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흔적에서 삶의 허기를 채우다
-60대 부부의 실크로드, 티베트, 몽골, 인도, 터키 그리스 여행기
<낙타에 비단 싣고 서역으로 - 실크로드 여행기>
옛 사람들은 이 실크로드를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해와 달을 벗 삼고 먼저 간 사람들의 백골을 이정표 삼아 가고 또 가고 가다가 쓰러져 그 역시 뒤따르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문명은 교류되고 사람들은 가까워졌다.
<저 푸르른 독립의 의지 - 티베트 여행기>
천상의 신이 발을 내리면 닿을 듯 높은 곳. 드넓은 청보리밭과 노란 유채꽃, 맑고 푸른 호수, 그 대자연 속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야크와 양떼. 그렇지만 어느 사원 어느 모퉁이에서 숨어 부르는 독립의 노래들. 그래서 슬픈 티베트.
<영혼의 호수 홉스골을 가다 - 몽골 여행기>
위대한 영웅 칭기즈칸을 키워낸 땅이지만 지금은 가난한 곳. 그러나 몽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깨끗한 자연의 나라였다. 그들이 수호신으로 믿는 뭉크 텡그린, 호수에 비추인 그 영원한 하늘을 홉스골은 말없이 안고 있었다.
<신들의 나라, 신들의 사람들 - 인도 여행기>
천당과 지옥을 같이 사는 사람들. 핑크시티의 마하라자처럼 호사스런 삶, 바라나시의 새벽 길가에서 노숙하며 구걸하는 삶.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있었다. 삶이란 축복인가 고난인가? 화두를 던지는 나라였다.
<제국들의 흔적을 찾아서 - 터키 그리스 여행기>
아시아의 끝, 유럽으로 가는 길목, 아나톨리아 반도의 터키.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흔적을 공유하는 천년의 고도 이스탄불. 더불어 에게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 신화가 숨쉬는 나라 그리스.

<언론 기사>
부부해외여행 '문명의 흔적에서 삶의허기를 채우다'
기사입력 2012-03-17 08:2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문명의 흔적에서 삶의 허기를 채우다 (정강현 지음 · 돈키호테 펴냄)
모든 사람이 바라는 노후는 무엇일까. 역시 평생 사랑의 힘으로 동고동락해온 배우자와 모든 짐 훌훌 던져버리고 세상을 유람하며 사는 것일 것이다. 바로 그런 삶을 사는 행복한 부부의 여행기가 책으로 나왔다. ‘문명의 흔적에서 삶의 허기를 채우다’다.
‘60대 부부의 실크로드, 티베트, 몽골, 인도, 터키, 그리스 여행기’라는 부제처럼 저자가 60대의 나이에 부인과 함께 이들 지역을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적었다.
저자는 증권협회 전무이사, 건설증권 사장, 코스닥협회 상근부회장 등을 지내고 현재 아이로드 컨설팅 회장, 금융투자협회동우회장 등을 맡고 있는 증권 전문가다. 전문 여행작가 못잖은 필력과 감각으로 마치 그 지역을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생생하고 흥미롭게 써내려갔다.
이들 지역은 서유럽, 미주, 일본, 중국, 동남아에 이어 요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관광지인 만큼 저자의 경험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이곳을 여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알찬 책이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몰라도 온라인 서점에서 독자들이 선뜻 고르기에는 ‘부부의 여행기’라는 부제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기 부부의 금실 좋고 행복한 여행 이야기로 채우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행지 이야기가 98%이고 부부의 이야기는 여러 장 넘겨야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적다. 2%나 될까?
저자가 부인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오히려 서문의 ‘여행지의 아내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40년 가까이 같이 살아온 아내의 모습은 나와 함께 한 모든 것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아내가 즐거우면 나도 즐겁고, 아내가 슬프면 나도 슬프다. 또 여행을 통해 함께 맛보는 새로운 세상의 경이로움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부 여행은 보약이었다’ 정도다.
따라서 ‘남의 부부 여행 이야기를 내가 왜 읽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절대 들지 않는다. 왜 굳이 60대 부부 여행기라고 내세웠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다. 아내와 함께 보낸 시간, 함께 지낸 공간을 영구히 남기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안심하고 집어들어도 된다.
[책과세상] 인생 황혼기… 실크로드서 삶을 재충전하다
■문명의 흔적에서 삶의 허기를 채우다(정강현 지음, 돈키호테 펴냄)
30년 증권맨 생활 은퇴하고 아내와 함께 문명의 발생지로 티베트·印·몽골 등 누비며 겪은 경험담 섬세하게 묘사
끝이다 싶은 길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맞닿아 있기 마련이다. 바쁘게 달려온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정년 역시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1947년생인 저자는 증권업계에서 30여 년 일한 우리시대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한때는 젊은 치기로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지만 그런 바람은 마음 속에만 남았다. 여행을 좋아하긴 했지만 비행기 타는 일은 출장이 대부분이었다.
나이가 들자 그간 쌓아온 시간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60대를 앞둔 2004년부터 저자는 아내와의 여행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 희망지로 꼽는 문명의 발생 지역만을 택했고 그해 실크로드로 떠났다. 둔황석굴로 향하는 길에는 난생 처음 신기루를 목격했고, '모래가 울어 산을 이루었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밍사산(鳴沙山)을 올랐을 때는 시(詩)가 절로 나왔다. 해발 2,000m의 장관이 펼쳐진 바리쿤 대초원, 전설의 누란왕국을 삼킨 쿠무타크 사막, 실크로드 교역의 요충지에 자리잡았던 교하국의 천년 영화(榮華)가 흔적 없이 사라진 교하고성을 누볐다. 치열한 삶과 그 흥망성쇠를 저자는 여정을 통해 경험하고 깨달았다.
'천상의 신이 발을 내리면 닿을 듯 높은 곳에 있는 땅' 티베트도 오랫동안 꿈꾸었던 여행지. 티베트의 수도이자 '태양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1,400년 역사의 문화고도 '라싸'에서는 라마불교(티베트불교)인데도 석가모니불을 모신 '조캉 사원', 라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바코르 시장'을 다녔다. 조화와 어우러짐의 미덕을 보여주는 곳이었고 그래서 어느 사원 모퉁이에서 숨어 부르는 독립의 슬픈 노래에도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웅 칭기즈칸을 키워낸 몽골에서는 자연 그 자체를 경험했다면 인도에서는 신들의 나라와 신들의 사람들을 마주했다. 여행 전문가들도 꼭 권하는 '바라나시'는 기원전 600년경 당시 지배종교였던 브라만교에 실망한 새로운 사상가들이 갠지스 강가에 모여 토론을 벌이면서 형성된 도시다. 석가모니가 최초로 설법한 녹야원이 이곳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배경과 관련 있다.
이 외에도 아시아의 끝이자 유럽으로 가는 길목인 터키,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흔적을 공유하는 천년의 고도 이스탄불, 에게해의 푸른 바다와 함께 신화가 숨쉬는 나라 그리스까지 누볐다.
저자는 독일의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의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는 말을 늘 가슴에 새겼다. "젊은 사람들에게만 미지의 세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더 큰 창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함으로써 인생의 황혼기를 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탁월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은 아니더라도 삶의 연륜이 있기에 세세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지혜와 여유가 묻어난다.