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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신상품이 나오거나 시즌보다 한발 앞서 라인업되는 컬렉션을 보노라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흠~, 저 의상은 ○○○에게 잘 어울리겠는걸. 이런 스타일은 마른 몸매의 ○○○보다는 볼륨감 있는 ○○○에게 훨씬 잘 어울리게 마련이지’ 라며 새로운 의상에 대한 분석을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에 맞추는 걸 보면, 연예인 개개인의 이미지가 스타일리스트에게 있어 영감의 원천임을 강하게 실감한다.
연예인들의 패션 스타일은 정말 너무나도 가지각색이어서 누군가가 “연예인들의 평소 패션 스타일은 어때?”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 앉혀놓고 3박 4일에 걸쳐 장황한 설명을 해주고도 모자랄 것이다. 그렇게 줄줄 읊어대는 나를 보고 “아니 그렇게도 다양해? 그럼 그중에 윤기씨 머릿속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스타는?”이라고 반문한다면 그제야 비로소 간결하게 대답할 수 있으리라.
과감한 믹스매치를 즐기되 결코 오버하지 않는 김희애
우선 희애 누나!(나에게 있어 그녀는 연기 정말 잘하는 여배우인 동시에 서로 아껴주는 누나 동생 사이이기도 하다.) 2003년, KBS 드라마 <아내>를 통해 처음으로 같이 작업한 김희애는 사실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오랜 시간을 거쳐 함께 상의한 케이스다. 극중 역할이 패션디자이너였던 그녀는 비주얼한 스타일링의 비중이 상당히 커서, 이전의 이미지를 탈피해보고 싶어하던 차였다! 평소 단아한 스타일을 즐겨 입던 그녀에게 큰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라 스스로도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스타일리스트로서 나는 좀더 과감하고 새로운 믹스매치 스타일링 시도를 권했고, 그녀는 이전의 단아한 느낌을 과감히 버리고 나의 조언을 100% 받아들여 연기 잘하는 배우인 동시에 패셔니스타로 거듭났다. 드라마에 등장한 아이템마다 품절되는 사례가 벌어졌고, 아줌마인 김희애식 스타일링이 패션에 민감한 20대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면서 그녀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패션 피플이 되었다.
디테일이 더해진 니트 아이템 혹은 라인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블라우스에 란제리 톱을 매치하고 진팬츠를 접어 입는 센스는 기본! 크롭트 카고 팬츠에 레이어링된 러닝 톱과 트렌치코트로 스타일을 연출한 그녀의 센스는 이전의 편안한 아줌마 배우에서 멋쟁이 배우로 거듭나는데 단단히 한몫을 해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단순히 유행하는 아이템들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하지 않는다. 본인의 패션 철학인 ‘디테일은 더하되 오버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며 어깨가 넓고 마른 체형을 커버하는 피트감을 정확히 아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서도 더욱 멋스러운 패셔니스타로 꾸준히 거듭날 수 있었다.
1_ 연기뿐 아니라 스타일에 있어서도 톱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김희애.
2_ 김희애는 명품 브랜드에 연연하기보다 스타일과 체형 커버에 집중한다.
3_ 소품 하나도 신경을 쓰는 섬세한 감각의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