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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황제 국새' 등 한국 반환한 패턴 예비역 대령 사위 보우씨 |
"북한군·중공군 시체 치워라"
명령 수행하다 우연히 발견
63년간 집안 장식장 고이 보관
장인 반환 못 보고 사망 아쉬워
고종황제 국새 등 귀중한 한국 유물을 보관 하고 있었던 고 윌리엄 패턴 예비역 해병대 대령(2012년 6월 작고)의 가족들은 "지금이라도 유물을 한국에 돌려 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반응이었다.
패턴 대령의 사위인 에릭 보우(샌디에이고 에스콘디도 거주)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장인도 아마 한국의 문화재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방문해 전시된 유물들을 직접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우씨는 패턴 대령이 사망하기 전까지 함께 살았다.
다음은 보우씨와의 일문일답.
-패턴 대령이 어떻게 유물들을 소유하게 됐나.
"생전에 들려준 내용에 따르면 1950년 9월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 발견했다고 했다. 당시 덕수궁 문 밖에서 전사한 북한군과 중공군 시체를 치우다 한 시체 밑에서 찾았다고 들었다.
당시 전투가 치열했고 덕수궁은 임시 병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며 궁 밖에 있는 시체들을 치우라는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고도 했다. 장인은 물건들(유물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양말 속에 담았고 이를 1951년 미국으로 돌아올 때 가져왔다고 했다. 그리고 63년 동안 집 안의 장식장에 잘 보관해 왔다."
-왜 한국정부나 미군에 습득물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나.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지 몰랐다고 했다. 또 한국정부의 소유인 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 돌아와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대다수가 '중국 것 같다"고 말했다고 들었다."
-갑자기 골동품 관계자들에게 연락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5월 초 처남(패턴 대령의 아들)이 뭔가 인쇄된 종이를 가져와 보여줬는데 집에 있는 도장(유물)들과 비슷했다.
처남은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데 이게 1500만 달러에 팔렸다'고 말하면서 우리도 집에 있는 도장들이 정확히 뭔지 알아봐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래서 곧장 도장들을 안전금고에 보관하고 친분이 있는 워싱턴DC 스미소니안 박물관의 큐레이터에게 연락을 취했다. 얼마 후 그 큐레이터는 이곳에서는 가치가 없지만 한국에는 큰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말해줘 알게 됐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지 3주 만에 장인이 돌아가셨다. 아끼던 유물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아쉽다."
-국토안보조사부 수사팀의 연락은 언제 받았나.
"지난 10월 초에 연락을 받았다. 돌려주려고 했지만 방법을 몰랐는데 오히려 연락을 받고 맘이 놓였다. 한국 문화재를 더 갖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반환한 소감은.
"지금이라도 유물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 다행인 건 지난 63년 동안 장인이 보관을 잘 해 유물의 상태가 좋다는 것이다. 패턴 대령을 비롯한 가족 모두 아끼고 사랑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찾아가 도장들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