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물 좀 물 좀 하는 아들의 타는 목에 물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으셨다구요 정말 너무하셨군요 하늘을 쳐다보아도 땅을 굽어보아도 바람이 불어도 눈이 와도 오직 타는 가슴일 뿐인 당신 이소선 여사 우리의 어머니
온몸으로 타는 이 조국 위에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알몰으로 뛰어나가고 싶으실 텐데
당신의 둘째아들 종태의 타는 목에도 셋째아들 종만의 타는 목에도 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못하셨군요
억울한 빈소에 메아리치는 당신의 아우성 확확 불을 뿜는데 당신의 목이 타는 건 통 모르시네요 넷째 다섯째 열째 스무째 아들 딸 아들 딸 수없는 아들딸들의 타는 목에 아직도 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못하여 당신의 목에서는 불이 이는데 청계천 구정물을 바가지로 퍼마셔도 꺼지지 않을 불이 그 불길에 서러운 낙엽들마저 불춤을 추는데 그 불길에 백두산 천지마저 부글부글 끓는데
이소선 여사여 가엾은 가엾은 우리의 어머니 영원히 죽을 수 없는 우리 모두 모두의 어머니 입을 앙다물고 눈물을 참아온 멍든 가슴들 상처투성이인 손가락들이 잘려나간 손가락들이 아우성치며 모여와 한 방울 한 방울 당신의 타는 목을 축여드릴 그날까지 당신은 오직 타고 있으리 타고 있어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