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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이탈리아 오페라 <이집트의 줄리오 체사레>
대본 니콜라 프란체스코 아임
초연 1724년 2월 20일 런던 하이마켓 왕립극장
배경 B.C. 48년 파르살루스 전투 직후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1984 영국 국립 오페라 / 180분 / 한글자막>
영국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찰스 메케라스 지휘 / 존 코플리 연출
줄리어스 시저..............................................................................자넷 베이커(메조소프라노)
클레오파트라...............................................................................발레리 마스터슨(소프라노)
코르넬리아.....폼페이우스의 아내....................................................사라 워커(메조소프라노)
섹스투스........폼페이우스의 아들....................................................델라 존스(메조소프라노)
톨로메오........프톨레마이우스. 이집트의 왕. 클레오파트라의 남동생.....제임스 보우만(카운터테너)
아킬라...........톨로메오의 보좌관. 이집트의 장군...............................존 톰린슨(베이스)
크리스토프 부스-존스(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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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로마와 이집트,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사랑과 배신, 신화적인 이야기의 오페라
줄리어스 시저는 이집트를 정복하며
클레오파트라를 만나 사랑을 싹 틔우고,
프톨레마이오스에게 남편 폼페이우스를 살해당한 코르넬리아와 그의 아들 섹투스는 복수를 맹세한다
뛰어난 음악적 탁월함을 가진 지휘자들 중 하나인 찰스 메케라스 경의 지휘 아래 자넷 베이커(J. Baker)는 훌륭하고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바로크 오페라의 탁월한 해석자로 활약하고 있다. 존 코플리의 영국 국립 오페라 프로덕션은 기술적인 이점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스튜디오 내에서 재공연을 하며 최고 수준의 레코딩을 창조해냈다.
오페라는 영웅들의 역할에 카스트라티(castrati) 가수들을 기용하여 런던 해이마켓 극장에서 1724년 초연되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역할들을 여성을 기용해 현대적인 관습을 따랐다. 줄리어스 시저 역을 맡은 자넷의 명연기는 헨델이 당시에 가장 뛰어난 가수를 위해 썼던 음악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 작품 해설 === <2012년 12월 21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헨델, 줄리어스 시저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오페라 세리아
1724년 2월 20일 런던 하이마켓 왕립극장에서 초연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감독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Cesare deve morire)]는 로마 외곽 레비비아 교도소의 장기복역 수감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연극 작품을 연습해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선보인 이 영화 속에서 수감자들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바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입니다.
기원전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 B.C. 100-44)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음'을 뜻하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로 유명하죠. 우리가 흔히 부르는 그의 이름 '줄리어스 시저'는 영어식 표기로, 셰익스피어가 1599년경에 영어로 쓴 희곡작품 [줄리어스 시저]에서 볼 수 있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원작보다 일반에게 더 알려진 것은 셰익스피어를 토대로 1953년에 조셉 맨키비츠 감독이 만든 영화 [줄리어스 시저]입니다. 젊은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메이슨이 각각 안토니우스와 브루투스 역으로 출연해 시저 암살 후의 연설 대결을 펼친 명장면 덕분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자체가 말년의 시저보다는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권력욕과 우정과 배신을 그려냈죠.
헨델(Georg Friedrich Haendel, 1685-1759)의 수많은 오페라 가운데 가장 자주 공연 되는 인기작을 꼽는다면 아리아 '울게 하소서'로 유명한 1711년의 [리날도], 1724년작 [줄리어스 시저] 그리고 '라르고'가 들어 있는 1736년작 [세르세]를 들 수 있습니다. 모두 이탈리아어 오페라죠. 바로크 후기에 활동한 헨델은 독일 할레에서 태어나 함부르크에서 작곡 공부를 하고 3년간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이탈리아 기악과 오페라 작법을 공부했습니다.
헨델은 [리날도] 공연차 영국으로 갔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런던에 정착했는데요, 1719년 영국귀족들이 이탈리아 오페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왕립음악아카데미를 창설하면서 그 총책임자가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8년간 런던은 유럽오페라의 중심지가 되었답니다.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는 바로 그 전성시대의 '오페라 세리아(진지한 내용의 오페라)'로, 원제는 [이집트의 줄리오 체사레Julio Cesare in Egitto]입니다.
클레오파트라와 시저의 정략과 사랑
오페라의 1막. 시저는 그리스 파르살루스 평원의 전투에서 정적 폼페이우스에게 승리를 거두고 나서, 도망치는 그를 이집트까지 추격합니다. 폼페이우스의 아내 코르넬리아와 그 아들 세스토(섹스투스)는 시저에게 폼페이우스의 사면을 청원했고 시저도 이를 받아들이려 했지만, 폼페이우스는 이집트 통치자 톨로메오(프톨레마이오스)의 지시를 받은 장군 아킬라의 손에 암살당합니다. 톨로메오는 이미 대세가 시저 쪽임을 파악하고, 폼페이우스를 죽여 시저를 확실하게 환영하려 했던 것이죠. 그러나 자신의 사위이기도 했던 폼페이우스의 죽음에 시저는 분노했고, 그 이야기를 들은 톨로메오는 시저마저 암살하려 합니다.
한편, 남편의 잘린 목을 안고 탄식하던 코르넬리아는 복수를 맹세하고, 남동생 톨로메오에게서 왕권을 빼앗으려는 클레오파트라는 리디아라는 이름의 시녀로 신분을 위장한 채 시저를 찾아가서 톨로메오를 무찔러달라고 간청합니다. 코르넬리아와 세스토는 톨로메오를 암살하려고 접근했지만 오히려 붙잡혀, 코르넬리아는 시녀가 되고 세스토는 감옥에 갇힙니다.
2막에서 코르넬리아는 톨로메오 왕과 장군 아킬라의 유혹을 물리치고, 클레오파트라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탈출한 아들 세스토와 함께 복수를 다짐합니다. 한편 클레오파트라는 정원에서 시녀들을 데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적극적으로 시저를 유혹하고, 시저는 그녀의 유혹에 기꺼이 넘어갑니다. 이 장면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부르는 아리아 '사랑스런 눈동자'는 그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사랑의 순간은 이집트 암살자들의 습격을 알리는 시저 부관의 다급한 전갈과 함께 무너지죠. 클레오파트라는 시저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지원을 약속하고, 시저는 음모를 밝혀내겠다며 달려나갑니다. 혼자 남은 클레오파트라는 시저가 무사히 탈출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시저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다가 로마군을 찾아갑니다.
3막에서 이집트 장군 아킬라는 자신에게 코르넬리아를 주려 하지 않는 톨로메오 왕에게 배신감을 느껴 이집트 군을 떠나 로마 진영으로 넘어갑니다. 전투에서 톨로메오가 승리하고 클레오파트라는 포로가 되지만, 바다에서 살아나온 시저가 전쟁터에 나타납니다. 아킬라는 왕궁의 비밀 통로를 세스토에게 알려주고 숨을 거두고, 시저는 클레오파트라를 구출한 뒤 세스토와 힘을 합해 톨로메오를 공격합니다. 톨로메오는 끝까지 코르넬리아에게 자신의 여자가 될 것을 요구하지만 거절당하고, 마침내 세스토가 나타나 톨로메오를 죽입니다. 알렉산드리아 항구에 모인 군중은 시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시저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왕관을 씌워줍니다.
카스트라토가 부르는 영웅의 노래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는 런던 하이마켓 왕립극장에서 초연 했지만, 셰익스피어 원작을 토대로 한 것도 아니고 리브레토(대본)가 영어로 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오페라의 대본작가 니콜라 프란체스코 아임이 토대로 삼은 원작은 이탈리아 작가 자코모 프란체스코 부사니가 대본을 쓰고 안토니오 사르토리오가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 [이집트의 줄리오 체사레]로, 베네치아에서 1677년에 초연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작품 제목은 이탈리아어 식으로 '줄리오 체사레'라고 부르는 편이 타당하겠지만, 독자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줄리어스 시저'로 적었습니다.
대본의 스토리는 상당부분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로마의 시저 암살을 소재로 삼은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겹치는 부분이 없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그보다 4년 전인 B.C. 48년, 파르살루스 전투 직후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유명한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시저의 사랑이 이야기의 초점이죠.
대본작가 아임은 이집트와 로마의 문화를 비교하며 두 세계의 인물들을 그럴 듯하게 대비시켜 관객의 흥미를 끌었다고 합니다. 헨델은 음악을 통해, 이전의 바로크 오페라에서 보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인물의 뚜렷한 개성을 표현해냈습니다. 헨델 생전에 이 작품은 대단한 인기를 끌어 헨델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고,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크게 환영을 받았습니다.그러나 헨델 사후에는 헨델의 다른 오페라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완전히 잊혀져 있다가, 1922년에 와서야 독일 괴팅엔의 헨델 페스티벌에서 부활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헨델 르네상스는 1994년 바이에른 뮌헨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리처드 존즈의 획기적인 연출로 시작되었답니다.
헨델은 당대의 유행에 따라 주인공 시저 역을 알토 카스트라토에게 맡겼습니다. 카스트라토는 거세되어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남성가수들이었지요. 카스트라토가 존재하지 않는 요즘은 이 역할을 메조소프라노나 카운터테너가 부릅니다. 마릴린 혼, 재닛 베이커, 안드레아스 숄 등이 시저 역을 많이 부른 성악가들입니다. 시저 뿐만 아니라 이집트 왕 톨로메오 역도 원래는 알토 카스트라토 배역이지만 요즘은 거의 카운터테너가 부르고 있고 버전에 따라 베이스가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음역 가수들의 역할이 압도적인 만큼, 서정미와 화려한 콜로라투라 기교가 어우러진 다카포 아리아가 쉴새없이 귀를 황홀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글 이용숙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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