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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4 03:30
스텔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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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유재일
마블 영화 '블랙팬서'를 본 적이 있나요? 영화에선 가상의 국가 '와칸다'가 스텔스 기술을 이용해 나라 전체를 숨기는 장면이 나와요.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도록 하는 거죠.
스텔스 기술은 현실 세계에서 다양한 군사 장비에 실제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차세대 '스텔스 전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상대의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술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핵심은 레이더 전파 흡수·차단
스텔스(stealth)는 영어로 '몰래' '은밀한'이란 뜻이에요.군대에선 어떤 물체를 탐지할 때 전파 레이더를 주로 사용해요. 스텔스는 상대의 레이더를 속여 아군의 위치가 발각되지 않게 하는 기술을 말한답니다.
전파는 어떤 물체와 만났을 때 다시 튕겨 나오는 성질을 갖고 있어요. 레이더는 물체에 전파를 쏜 뒤 부딪힌 전파가 반사돼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등을 알아내요. 박쥐가 초음파를 쏴서 장애물과 먹이의 위치를 알아내는 원리와 같답니다.
스텔스 기술은 상대의 레이더 전파가 물체에 도달했을 때 엉뚱한 방향으로 전파를 분산시키거나 아예 흡수해 버려요. 그러면 전파가 발사 지점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물체의 위치를 잡아낼 수 없게 되죠.스텔스 기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항공기 디자인을 달리하는 건데요.
일반 항공기 표면은 둥근 곡선 형태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둥근 곡선 대신 표면을 각진 모양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잘 알려진 스텔스 기술이랍니다. 스텔스 전투기를 보면 일반 항공기와 달리 동체 옆면이 날카롭고 각지게 디자인되어 있어요. 보통 일반 항공기는 뒤편 '꼬리날개'가 수직으로 서있는 반면, 전투기는 옆으로 25~30도쯤 기울어져 있어요.
이렇게 각진 디자인은 전파 신호를 엉뚱한 곳으로 분산시켜 상대 레이더로 다시 돌아가지 않게 합니다. 마하 속도로 움직이는 전투기는 설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큰 공기 저항을 받기 때문에 스텔스기 제작엔 첨단 기술이 필요하답니다.
스텔스 성능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핵심 기술은 '특수 도료'예요. 항공기 표면에 전파를 흡수하는 물질을 칠하거나 필름을 붙이는 방법이죠. 이런 도료나 필름은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만들어요. 전파가 이 흡수 물질에 닿으면 반사되지 않고 열에너지 형태로 변환된답니다.
하지만 스텔스 기술이 있다고 해도 '투명 망토'처럼 아예 안 보이게 하는 건 아니에요. 노출되는 신호를 약하게 해 실제보다 물체 크기가 최대한 작게 보이게 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상대는 레이더에 포착된 물체가 전투기인지, 새 떼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되는 거예요. 그만큼 상대방 입장에선 스텔스기 공격에 대비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죠.
최근엔 스텔스기를 잡기 위해 초정밀 레이더와 전파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현대 기술력으론 스텔스기 탐지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는 미국의 F-22 '랩터'는 모의 공중전에서 한 대가 144대의 일반 전투기를 격추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현재 F-35A 스텔스기를 39대 운용하고 있어요.
전투기 이어 전차·장갑차에도 적용
1989년 미국은 파나마를 상대로 벌인 군사작전에 처음 스텔스기를 투입했어요. 이후 스텔스기는 1991년 발발한 걸프전에서 위용을 드러냈는데요. 당시 미국 스텔스기 F-117은 단 한 대도 격추되지 않고 이라크군의 방공망을 초토화해 세계를 경악시켰지요.
스텔스 기술은 그동안 주로 전투기에 적용됐어요. 전차나 장갑차 등 지상 장비는 레이더보다는 주로 영상 센서와 적외선을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 등으로 탐지하거든요. 따라서 지상 장비는 전파를 피하는 것보다 열을 피하고 적외선 탐지를 교란하는 쪽으로 기술이 발달했죠.
그러나 현재는 먼 거리에서 지상 차량을 감지하는 레이더 전파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상 장비에도 톱니 모양 같은 각진 디자인을 적용하는 스텔스 설계가 연구되고 있답니다.
전파·적외선 동시에 피하는 스텔스 메타물질
최근엔 전투복이나 헬멧 같은 개인 장비에도 스텔스 기능을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적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각 스텔스' 기술입니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센서 수십만 개를 전투복 표면에 부착한 뒤,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깔과 무늬를 띠게 해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숨기는 거죠.
더불어 레이더 전파뿐 아니라 음파와 적외선까지 차단할 수 있는 흡수 물질도 개발되고 있답니다. 재작년 연세대 기계공학부 조형희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전파와 적외선을 동시에 피할 수 있는 복합 스텔스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 물질을 '스텔스 메타물질'이라고 부르는데요. 필름 형태로 만들어 군사 장비에 부착할 수 있는 이 물질은 레이더 전파는 90% 이상, 적외선 신호는 95% 이상 흡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물질은 특정 대역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적외선 신호 방출을 줄여요. 필름을 붙인 부분은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했을 때 투명 망토를 쓴 것처럼 거의 보이지 않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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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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