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푸르러지는 신록의 깊은 숨결을 느끼기 위해 가끔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에 사로잡혀서 이렇게 부자유한 모습으로 살고들 있습니다. 단순성. 즉물성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갈수록 자신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 된 건전지처럼 경고등이 깜빡깜빡이는 것을 느끼면서도 끝나는 순간까지 그렇게 무모하게 굴러가야 하는 것인지 회의스럽기만 합니다. 정신적인 압박감에 피곤합니다. 일종의 강박관념들.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읽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무언가를 기획하고 무언가를 놓고 경쟁하고 누군가에 애착을 느끼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쫓기듯이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절여진 배추처럼 쓸쓸하게 한 구석에 처박혀진 영혼을 보게 됩니다.
나는 그런 희망을 갖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햇살 좋은 어느 날 저수지에 앉아서 하루 종일 낚싯대 하나 걸어두고 무연히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낮잠이나 한 숨 걸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무단 일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이러다가 제가 가출자가 되지나 않을까 두렵군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신들린듯 그렇게 하루 쉬고 싶은 날입니다.
건강한 주말 되시고 심신의 충전이 그득하니 이루어지는 그런 날이기를 기원합니다.
무제
창밖에 불두화 무겁게 몸 부대끼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면서 세상을 잠재우고 있다
그 찌르라미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여치는 방아깨비는 어디에서
날개를 서걱이며 노래하고 있을까
지금 모두 어디 있을까
인연들 눈 마주친 뒤 흘러간
그 가시내는 어디에서
젖가슴 풀어 신생의 목줄기에
따뜻한 젖 먹이고 있는지
가면 왜 오지 않는 것인지
오면 왜 가려고들 하는지
먼지 날리고 꽃비 날리고 비 가끔 내리는
아직은 거덜나지 않은
이 지상의 외로운 꿈
내가 외로우므로 너도 무겁구나
추억의 입맥은 짙구나
개미굴 속으로 말라붙은 지렁이의 육체가
납치된다 소리없는 가운데
세상은 너무 분주하고
나는 이렇게 게으르다 지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