기주 : 뭐?
태영 : 음.. 우리 결혼 말구요. 약혼부터 해요, 우리. 나, 나 힘들었으니까 차근차근 다 밟아줘요. 오케이?
기주 : 그러니까 예스라 이거지?
태영 : 예.. 까짓거 해요. 합시다, 우리. 약혼식도 하고 결혼식도 하고 다 하자구요~
기주 : (태영 말 듣고 주위 둘러보면 사람들 다 쳐다보고 있다)
분명히 분명히 약혼한다 그랬어, 자신 있지?
태영 : 예~ 자신 있어요. 뭐 대단한 일이라구~ 아니, 뭐 남자 여자 만나서 좋아하면
연애도 할 수 있는 거구, 뭐 그러다보면 약혼하고 결혼도 하고 애두.. 아니 애, 애는 아니구..
아유~ 예, 어쨌든 뭐.. 아 한기주는 뭐 별, 별났나요? 당신 사랑하는 게 뭐가 이렇게 어려워?
기주 : 진짜지, 약속 지켜.
태영 : 예. 아, 근데요. 잠깐만요. 나는 한기주씨 수준 못 맞추니까요, 한기주씨가 내 수준을 맞춰요. 예?
아줌마O.L : (구경하다 끼어들며) 맞춰요~ 맞춰줘, 남자가~
대머리아저씨 : (같이 끼어들며) 어차피 나중엔 여자가 다 맞춰주게 되있어~ 그냥, 그냥 맞춰줘~
기주 태영 무안해서 시선 피하면 다들 딴데 보며 딴청....
그러다 둘이 마주보고 무언가 말할라치면 모두 시선 집중하고.
기주 태영 다시 휙 보면 또 딴청들 피우는 사람들.
기주 : 다들 우리 쳐다보고 있는데?
태영 : 예.. 그러니까 빨리 대답하구 얼른 가자구요. 맞춰줄래요, 안 맞춰줄래요?
기주 : 어쨌든 분명히 약혼 한다 그랬어?
태영 : 네~
기주 : 오케이~ 그럼 내가 열심히 해볼게. 내가 무슨 수준을 맞춰야 되는데?
태영 : 아~ 우선은 지갑 좀 줘봐요.
기주 : (어? 하는 표정 짓고 지갑 꺼내며) 지갑은 왜?
태영 : (지갑 열어보며) 에게게~ 돈도 별루 없구만. 사장 맞아요? (만원 꺼내고 지갑 돌려준다) 자요.
오늘은요, 우리. 이 만원 가지고 하루 종일 데이트해요. 오케이?
기주 : 아니 무슨 만원가지고 어떻게 데이트를 해? 아이~ 같이 가!
태영 가면 기주 따라가다 퍽 소리 나고 아래 보면 계란이 깨져있다.
주위 사람들 '큰일났네~ 큰일났네~' 노래를 부르고. 태영과 기주 당황해서 주위 사람들 보면.
계속 노래부르며 놀리는 사람들. 장면 바뀌어서 팔천원 세서 거슬러주는 아주머니. 기주 받아들고.
아줌마 : 맞춰주랬지, 누가 겨란 깨랬어?
기주 : 죄송합니다.
아줌마 : (깨진 계란 봉투 내밀며) 이건 어떡할거야? 가져갈거야?
기주 : (놀라서) 아니오..
태영 : 아, 예. 괜찮습니다, 예. (인사하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기주 : (덩달아 인사하며) 죄송합니다~
아줌마 계란 봉투 들고 사라진다.
기주 : (가는 아줌마 보며) 아, 무슨 계란이 이천원씩 하나? 이거 순 바가지 아니야? 어?
세상에 말도 안돼. 우리 나라에 닭이 몇 마린데 이게 이천원이야?
태영 : (그런 기주를 달래는 듯이 손 붙들고 등 두드려 주면서) 가요~
S#24 공원. 자판기 앞. 낮.
계속 돈만 세고 있는 기주.
태영 : 흠. 목 안 말라요?
기주 : (아쉽다는 듯) 이거 딱 여덟개네.
태영 : 아, 그만 좀 세요~ 이게 센다고 늘어나요? 아까부터 계속 돈만 세고 있고.
가만 있어봐요, 우리 어디들어가서 뭐 좀 마시자구요. 아, 저기 카페 있다. 저기가면 되겠다.
기주 : (가려는 태영 붙잡으며) 어어~ 잠깐 잠깐 잠깐.
(어색하게 웃으며) 아이~ 우리 수준에 카페는 좀 그렇구..
(주위를 둘러보다 옆 자판기를 가리키며) 어, 여기 좋네~ 길 카페가 있네. 아~ 이거 좋네. 아~
(자판기 앞으로 태영 끌고 가선) 고르지? (돈 센다)
태영 : (당황도 하고 뭘 고를지도 고민하는데)
기주 : (천원짜리 한장을 대충 꾸겨서 자판기에 건성으로 집어넣으려다)
어, 이거 안 들어가네? 고장이네. (자판기를 몇 번 두드리다) 그냥 식당가지? 거기 물 줄텐데.
태영 : 아뇨, 아뇨~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줘봐요.
태영 기주 손에서 천원짜리 빼가려는데 기주 꼭 붙들고 안 주려고 한다.
태영 : 아~ 잠깐 줘봐요. (결국 한장 빼서는 자판기에 집어넣으며) 하하~ 들어가는데요?
기주 : (태영 바라보며 아깝다는 표정)
태영 : 아~ 어디 보자. 나는.. 요기 시원한 거 중에 캔.. 요거.. (버튼 누르려는데)
기주 : (가격보다 황급히 막으며) 이이.. (종이컵 커피를 보며) 여기서 고르지? 캔은, 캔은 좀 그러네.
태영 : 아니, 그럼 더워죽겠는데 종이컵 커피를 마시라구요?
기주 : 이열치열 모르나?
태영 : 아우씨~ 흠.. 알았어요, 그럼. 어.. 그럼 이거요. (고급커피에 손 가져가는)
기주 : (또 막으며) 아, 저기. 고급커핀 좀 그렇구. 요기 일반커피 좋네, 이거.
이게 원래 다 똑같은 거라구.
태영 : (황당해하다 기주 뒤 쪽 보고 놀라는 표정 지으며) 어머~? 김비서님!
기주 : (돌아보면)
태영 : (냉큼 캔 버튼 누른다. 쿵 캔 떨어지는 소리) 아하~
기주 : 아니..
태영 : (캔 음료 꺼내서 마시며) 와우~! 시원하다~ 으흠~ (뒤돌아서 가는)
기주 : 아.. 결국 그걸 마시네. 아.. (반환레버 돌려서 오백원 꺼낸다)
태영 : (가다가 돌아보며) 아~ 그 남은 오백원으로 그냥 캔 음료 하나 먹어요~!
기주 : 아, 아니야~ 난 한 입만 먹으면 돼. (태영한테 다가가자)
태영 : 안돼요, 안돼요~ (도망간다)
기주 : 에이.. 한 입만 줘. (뒤쫓으며) 에이 에이~ 에이, 한 입만 주지!
S#25 공원. 낮.
공원 내 호수 변 울타리에 서있는 기주와 태영.
태영 : (늘어져서) 얼마 썼어요?
기주 : 이천 오백원.
태영 : 아우.. 클났네. 어으.. 아 근데 후덥지근한데 우리 어디 좀 들어가면 안되요?
S#25-1 은행. 낮.
은행에 앉아 있는 기주와 태영. 태영은 자기 다리 두드리고 있고 기주는 물 마신다.
태영 : (입 비죽거리다가) 나 배고파요.
기주 : (사탕 하나 건네준다)
태영 : (받아들고 까서 먹으며) 나.. 진짜 배고픈데. (기주 딴청하자) 예?
기주 : (먹던 사탕 씹어 먹는다)
태영 : 디게 배고픈데, 지금.
기주 : 난 물이나 한 잔 더 마셔야지.
S#25-2 거리 위 떡볶이 포장마차. 낮.
기주와 태영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아줌마 : 어서오세요.
기주 : 아주머니, 이 떡볶이는 얼맙니까?
아줌마 : 한 접시에 이천원이요.
하는데 태영 기주 몰래 튀김 집어 먹는다.
기주 : 아.. 이 튀김은 어떻게 해요?
아줌마 : 세 개 천원요.
튀김 여러 개 계속 먹고 있는 태영.
기주 : 하나에는 얼마예요?
아줌마 : 사백원.
기주 : 에이~ 아주머니. 세 개 천원인데 어떻게 한 개에 사백원이예요?
(태영 돌아보며) 이거 두 개만 먹어. (하는데 태영 양손에 들려있는 튀김) 이게 뭐하는 짓이야?
태영 : 네 개나 먹었지롱~ (하고 도망간다)
아줌마E : 아~ 돈주고 가야지!
기주 : 여깃습니다.
S#26 GD 자동차 휴게실. 낮.
태영의 핸드폰을 쥔 채 멀리 유리창 너머 풍경 바라보는 수혁. 마음 아픈데..
<인터컷>
- (12부) 아이스링크. 이별을 고하던 태영. '너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 조카였으면 좋겠어'
- (12부) 아이스링크. 아이스 하키를 하는 수혁과 기주. '나를 잃어도?' '너를 잃어도.'
- (11부) 호텔 로비. 키스하던 기주와 태영. 그 모습 지켜보는 수혁.
태영의 핸드폰 열어 단축번호 1번 꾹 누르면 주머니에서 수혁의 핸드폰 울린다.
수혁 자신의 핸드폰 꺼내 액정 보면 '이쁜 태영이' 찍히고..
수혁 가만히 액정 보다가 닫고 일어서서 나간다.
S#27 GD 자동차 엘리베이터 앞. 낮.
승준 스케쥴 수첩 보며 핸드폰으로 통화중이다.
승준 : 사장님께서 급한 일이 생겨서요. 내일 회의 시간 잡는데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하며 끊는데 엘리베이터 열리고 수혁 내린다. 승준 반가운 표정.
승준 : 어? 야~ 회사 들어오니까 좋다? 얼굴도 자주 보구.
수혁 : (약간 미소 지으며) 그러게. 근데 혹시 삼촌 들어왔어?
승준 : 어, 아니~ 회의도 다 취소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겠다는데..
도대체 비서가 모르는 중요한 일이 뭐야?
수혁 : (표정)
승준 : 연애하더니 사람 이렇게 변했다. 너도 알지? 강태영씨라고. 솔직히 문의원 딸보다야 낫지.
난 적극 찬성이다. 회장님 반대가 심한 거 같던데.. 니가 옆에 많이 도와줘.
너 선배 하는 일이면, 뭐든 따랐잖냐.
수혁 : 내가 그랬나?
승준 : 아니야? 자식, 새삼스럽게.
수혁 : 신차 개발은 잘 되가고 있는 거야? 형이 보기엔 어때?
승준 : 어.. 자금을 좀 무리하게 끌긴 했어. 처음에 회장님이랑 최이사 반대가 심했거든.
아, 너 최이사 가까이 하지 마라~
수혁 : 무슨 말이야?
승준 : 최이사가 우리 회사 주식을 좀 많이 갖고 있어. 자금도 휘어잡고, 야심도 아주 많고.
수혁 : 근데?
승준 : 뭐, 아직 더 알아보는 중이야. (엘리베티어 열리고) 어, 나중에 얘기하자. 간다.
승준 가면, 그 자리에 서서 뭔가 생각하는 표정의 수혁.
S#28 디자인 사무실. 밤.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 창 밖이 어둡다.
수혁 흐트러짐 없는 차림으로 혼자 스탠드 켜놓고 열심히 스케치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지 넘기고 다시 빈 종이에 그리고..
그러다 다친 손이 아픈지 주무르다 다시 그리고..
피곤한지 어깨 풀다가 책상 한쪽에 놓여있는 MP3 보인다.
가만히 만져보더니 이어폰 꽂고 의자에 푹 파묻혀 눈 감고 음악 듣고..
S#29 태영 옥탑 건너길. 기주 차 안. 밤.
낭만적인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차 안에 앉아 있는 기주와 태영. 두 사람 말없고..
태영 딴 청 피우다 어떤 버튼 실수로 누르는데..
갑자기 뒤로 넘어가는 의자. 태영 당황해서 꼿꼿하게 버티는데, 자꾸만 넘어가고..
태영 : 어? 어우..
기주 : 왜 이래?
태영 : 이거 왜 이러죠? 이거? 아이..
기주 : 거기 손을 떼.
태영 : (그제서야 손 떼며) 아아~ 이거. 아~ 예. 아유.
기주 : 다시 올라와.
태영 : 어떻게요?
기주 : (다른 곳 가리키며) 이걸 앞으로 땡겨.
태영 : 이렇게요? 아아~ 그렇구나. (올라오는 의자) 이렇게.. 아..
기주 : (웃으면서) 그리고 앞에 좁으면 의자 쫌 뒤로 하고.
태영 : 아우~ 아니예요~ 편해요. 뭐, 차가 오죽 넓어야 말이죠. 저 다리도 워낙 겸손하구 또..
(어색한 듯 기주 보다가) 저.. 저는 그럼 이만 갈게요.
기주 : 그래, 그럼. (태영이 안 내리고 자기 쳐다보자) 안 가나? 할 말 있나?
태영 : 예?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기주 보면) 아..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뭣하긴 하지만..
어.. 이런 날 이런 분위기에서는 왜 남자가 이렇게 문도 열어주고,
내려서 이렇게 가는 뒷모습도 쫘악~ 봐주고..
기주 : (알겠다는 듯) 그거? 아유.. 그거 뭐 쉽지 뭐. (내리려는데)
태영 : (붙잡으며)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그런다고 바로 실천할 것 까지야 뭐 있어요.
아유~ 아유.. 예.. 됐어요. 오늘은 그냥 제가 할게요. 가요, 저.
기주 : 강태영아. 오분만 더 있다 가라. 이 노래, 끝나면 가라.
태영 : (웃고) 오늘.. 돈 아껴쓰느라 힘들었죠?
기주 : 아냐. 재밌었어. (남은 백원 들고) 백원 남았네.
(백원 건네주며) 자, 이건 저축해. 우리의 핑크돼지를 굶주리게 하지 말아야지.
태영 : (백원 받아들고 웃으면서) 아.. 핑크돼지.
기주 : (같이 웃다가) 약속.. 안 잊어버렸지?
태영 : 푸~ 세상에 어떤 여자가.. 약혼 약속을.. 잊어버려요?
기주 : (너라는 듯이 손가락 태영 가리키면)
태영 : 아니예요~ (삐죽거리면서 기주 손 치운다)
서로 즐거워 웃는 두 사람.
S#30 기주 본가 거실. 밤.
기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 신문 보는 한회장, 과일 내오는 기혜.
기혜 : (기주 보고) 왔니?
기주 : 응. 아버지 저 왔어요.
한회장 : 버릇없는 놈. 들어오거나 말거나. (매서운 얼굴로 들어가 버린다)
기주 : 아버지 이제 나 취급도 안하시네.
기혜 : 내내 기분 안 좋으셨어.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니?
기주 : 누나, 나 여자친구 소개시켜도 돼?
기혜 : 마음 정한거야?
기주 : 응. 누나가 한 번 봐주라, 내 여자친구.
기혜 : 그래, 한 번 보자. 나도 궁금했어. 내일 시간 괜찮어?
기주 : 그럼. 좋은.. 여자야. 누나 맘에 들거야. (2층으로 올라간다)
S#31 기주 본가 2층 거실. 밤.
수혁 거실 소파에 앉아 스케치 하고 있다. 손에 붕대 감고.
기주 오는 발소리 들리자 돌려 앉아서 스케치북 가리는 수혁.
기주 : 일찍 들어왔다?
수혁 : 삼촌은 늦었네. 회사엔 없던데.
기주 : 내 인생에서 최고로 중요한 일이 있었거든.
수혁 : (스케치만 보며) 무슨 타이틀이 그렇게 거창해?
기주 : (약혼 얘기 해야겠다 싶어서) 급한 거 아니면 5분만 얘기하자.
수혁O.L : 급한 거야. (붕대 감은 손 보이며) 이 손으로 이러고 있는 거 보면 몰라?
기주: (한참 바라보다) 알았다.
자꾸 꼬인 말만 하는 자신이 싫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가는 기주 보던 수혁.
탁자 위로 스케치북 내려 놓으면 태영의 웃는 얼굴 그려져 있고..
S#32 옥탑 마당. 밤.
평상에 앉아서 기주가 준 백원짜리 동전을 불빛에 이리저리 비춰보는 태영.
<인터컷>
- (1부) 파리 분수대. '돈 벼락이 정~ 어려우면.. 돈 많은 남자나 하나 보내주든지..'
소원이 이루어 진 것 같은 느낌에 웃는 태영.
태영 : 정말 그 분수가 소원을 들어줬을까? (하고 동전 뚫어져라 보며 동전에게)
어이~ 동전. 어떻게 생각해? 정말 분수가 소원을 들어줬을까? 그랬을까? 응? 대답을 해봐.
대답 안 해? 에잇!
하더니 동전을 팅- 손톱 끝으로 튕겨 올린다. 튀어 오르며 불빛에 반짝이는 동전.
S#33 GD 자동차 전경. 아침.
S#34 한회장실. 아침.
수혁과 한회장 앉아 있다.
한회장 : 싫어? 왜 싫어?
수혁 : 할아버지 말고, 삼촌이 해줬음 해서요.
한회장 : 글쎄, 왜 굳이 삼촌한테 해달래?
노크소리 들리고 기주 들어온다.
기주 : 부르셨어요.
한회장 : 임원들한테 수혁이 눈 도장 찍어줘. 굳이 니가 해야된데.
수혁 : 우리 회사 방아쇤.. 삼촌이 당긴다며. 그럼 삼촌이 해줘야지.
한회장 : 그게 무슨 소리야? 방아쇠라니? 무슨 방아쇨 당겨?
기주와 수혁 시선 팽팽하다.
S#35 대회의실. 낮.
최이사, 김이사, 박전무. 그 외 이사진들 죽 앉아있다.
상석에 앉은 기주. 이사진들 맨 끝에 수혁 앉아 있다.
기주 :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정식으로 인사를 드려야 뒷말이 없을 것 같애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디자인팀에 신입 사원..
수혁 : (기주 말 끊으며) 삼촌, 직접 인사드릴게.
기주 : (당황한 표정)
수혁 : (일어서서) 윤수혁입니다. 제가 누구 손자고, 누구 조칸지는 아마 다들 아실겁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예. 저 낙하산 맞습니다. 하지만, 누구 못지 않은 실력도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저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 써주실 필욘 없습니다.
삼촌하고 전, 입장이 다르니까요.
기주 : (다시 당황한 표정으로 수혁 보면)
최이사 : (수혁의 그런 모습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
수혁 :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인사드리게 된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실무 앞에선 절대 이런 일
없을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자리에 앉으면)
김이사 : (흡족하게 보며) 든든하시겠습니다. 말투, 눈빛, 딱 부러지는 성격. 사장님을 빼다 박았군요.
최이사 : (긴장한 얼굴로 기주 본다)
기주 : (수혁만 보고 있고)
박전무 : 김이사가 한시름 놓겠네요. 디자이너, 디자이너. 노래를 부르더니만.
김이사 : 아, 말해 뭘합니까.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습니다.
기주 : 그만 끝내겠습니다. (하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수혁O.L : 김이사님께서 이번 신차 개발 TFT 맞으셨죠?
기주 : (김이사 보면)
김이사 : 아, 예.
수혁 : 실례지만 지금 진행중인 디자인 컨셉 누가 Fix 한겁니까?
김이사 : 음.. 디자인팀에서는 세가지 컨셉 중에서 지금 걸로 가는 겁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기주 보며) 사장님께서 하셨구요. 무슨 문제라도?
수혁 : 신차가 출시되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릴텐데, 내일 당장 출시라면 모를까.
너무 클래식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아, 흘려 들으십쇼. 제가 공부 좀 더 하고 다시 얘기하죠.
S#36 복도. 낮.
나란히 복도를 걸어 나오는 기주와 수혁. 둘 다 앞만 보고 걷고..
기주 : 그렇게 일하고 싶은 걸 이제까지 어떻게 참았어.
수혁 : 말에 가시 돋혔네. 왜 내가 뭐 잘못했어?
기주 : 윤수혁.
수혁 : (멈춰서 기주 돌아보면)
기주 : 비아냥 거리는 게 니 무기고 실력이면 회사 당장 그만 둬. 안 그럼 내가 짤라.
내 조카 수혁이는, 내 8할이었던, 내가 사랑하는 수혁이는 너 아냐.
수혁 : (무서운 얼굴로) 그러게 왜 날 잃어? 삼촌이 나 잃고 태영이 선택한 순간, 나도 나 잃었어.
비아냥거림이 내 무기냐구? 실력이냐구? 삼촌 나 잘 모르는구나.
내가 어떤 무길 가졌는지 알게 해줄테니까 기대해 줄래, 삼촌?
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서는 수혁.
기주 놀라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카메라 모퉁이 돌면 언제부서 서 있었는지, 윤아 묘한 표정으로 서 있다.
S#37 승경 사무실. 낮.
승경 현욱과 기획안 놓고 이야기 하고 있다.
승경 : 파자마 파티 준비 현욱씨가 맡은 거에요?
현욱 : 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행사이니만큼 제가 적임자인 거 같습니다.
승경 : (웃으며) 지난 번 처럼 음식 모자르면 안되요.
현욱 : 걱정하지 마세요. 뭐 제 돈 나가는 거 아니잖습니까?
이번엔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한 번 차려보겠습니다.
승경 : (장난스레 눈 치켜뜨면)
현욱 : 사소한 농담에 빨끈하시면 (왼쪽 가슴에 손 올리더니) 이 좌심방이 심히 괴롭습니다.
승경 : 나가봐요.
현욱 인사하고 나가면 빗겨 들어오는 윤아.
윤아 : 안녕하세요. 백승경 본부장님 되시죠? 저 문윤아라고 합니다.
승경 : 문윤아? 문윤.. 아~ 내 전남편이랑 약혼하려다 파혼당한 여자?
윤아 : (자존심 상하고) 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앉아도 되죠? (앉고)
여기 근무하는 강태영이라고 아시죠?
승경 : 그럼요, 직원인데 알죠.
윤아 : 한기주씨랑 사귀는 것도 아세요?
승경 : (윤아 보다가 인터폰 누르고) 강태영씨 좀 불러줄래요?
윤아 : 잠깐만요. 제 얘기부터 듣고 부르세요.
승경 : 안 들어도 뻔하네.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쫓아 내라. 뭐 그런 스토리 아닌가?
윤아 : (당황) 알고 있었어요? (하는데)
태영 : (들어오며) 부르셨습니.. (뒤에 윤아 보고) 잠시만요.
야, 세상 아무리 좁다지만 너 좀 심하지 않냐? 너 맨날 나만 쫓아다니냐?
뭐 어느 날 부턴가 너 내가 남다르게 보이는 거 아니냐, 너?
승경 : 이렇게 셋이 모이니까 재밌네요? 그죠?
태영 : 예, 그러네요. 한기주씨 참 복두 많은 사람이네요.
승경 : 전처에, 파혼녀에, 현재 애인까지. 우리 계모임 할래요? 문윤아씨, 어때요?
윤아 : 제가 잘못왔네요. 그만 가볼게요. (나간다)
태영 : (윤아를 향해 손짓하고 고맙다는 듯 승경 보면)
승경 : 고마울 거 없어요. 나도 태영씨 보면 틈틈히 화나니까.
만약 둘이 결혼이라도 한다면 적이 될지 친구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나 너무 믿지 마요. 나가봐요.
태영 : 네, 본부장님.
태영 인사하고 나가면 승경 자신의 말 잠시 생각한다.
S#38 CSV 로비. 낮.
태영 나오는데 기다렸다 앞을 가로 막는 윤아.
윤아 : 너 정말 뻔뻔하다.
태영 : 그지? 어떻게 애인 전처 회사에서 일 할 생각을 다하냐. 나도 그게 가끔 고민스럽기는 해.
근데, 뭐? 나 제 정신이냐고? 물론 아니지. 너도 한 번 생각해봐. 한기주처럼 멋진 남자가
나만 좋대는데 내가 제 정신일 턱이 있냐? 한기주 돈 많어, 얼굴은 또 좀 잘 생겼어?
학벌 좋지, 주먹질도 잘해, 게다가 노래도 잘한다! 너 그거 모르지?
그래서 정신 차릴 틈이 없다, 내가. 간다. 암말 마라, 너.
윤아 : (분해서 서 있는데)
태영 : (다시 돌아오더니) 아, 참참참참. 빼먹었다. 너희 어머님 손 참 매우시더라. 근데 나도 힘 쎄그든?
다신 우리 집에 오시지 말라고 전해드려라. 간다. (하고 돌아서는데)
윤아 : (태영 팔 붙잡고) 너랑 그 사람이랑은 안돼. 난 너 없으면 되지만, 넌 내가 없어도 넌 안돼.
그러니까 뻔한 사랑 시작도 하지마. 알았니?
태영 : 응, 충고 고맙다. 근데 이제부터 그건 내가 결정해.
하고 태영 씩씩하게 걸어 나오면, 윤아 독 품고 노려보고..
S#38-1 공원. 낮.
유니폼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공원 이곳 저곳을 달리는 태영.
분수대를 돌다가 멈춰서 주머니에서 백 원짜리 동전 꺼내 꼭 쥐어보더니
태영 :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네에? (동전 분수대에 던진다) 야! 아자! 야!
녹음을 가르며 달려 돌아가는 태영의 자전거.
S#39 기주 사무실. 낮.
소파에 앉아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만지고 있는 기주. 그 때 승준 들어오며
승준 : 김이사님 오셨어요. 아까 회의실일로 좀 뵙자시는데요?
기주 : 나중에 얘기하자 그래.
승준 : 예. 선배, 무슨 일 있어요? 혹시 수혁이랑 무슨 문제있는 거예요?
기주 : 눈치는.. 니가 수혁이 좀 잘 좀 챙겨야겠다. 틈틈히 좀 들여다봐줘. 난 나갔다올게.
S#40 남자 화장실 앞 복도. 낮.
수혁 넥타이 추스르며 화장실 나오는데 들어가려는 최이사와 마주친다.
안 좋은 표정으로 쳐다보다 서로 그냥 가려는데
최이사 : (걸음을 멈추며) 방법이 틀렸다. 너무 급했어. 힘이란 니가 지는 것이 아니라 니가 지니고
있다고 주위 사람이 믿는 것이다. 니 삼촌이 잘하는 것 중에 하나지. 넌 아직 멀었어. (가면)
수혁 최이사 말 곱 씹으며 가려는데 핸드폰 울린다. 기혜다.
수혁 : (놀라서) 엄마.
기혜F : 시간 되니? 엄마 좀 보러와.
S#41 기혜 매장. 낮.
기혜 여직원과 얘기 하고 있는데 한회장 들어온다. 기혜 조금 놀라고
한회장 : 농장 가다 들렀다. 귀신 봤어? 왜 그러고 섰어? 좀 앉자.
기혜 : (한회장 보다 여직원에게) 점심들 하고 와요.
한회장 : 너도 나이를 먹는구나. 열일곱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 키우면서 단 한 번도 아들 없는 거 후회 안했어.
기혜 : 아버지. (눈물)
한회장 : 기혜야, 난 내 자식 아픈 거 싫다.
내 자식 아픈 거 싫어서 기주 문의원 여식하고 결혼했으면 좋겠다.
기혜 : (목이 메여) 죄송해요, 아버지. 하지만 그건 싫어요.
(울먹이며) 그냥 다 얘기해요, 우리. 세상에 비밀이 어딨겠어요.
저 때문에 아버지 끌려다니시는 거.. 이젠 더 못 보겠어요.
한회장 : 그건 안돼. 기주를 생각해서도, 절대 안돼. 아예 기주 말일랑 들어줄 생각 말어.
기혜 : 그렇게 좋다는데 그냥 허락해주세요. 어떤 아가씬지 제가 한 번 만나볼게요.
한회장 : 그럼 수혁인 어떡해?
기혜 : (놀라서) 네?
한회장 : 피는 못 속인다고.. 어쩜 그런 것 까지 똑같애? 기주랑 수혁이 같은 여자 보고 있어.
기혜 : 그게.. 정말이세요?
한회장 : 문의원 여식하고 결혼하는 게, 여러 모로 좋아.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
나 기주, 여태 내 아들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이러고 사는 네 속은 오죽하랴 싶다만은 참은 김에 죽을 때까지 참어. 지 자식을.. 동생으로..
기혜 : (급하게 말 끊으며) 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누가 들을까 무서워요.
수혁E : 뭐가 무서워?
기혜와 한회장 놀라서 보면 문가에 서 있는 수혁
수혁 : 할아버진, 여기 어쩐일이세요?
한회장 : 농장가다 들렀다. 간다. 늦을테니, 기다리지 마라. (일어서서 나가면)
수혁 : 다녀오세요. (앉아서 기혜보다) 엄마, 울었어?
기혜 : (눈물 훔친다)
수혁 : 왜 울었는데? 할아버지가 뭐라 그러셔? 아, 왜 무슨 일인데?
기혜 : 손은 괜찮니?
수혁 : 우리 엄마가 내 걱정도 다해주네. 괜찮아, 나 왜 불렀는데?
기혜 : 양복 한 벌 맞춰줄려고. 삼촌 첫 출근 때도 내가 해줬어.
수혁 : 됐어요, 난. 안할래. 삼촌 따라하는 거 이제 안하기로 했어.
기혜 : 너.. 전에는 만나는 아가씨 있다고 했지. 엄마가 한 번 만나볼까?
수혁 : 이제 없는데.. 끝났어.. 누구한테 뺏겼거든.
기혜 : (안타깝게 수혁 보면)
수혁 : 삼촌 만난다는 여잔.. 본 적 있어?
기혜 : (고개 흔들며) 아니.
수혁 : 만나봐. 좋은 여자야. 마음도 여리고, 착하고. 웃는 게 참 이쁘드라.
기혜, 가슴 미어져서 수혁 보는데..
S#42 CSV 매표소. 낮.
태영과 양미 티켓팅을 하고 있다.
양미 : (손님에게 티켓 주며) 즐거운 시간 되세요.
태영 : (마찬가지로) 즐거운 시간 되세요.
양미 : 정말? 그 버스정류장에서 프로포즐 받았단 말야? 아, 나 언니 바보 아니냐?
아, 그 동안 영화 본 거 다 어쨌냐?
태영 : 아, 막무가내로 해대는데 난들 어쩌냐? 아니, 나는.. 특이하고 좋드만.
양미 : 아, 그게 아니지~ 그 왜 있잖아. 그 아이스크림 안에 반지를 넣는 다든가,
아니면 스텝 맘처럼 실에서 반지가 슉~ 하고 떨어진다든가,
아니면 반지를 얼린 그 칵테일을 마신다든가. 암튼, 언니 다시 해달라그래.
태영 : 아니.. (손님오자) 아, 예. 어느 좌석으로 드릴까요?
남자 : 앞자리요.
태영 : 아, 여깃습니다. (주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양미에게) 버스 정류장이 쫌 거시기 하긴 했냐?
양미 : 쫌은 무슨. 아~쭈 거시기 하구만.
태영 : (띵동 번호표 누른다) 164번 손님! (하는데)
기주 : (카운터에 164번 번호표를 틱 내려놓으며) 나하고 어디 좀 가자.
태영 : 아니, 어딜요?
기주 : 누나 좀 보러.
태영 : 누나? 아니.. (기주가 내려 놓은 번호표 챙기고 띵동 다음 사람 버튼 누르면) 165번 손님!
기주 : (카운터에 165번 번호표를 내려놓고)
태영 : (다시 가져가며) 아니.. 166번 손님!
기주 : (166번 번호표 내려놓는다)
태영 : 7.. 8.. (기주가 번호표 뭉탱이로 내려놓자 놀라는데)
기주 : 같이 좀 가자니까.
태영 : (번호표 주워 들며) 아니.. 이.. 왜 이래요?
기주 : (계속 번호표 내려 놓으며) 왜 이러긴, 같이 가재니까.
태영 : 아, 누나 뵙는데 이렇게 갑자기 얘길 하면 어떡해요. 내가 이러고 어딜가요..
양미 : (태영 입 막고 끌고 가며) 걱정 마세요, 갈거니까. 밖에서 잠깐 기다리시든가.
기주 : (웃어보인다)
S#43 탈의실. 낮.
의자에 앉아 있는 태영. 올려다보면 양미와 가영 태영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다.
양미 : 견적 나왔어.
가영 : Me too!
양미와 가영 태영을 거울 앞에 앉혀놓고 머리도 해주고 화장도 해준다.
태영 그런 자신 모습 보다가 좋은지 웃는다.
- 여자 스텝 세 명 옷 주욱 들고 서 있고 양미 그 중 마지막 옷 초이스!
- 같은 여자 스텝 세 명 핸드백 주욱 들고 서 있고 가영 그 중 역시 마지막 것 초이스!
- 또 다시 같은 여자 스텝 세 명 구두 주욱 들고 서 있고 양미 또 마지막 구두 초이스!
선택한 옷, 핸드백, 구두를 모두 착용하고 거울 보는 태영. 훨씬 더 예쁜 모습으로 변해 있다.
뒤 돌아서 걸어 나오면 양 옆에 양미와 가영, 여자 스텝 세 명 서 있다가 환호하며 박수를 쳐준다.
자랑스럽게 브이를 들어보이는 태영. 쑥쓰러운 듯 웃는다.
S#44 CSV 로비. 밤.
기다리던 기주 몰라보게 변한 모습으로 나오는 태영 보고 흡족한 표정 짓는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는 태영. 자신 보고 있는 기주 보고 쑥쓰러운 표정.
기주 태영에게 걸어가서 태영 팔 붙잡고 가려는데 뒤에서 여직원들 구경하며 따라 나온다.
기주 : 왜들.. 저래?
태영 : 글쎄요. 어, 잠깐만요. 가기 전에 잠깐 들를데가 있어요. (기주 손 잡으며) 따라와요.
S#45 화장품 매장. 밤.
태영 기주와 화장품 고르고 있다.
태영 : 저.. 누님 취향 알아요?
기주 : 모르지. 그냥 이거 종류별로 하나씩 다 사는 게 빠르지 않겠어? 뭐 하난 맞겠지?
태영 : 아니, 잠깐만요. 뭐예요, 이거. 또 종류별로요? 아유, 됐어요. 물어 뭘 해, 증말.
태영 기주 밀치고 가서 화장품 세트 여직원에게 내밀며
태영 : 이거 선물할거니까 이쁘게 포장해주세요.
여직원 : 예, 알겠습니다.
태영 : 리본도 좀 달아주세요.
흡족한 표정으로 서로 웃는 기주와 태영.
S#46 레스토랑. 밤.
태영, 기주, 기혜 앉아 있다.
기주 : 우리 누나. 미인이지? 여기 강태영씨.
기혜 :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태영 : 예, 저도 뵙고 싶었습니다. 강태영입니다. 어.. 저 이거.. 마음에 드실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선물 건넨다)
기주 : 그거.. 비싼거야. (웃는다)
기혜 : 고마워요. 식사 주문하자.
(시간경과)
식사를 하고 있는 세 사람. 기주 태영 접시에 음식을 덜어준다.
기주 : 누나. 우리 둘이 약혼 할 거야. 그렇게 하기로 했어.
될 수 있으면 빨리 할거야. 그것도 아주 잘할거야.
기혜 : 아버지껜 말씀드렸니?
기주 : 그럼~ 벌써 몇 번 얘기했지. 근데 못 들은 척 하시네.
그러니까 누나가 우리 좀 도와줘. 누나 우리 편이지?
기혜 : 태영씨 생각도 그래요?
태영 : 예. 저두 하고 싶습니다.
기혜 : (그런 태영을 조금 서늘하게 보는데)
기주 : (기주 핸드폰 울린다) 아, 미안.. (받으며) 예, 한기줍니다. 예. (나간다)
태영 조금 어색하게 앉아 있는데 그런 태영을 보는 기혜의 얼굴 위로 한회장 목소리.
'피는 못 속인다고 어쩜 그런 것 까지 똑같애. 기주랑 수혁이 같은 여자 보고 있어.'
기혜 : 나 뭐하나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태영 : 예, 물론이죠. 어.. 무슨 부탁이신지..
기혜 : 이 약혼 하지 말아줘요. 태영씨가 그만 둬 줘요. 부탁해요.
태영 : (놀라는 표정)
기혜 : 나 강태영씨 마음에 안 들어요. 돈 없는 거, 많이 못 배운 거, 부모 없이 자란 거..
뭐 하나 안 걸리는 게 없네요. 지금 입고 있는 옷, 립스틱 색깔, 다 맘에 안들어요.
태영 : (너무 놀라 말 안나오고)
기혜 : 우리 기주 짝 아닌 거 같애요. 기준 내가 설득할테니까 강태영씬 자기 맘만 돌려요.
태영 얼굴 하얗게 질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기주 들어온다.
기주 : (자리에 앉으며) 아, 미안. 누나하고 얘기 많이 했어? 누나가 좀 잘해줘. 많이 불안해 하는데.
기혜 : 왜 불안할까?
기주 : 글쎄, 아버지가 뭐 워낙 쎄게 하셨거든. (하고 태영 손 잡는데)
태영 놀라서 기주 얼굴 보는데..
기혜 서늘하게 기주에게 잡힌 태영의 손과 태영 얼굴 보면
하얗게 질린 태영의 얼굴에서 13부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