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호암갤러리가 예술의 정신성을 환기시키는 기획전을 국내외 작가 8명의 작품으로 개최한다.
호암갤러리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마인드 스페이스(mind space)'전을 열어 인간 내면으로 여행해보자고 관객들에게 제안한다. 출품자는 마크 로스코, 제임스 터렐, 볼프강 라이프, 애니쉬 카푸어, 라니 마에스트로 등 세계적 명성의 서구작가와 리밍웨이, 김수자, 우순옥 등 주요 비엔날레에서 주목받는 아시아계 작가이다.
이들 작가는 작품 15점으로 예술 본연의 기능인 내면 성찰을 회복코자 한다. 예술은 전통적으로 종교 또는 정서의 감동으로 감상자를 정화(카타르시스)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었으나 현대들어 이를 상실했다는 게 주최 측의 견해다.
외부 정보가 넘쳐나는 가운데 현대인들은 안에서 울려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에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도구화와 고립화는 자신을 내면에서 더 멀어지게 했으며 이는 예술작품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주최 측은 전시제목이 암시하듯이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성이 맞닿아 있는 지점에 위치한 `마음'에 관심을 집중시키려 한다. 그동안 등한시하거나 망각해버린 마음을 되찾아 마음의 평화를 얻자는 것이다.
이는 곧 외부와 내면의 균형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질주의로 치달으면서 잊혀진 정신주의를 일깨워 물질문명을 보완하고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 한다. 작가들이 동양적 정신세계에 깊은 관심을 표명한 것은 이때문이다.
마크 로스코는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로 색면회화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고양시켜왔으며 역시 미국의 제임스 터렐은 물리적이면서 동시에 심리적인 빛으로 관객을 묵상의 세계로 이끈다.
인도 태생의 영국인 애니쉬 카푸어는 존재의 삶과 죽음의 경계를 조각품으로 살피고, 독일의 볼프강 라이프는 2t 분량의 천연밀랍으로 제작한 작품을 내놓는다. 필리핀 출신의 라니 마에스트로는 몸과 영혼의 상처와 상실의 고통을 모기장 작품으로 치유코자 한다.
이와 함께 김수자씨는 이국의 인파 사이에서 마치 바느질하듯이 마음과 마음을 매개하는 행위의 비디오 작품을 소개하며, 우순옥씨는 잉태한 어머니의 배처럼 둥글고 따뜻한 벽을 만들어 관객들이 위안을 얻어가게 한다.
전시는 미술교사 초청회(3월 22일 오후 2시), 특별강연회(3월 28일) 등의 부대프로그램도 마련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